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베 일상

불쾌함.

인귀 2020. 12. 8. 21:04

나는 무언가 싫다고 느껴지면 너무 싫다. 그냥 싫은 정도가 아니라 나와는 관련이 없는 일이어도 화가 나서 씩씩 거리고, 머리에서는 열이 나고 코에서 콧바람이 나올 정도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은 개성을 가지고 있고,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특별하다. 그렇지만 그 때문에 내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내 기준으로 봤을 때 이상한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그 이상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래서 나는 인터넷 기사를 볼 때 댓글을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너무 민감한 주제나 내가 슬퍼질 것 같은 내용의 기사는 아예 보지 않는 편이다. 
 
그게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이 집합하는 온라인 세상에서 내가 터득한 나의 정신세계를 방어하는 소소한 방법이다. 
 
 

요즘은 추워서 목도리를 꼭 두르고 나간다.

최근에 내가 정말 화가 나는 일이 있었다. 나와는 관련이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화가 났고, 머리에서 열이 나고 언니랑 친구들한테 씩씩거리면서 하소연을 해댔다. 
 
종종 직접 말하면 충분히 해결 될 일을 온라인을 이용해 마녀사냥하는 사례들을 접하는데, 내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런 사례를 보면 나는 불쾌해지고, 사람이 하는 행동이 상식 밖이라서 이해가 되지 않으면, 그게 공포스럽게 느껴진다. 
 
가상의 예를 들면, 지하철에서 옆 사람이 코를 골며 자고 있을 때 그게 싫으면, 내 상식으로는 그 사람을 깨우거나 혹은 그 사람에게 직접 말할 용기가 없어서 자리를 피한다. 그것도 아니면 짜증나지만 참으면서 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건, 코고는 사람의 영상을 찍어서 인스타 스토리에 올리고 기분나쁘다는 내용의 문구를 써 넣는 행동이다. 
 
언젠가 뉴스에서 요즘 어린 세대들은 유튜브나 개인방송을 어렸을 때부터 접해서 거부감이 없어서 하루 종일 영상통화를 하고, 모르는 사람과도 쉽게 영상통화를 하거나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늘 카메라를 켜고 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나는 그 세대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영상통화를 특별한 순간에만 이용하니까. 이와 마찬가지인걸까? 사실은 온라인을 활용해 자신의 감정을 (좋은 것이든, 혹은 나쁘게든) 표출하는 게 당연한건데 나만 상식이 구닥다리인 걸지도 모르겠다. 
 
내가 느끼는 '선'이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느끼지 않을테니까. 그런데 나는 그냥 코고는 사람을 깨우거나, 피하거나 하는 세상이 더 좋다.
 
"뭘 바라고 그런 걸 올리는거야?" 나는 이런 꼰대스러운 생각을 하고 있다.
 
사람들이 같이 욕하며 공감을 얻는 것을 바라는 걸까? '그럼 카톡으로 친구한테만 말하면 되잖아...' 혹시라도 그 코고는 사람이 인스타 스토리에 자기가 올라온 걸 알게 되면 얼마나 기분이 나쁠지 생각하면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로 기분이 안좋다. 
 
 

사탕뽑기. 돈 엄청 날렸다. 

그래서 나는 인스타 스토리를 안본다. 인스타 스토리는 시간이 지나면 지워지니까 상대적으로 피드보다 사람들이 이상한 걸 많이 올리는 것 같아서. 이것 저것 만지다가 손가락이 잘못 눌려질 때 빼고는 아예 안본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다. 
 
그렇게 온라인 감성을 따라가지 못하면서도, 하루에 핸드폰을 얼마나 만지고 그 외의 시간에는 노트북을 얼마나 붙잡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정말 모순적인 사람이다. 
 
가끔 드는 생각인데 온라인 익명을 이용할 때 사람들은 두가지로 나뉘는 것 같다.
 
익명의 힘을 빌려서 강해지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악플러들도 그렇고, 아니면 일을 공론화 시키는 사람들도 그렇고. 이런 사람들과 반하는 나같이 소심한 사람들도 있다. 익명이 무서운 사람들. 그래서 댓글을 한 번도 달아본적이 없거나 SNS를 안하거나 하는 사람들.
 
나는 좋아요나 누를 줄 알지, 원래는 댓글을 정말 안 다는 스타일인데, 펭수를 좋아하고 나서는 펭수를 응원하는 댓글을 종종 달고 있다. 아주 가끔 펭수가 내 댓글에 좋아요를 눌러주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 
 
 

오랜만에 모닝 러닝. 날씨 굿, 기분 굿.

한 이틀동안 불쾌함이 계속 남아 있었는데, 블로그에 내 생각을 정리하면서 써 내려가니까 거짓말처럼 기분이 풀렸다. 이거 정말 블로그의 순기능인걸? 하트.
 
그러면서 또 드는 생각은 온라인 말고 오프라인 세상과 많이 만나야지 하는 것이다.
 
원래 한국에서 했던 언어 봉사활동을 일본에서 생활하면서도 이어서 하고 싶어서 후쿠오카, 오사카 살 때는 활동했었는데 코베에 와서는 전혀 못하고 있다가 얼마 전에 언어 봉사활동을 신청했다. 
 
그리고 설명회를 듣는데, 이것도 슬프게도 ZOOM으로 하고 있다. 코로나가 요즘은 더 심해졌고, 코로나 시작된 이후로는 쭉 온라인으로 언어 봉사를 진행 중이라고 하셨다. 
 
얼른 코로나가 끝나서 오프라인 세상과 더 많이 접하고 싶다. 사실... 그렇다고 딱히 갈 데는 없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