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사를 계획하고 있었어서, 1년 동안 더러운 베란다를 방치하고 살았다. 베란다의 제일 큰 문제는 비둘기였다. 일본의 베란다는 한국과는 구조가 다르다. 한국의 베란다는 창문이 있어서 어떻게 보면 실내와 같고, 활용도도 높다. 일본의 베란다는 발코니와 같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새가 베란다로 오는 문제는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일본에 생활하면서 고층에 살지 않는다면 비둘기나 새들, 벌레와 관련된 문제들이 많이 발생한다. 그래서 맨션에 사는 사람들은 고층을 선호하는데, 우리집은 4층이라 비둘기가 선호하는 층수로 비둘기 문제가 많았었다.
처음 이사왔을 때부터 베란다가 더러웠는데, 사실 그 전까지는 계속 고층에 살아왔어서 어떻게 청소해야하나 싶어서 방치를 해왔었다. 그러다가 이사를 계획하고 더더욱 치울 필요성을 못느끼고 더러운 채로 아예 베란다에 안나가는 생활을 반복.
우리집에는 비둘기들이 아주 떼를 지어서 놀러왔는데, 특히 베란다 기둥 안으로 비둘기들이 들어가는 모습을 자주 봤다. 어렴풋이 저기에 비둘기가 사는구나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베란다 안쓰니까 하면서 내버려 뒀었다.
베란다에 나가지 않고 생활한 지 1년이 지났는데, 이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내리면서 더러운 베란다를 깨끗하게 청소하자 다짐했다. 먼저 가장 큰 문제인 비둘기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베란다에 나갔는데, 악취가 장난이 아니었다. 비둘기 똥들이 베란다에 쌓여 있고, 난리... 가관이었다.
우선 관리 회사에 문의를 했는데, 관리 회사에서는 황당하게도 비둘기 퇴치 스프레이를 빌려 줄테니 그걸 사용해보라고 했다. 관리 회사에 다시 한번 문의도 넣어놓고, 나도 개인적으로 인터넷으로 비둘기 퇴치 업체를 알아봤다.
비둘기 퇴치 업체는 인터넷에만 검색해도 많이 나오는데, 번거로운 게 가격이 공지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집에 업체 사람을 불러서 견적을 받고, 금액을 알 수가 있다. 두 군데 정도 연락을 했는데 두 업체 모두 그렇게 답변을 받아서 할 수 없이 한 군데 업체와 컨텍해 견적을 받았다.
업체 분이 오셔서, 되게 황당해 했었다. 일단 베란다가 너무 더러웠고, 냄새 나는 것 때문에 놀라시기도 했고 방치되어 있었다는 것에 놀라셨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보통은 이런 경우가 없는데 우리집은 집의 기둥 안에 비둘기 집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기둥을 부수고 정리를 해야 하는데, 그건 불가능 하니 일단 청소를 하는 것에 대해 견적을 받았다.
베란다 청소와 비둘기 오물 청소하는 데에 설명을 듣기로는 그냥 청소만 하면 비둘기들은 귀소본능이 있어서 다시 돌아오기 때문에 소용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청소와 소독하는 데에 10만엔 정도, 또 베란다에 네트를 설치하는 데에 추가로 10만엔 정도 든다고 했다.
너무 비싼 금액이어서 도저히 개인적으로 업체를 이용하기는 어려웠다.
업체에서 와서 카메라로 기둥 안에 모습을 찍어서 보여줬는데 비둘기 집이 아주 예쁘게 있었고, 비둘기 들도 있었다. 사진 보고 경악 했다. 비둘기들... 월세도 안내고 우리집에 같이 살고 있었니? 놀라웠다.
게다가 설명을 듣기로는 살아 있는 비둘기를 사람이 만지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하다고 한다. 그래서 비둘기가 집 안에 있을 때는 청소를 할 방법이 없고, 비둘기를 내 쫓던가 다른 방법을 이용해서 비둘기가 없을 때만 작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밤이 되면 비둘기가 다른 곳으로 가서 계속 비둘기가 나갈 때 까지 기다리다가 밤에 기둥 안에 비둘기가 없을 때 빨리 구멍에 뽁뽁이로 막아뒀다. 일단은 구멍에 비둘기가 없어야 뭘 할 수 있으니까 급하게 막아두고 불안해서 테이프로도 고정해두었다.
그러고 나서도 불안해서 의자로 막아뒀다. 이렇게 하고 나서 다행히, 관리회사 측에다가 여러번 호소했더니 관리회사에서 컨텍하는 업체가 견적을 보러 와주셨고, 이 경우 우리가 잘못한게 아니라 기둥 안에 통로가 있다보니 비둘기가 집을 지은거라서 관리회사 측에서 기둥 안 청소를 해주는 걸로 일단락이 됐다.
다행히 업체가 와주셨고, 2시간 정도 소요되어 기둥 안 청소를 마쳐주시고, 기둥 밑에 비둘기가 다시 들어가지 못하도록 네트를 설치해주셨다.
이걸로 1차 정리 완료.
이제 베란다 자체에 망을 설치해서 다시 비둘기가 오지 못하게 작업을 했다. 네트 설치 하는 비용이 업체를 부르면 너무 비싸서 직접 하기로 결정. 일본은 비둘기 문제가 심각해서 굿즈들도 많이 판매하고 있는데,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백엔샵에서도 비둘기 망을 판매하고 있었다.
나는 좀 더 튼튼하고 베란다가 좀 넓은 편이라 큰 사이즈의 네트를 구매하려고 코난에 가서 비둘기 네트를 구매했다. 처음에 초록색으로 구매했다가 마음에 안들어서 환불하고 흰색으로 다시 구매해서 설치 작업을 했다.
보통 일본인들도 비용 때문에 업체를 이용하기 보다는 직접 설치를 많이 한다고 한다. 다만 태풍이 올 때나 비가 많이 내리면 네트가 망가지거나 할 수 있어서 그 때만 네트를 떼서 이용하거나 한다고 들었다.
기둥 정리 끝나고 나서, 베란다 물청소를 싹 했다. 더러웠던 베란다가 깨끗해졌다. 물청소 하려고 베란다 용 세제를 사서 청소에 활용했고, 플라스틱 빗자루를 사서 아주 박박 닦아 깨끗하게 만들었다. 베란다 난간도 걸레로 다 닦아주었다.
1년간 해야 할 베란다 청소를 한 번에 몰아 하느라 허리 아파 죽는 줄 알았다.
1차로 기둥 안 새집 정리, 2차로 베란다 청소, 3차로 비둘기 망 설치. 비둘기 망 설치는 남자친구가 해주느라 고생했다. 비둘기 망 설치는 벽면에 고리가 붙을지 말지가 관건인데 백엔샵에서 양면 테이프가 붙은 고리를 사서 붙였다. 비가 내리면 고리가 떨어질까봐 좀 걱정이 되긴 하지만 어쨋든 네트 설치도 완료.
백엔샵에서 결속 밴드를 사다가 네트를 난간에 이런 식으로 꼼꼼하게 고정했다.
오전에 업체분이 와주셔서 기둥 안 새집 정리 부터 시작해서 저녁 시간까지 진짜 하루종일 베란다 청소에만 몰두했다. 그래도 깨끗해진 거 보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1년 동안 커텐을 치고 살았는데, 이제 맨날 커텐 걷고 햇빛을 받아서 너무 좋다. 베란다가 깨끗해서 보기만 해도 기분 좋다. 청소한 이후에는 비 내리는 날 물 청소도 해주고 있다. 이제 비둘기 친구들도 우리집에 안온다.
아 행복해.
베란다 청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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