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베 일상

마인드 컨트롤.

인귀 2020. 7. 11. 22:11

나는 나의 주인임에도 불구하고, 남들에게 내 감정의 주도권을 주고 살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늘 노력했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함부로 대하는 것을 묵인했으며, 언제나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내 기분을 좌지우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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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나의 10대, 20대. 결국 나는 20대의 끝에서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내가 싫어하는 내가 사는 장소에서 물리적인 거리를 멀리해 변화를 꾀하고자 한 나의 일본행은 벌써 꽉 찬 3년을 지나왔다.

내가 한 선택, 나는 잃은 것이 많았다. 사랑하는 내복이의 마지막을 보지 못했고, 외로움이 일상이 되었으며, 나를 위해 시간을 할애하던 모습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나를 자책하고, 지쳐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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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최근에 읽은 <행복한 이기주의자> 라는 책을 읽고 크게 감명받았다. 20대의 내가 인간관계로 너무 힘들어 할 때 언니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라는 시집을 빌려줘 시를 읽은 그 자리에서 펑펑 운 적이 있었는데, 또 한 번 글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위로와 힘을 얻었다.

늘 '난 원래 마인드 컨트롤 못하는 사람이야' 라는 말로 도망치는 게 편했던 내가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글들이 많았다. 이게 언제까지 갈 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나에게 가시 돋힌 말을 해도 순간은 기분 나쁠지언정 내 기분의 주도권을 그 사람에게 넘기지 않도록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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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회사는 가기 싫고, 집에 혼자 있으면 심심하다. 일상은 변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똑같다.

하지만 내 마음은 어제와 다르다. 그 사실이 참 든든하다.

복권에 당첨되지 않는 이상은 한동안 이렇게 지내겠지만 조금씩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앞으로 나아가야지. 내가 언제 이만큼 성장했지 하고 놀랄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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