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외국인으로 살기/일본 정보

영알못 한국인이 본 일본인들의 영어에 대해 끄적끄적

인귀 2023. 2.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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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어 공부를 아주 조금씩
(어디서 공부한다고 말하면 안 될 정도로 조금씩)
하고 있는데 일본인의 영어에 대해 내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인의 영어를 개그 소재로 사용할 정도로
일본인들이 영어를 못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로 일본에 살면서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나도 몇 년 전까지는 그렇게 똑같이 생각하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몇 년 전부터 일본에서 영어 공부를 하거나,

영어를 잘 하는 일본 사람들을 만나거나,
영어를 쓰는 외국인들을 만나는 일들이 있었는데 나로써는 좀 이상한 (?) 사실들을 발견했다.


1. 영어 발음을 잘하는 일본인도 있다.


일본인이 얼마나 많은데 그 중에서 영어 발음이 좋은 일본인이 있는 건 당연한 건데, 난 그걸 몰랐다. 

영어를 잘하는 일본인 중에서 영어 발음을 원어민처럼 유창하게 잘 하는 사람들이 많다.

 

왜 이게 나한테 이상한 사실이었냐면,
나는 한국 영상을 많이 접하는 사람이고, 일본에 살면서도 일본 티비도 안보니까
처음 일본 생활 시작했을 후쿠오카 살 때까지도 일본인은 영어 아예 못한다고 생각했다.

딱 꽃보다 남자에서 "마이 마자, 마이 화자, 마이 브라자" 이걸로만 생각해왔다.
일본에서 만난 보편적인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은 일본식 영어 발음을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영어를 잘하는 사람 중에는 원어민 영어처럼 발음을 잘 하는 사람들도 있다. 많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왔을 때 특징은 외국에서 살다 오거나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온 사람들이었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발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외국에서 본토 발음으로 말하는 걸 배우는 것처럼 일본인들도 똑같은 것이었다.

 

 

2. 외국인들한테는 일본인이 하는 영어나 콩글리시 발음이나 못알아 듣는 건 마찬 가지였다. 

 

발음이 영어 소통에서는 정말 중요하다.
내가 영단어를 알아도 안통하면 끝이다.

 

나는 일본인이 하는 영어보다 영어를 못해도 한국인의 영어가 낫다고 생각했었다.
근데 놀랍게도 영어를 쓰는 외국인이 듣기에는 그게 그거라는 걸 깨닫는 상황들을 많이 겪어 봤다. 

 

예를 들어 맥주는 Beer.
일본에서 비-루.
내가 보기엔 어휴 저게 뭐야 비어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근데 사실 발음은 /bɪr/ 이고 비에 힘이 더 들어가서 우리나라식으로 비어! 비어! 해도 못알아듣기는 똑같다.

 

Milk
일본에서 미루꾸
내가 보기엔 미루꾸가 뭐야 밀크지 이렇게 생각하는데,

/mɪlk/ 발음은 인터넷에 치면 미역이라고 나올 정도로 엄청 굴린다.
'밀크~ 밀크~'이렇게 아무리 말해봐도 원어민은 못알아 듣는다. 진짜로 내가 밀크!밀크! 이렇게 얘기해서 원어민이 못알아 들은 적이 있다...

테레비도 이상하지만 텔레비전 이렇게 말한다고 원어민이 알아듣는 건 아니다. 퉬뤠뷔젼~ 이렇게 해야지 :) ㅋㅋㅋ

얼마 전에도 영어 체험하러 간 곳에서 캐나다 사람을 만났는데 한국인이 스마트폰이라고 할 때 폰 발음이 아예 원어민한테는 못알아 듣겠고, 본(뼈) 라고 들린다고 했다. 콩글리시의 P나 F 발음이 이상하게 들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튼 이거 말고도 정말 많았는데 기억이 안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일본식 영어가 한국인이 듣기에는 어떻게 보면 코믹하고, 굉장히 어색하지만

우리나라 콩글리시식 영단어를 말해봐도 외국인이 못알아 듣는 건 마찬가지같다는 것이다.

게다가 간혹 내가 콩글리시 말하고, 원어민이 못알아 듣고, 일본인이 일본식 영어로 말하면 알아들을 때가 있었다.
충격...

 

 

3. 요즘들어 일본이던 한국이던 발음공부 제대로 하고 영어 잘하는 사람은 잘하고,
못하는 사람은 누가 더 나은 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이건 일본어를 하는 한국인에 대해서도 똑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한국인은 쉽게 일본인은 한국어 발음이 어색한데 한국인은 일본어를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억양이 외국인 같은 건 한국인이 일본어로 말할 때도 똑같다.

 

나도 처음 일본에 살기 시작하고 1,2년은 한국인은 배우기만 하면 일본어 잘 한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일본어를 잘해도 발음을 일본인처럼 일본어를 하는 건 어렵다.

특히나 일본어를 잘 못하는 한국인들은 억양 정도가 아니라, 오오사카를 오사카로 (장음 발음 안함), 칸사이나 코오베를 간사이나 고베로 발음하는 것(한국식 일본어 표기 그대로 일본어 발음) 등등의 실수를 하기가 쉽다.

 

그 외에도 많지만 살면서 느낀건 탁음을 주의해서 발음하지 않으면 일본인이 못알아 듣는 경우가 많다. 

탁음을 발음할 때 비음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が 가 를 한국어 가로 말해 봤더니 일본인들이 타, 파, 다 등으로 들린다고 했다.

발음 공부를 하지 않아서 정확한 원리는 모르지만 일본 와서 일본어 공부할 때는 가를 발음 할 때 비음을 섞고, 거기에 그아를 빨리 발음하는 식으로 연습을 했다.

자지즈제조 ざじずぜぞ 는 한글 그대로 자지즈제조가 아니라 혀를 아랫니에 붙이고 발음해야 한다.

ぎょうざ 를 한글 표기대로 교자! 라고 발음하면 일본인이 알아는 듣겠지만

비음 넣고 기요 빨리 장음 정확히 즈아 빨리 로 발음하면 오 ~ 일본인 같다 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딱 한국인이 하는 일본어가 있는데 간혹 일본인 발음과 똑같이 하는 일본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

비음도 많고, 말투도 한국어 말하는 거랑 다르기 때문에 그냥 일본어를 잘하는 사람과 일본인처럼 일본어를 말하는 사람은 다르다. 

단편적으로 말하기에는 발음구조나 그런걸 다 따져봐야겠지만 이제 6년 넘게 일본에 살면서 이런 점들을 새삼 생각해보게 됐다.

 

 

생각보다 일본인 중에서도 영어를 유창하게 잘 하는 사람이 있고,

생각보다 우리나라 콩글리시가 원어민들한테 잘 안통한다.

 

이 글은 당연히 내가 겪은 사람들과 케이스로만 생각해본 것이라서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다.

요즘 영어를 곁에 두면서 내가 그동안 편협한 생각을 해왔다는 걸 알게 돼서 끄적끄적 해봤다.

 

 

결론: 영어 공부해서 진짜 영어 잘하고 싶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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