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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탈색 도전 대실패! 일본 미용실 탈색하기 "애쉬핑크"

인귀 2020. 11. 28. 00:16

퇴사 후 하고 싶은 일, 혹은 퇴사 후 일탈 중 하나가 바로 탈색아닐까? 회사 다닐 때는 어두운 색을 늘 고수해왔고, 탈색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갑자기 뽐뿌가 왔다.

"나 탈색한다, 애쉬 핑크!!!"
마음의 소리를 무시하지 못하고 탈색에 도전 ! 처음에는 당연히 미용실에 가려고 했는데 애쉬 핑크는 색이 잘 나오기가 어려워 탈색을 3번은 해야 한다고 하는 인터넷 글들이 많았고 미용실 금액이 너무 부담스러워졌다.


일본 탈색약

셀프 탈색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다들 셀프 탈색에 성공하는 것 같고 (눈에 콩깍지가 씌이니 그 결과치만 보였다) 내가 아무리 똥손이라지만 탈색 정도는 (?)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솟기 시작했다.

탈색에 꽂히니 그 이후로는 거의 광기에 사로 잡혀 자신감 하나로, 갑자기 동키호테 ドンキホーテ 로 가서 탈색약 ブリーチ 두 통과 애쉬핑크 アッシュピンク 염색약을 사와 버렸다.


탈색약

탈색약은 일단 하기는 굉장히 쉬웠다. 순서에 맞춰 탈색약을 제조한 이후에 꼼꼼히 머리에 바르면 된다. 이때 피부에 묻지 않도록 귀 등에는 바세린을 미리 발라 주는 게 좋다. 옷에도 쉽게 묻기 때문에 버려도 되는 옷을 입는 걸 추천한다.

그리고 탈색 시간은 제품 자체에는 간단한 탈색을 위해서는 15분, 진한 탈색을 위해서는 30분을 두라고 나와있다. 그런데 인터넷에 검색했을 때는 다들 40분 둔다고 해서 나는 하루 간격을 두고 두번 셀프 탈색을 했는데, 첫날은 20분을 뒀고, 두번째 시도했을 때는 40분을 뒀다.


탈색약

하하 그러나 나는 구제불능의 똥손이었고 탈색에 대 실패하고 만다. 두번이나 했는데 어디는 검정색 어디는 갈색 어디는 노란색이 되어 버려서 난감하게 됐다.

나 스스로 점검 했을 때 탈색 실패 요인은 크게 내가 아무래도 꼼꼼하게 약을 잘 못 발랐다는 점과 두번째는 약이 많은 양이 필요한데 하다가 부족하고 그래서 대충 바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탈색 실패
탈색 실패

머리를 처참하게 망치고, 거울을 보고 경악을 했다. 다급히 인터넷에 셀프 탈색 실패한 경우 미용실에서 복구할 수 있는 지 검색해보니 나같은 똥손이시거나 기술이 안좋아서 셀프 탈색에 도전했다가 망해서 미용실에 가서 복구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보였다.

얼른 미용실을 알아보는데 관련 검색어에 셀프 탈색 미용실 창피해 セルフ ブリーチ 美容室 恥ずかしい 가 나와서 ... 인터넷으로 예약하면서 최대한 말 없이 시술할 수 있도록 설정을 하고 탈색과 염색 예약을 했다.


미용실

미용실 쌤께 일단 간단하게 핀잔을 들었다. 죄송스러웠다. 탈색을 실패하고 복구하러 가면 그냥 탈색하는 것 보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어려운 작업이라고 한다...

우선 나는 탈색을 한번만 진행하고 대신 시간을 오래 들여서 머릿결을 최대한 지키는 방향으로 시술을 해주셨다.

그 결과 커트 먼저 하고 탈색 한 번 하고 염색을 하는데 5시간이 소요되었다... 죽는 줄 알았다 ㅠㅠ


인터넷 검색 화면

시술해주신 선생님이 정말 꼼꼼히 잘 탈색 실패한 거 복구 해주시고, 다시 탈색할 때도 신경써주시고 이후에 컬러 입히는 것도 진짜 잘 봐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처음에 머리에 무슨 아이스크림 같은 색을 얹길래 좀 걱정이 돼서 미용사 쌤께 "애쉬 들어 간 거 맞죠...? アッシュって入ってます?" 물어본 게 죄송할 정도로 컬러 봐가면서 머릿결 안상하게 잘 해주셨다. 게다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고생하셨음.


애쉬 핑크 탈색 성공

내가 원한 색과는 살짝 다르지만 그래도 일본 미용실에서 탈색하고 애쉬 핑크 염색 성공 ! 만족스러웠다. 애쉬 핑크는 색이 금방 빠진다고 하는데 정말 처음 머리 감을 때 핏물처럼 빨간 물이 끝도 없이 나오고 수건도 빨간 물이 들어버렸다.

탈색 금액은 일본 미용실마다 상이하지만 예약 사이트에서 보니 보통 13만엔 전후 인 듯. 나도 그 정도 나왔다.

잠시만 내 곁에 있을 애쉬 핑크를 기념하며 사진 많이 찍어둬야겠다:)
내 인생에 탈색이라니. 별 걸 다 해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