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베 일상

불현듯 산책

인귀 2020. 12. 6. 19:56

일요일. 핸드폰을 만지면서 뒹굴거리고 있었다. 요즘 혼자 집에 있는 시간에 조용한 게 너무 싫어서 다른 일을 해도 항상 영상을 틀어두거나 음악을 틀어 두고, 밖에 나갈 때도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다니니까 핸드폰 사용 시간이 미쳐 버렸다. 하루 사용 시간 리포트 알림에 11시간 정도 사용한다고 나와서 기겁을 했다. 옴마야. 나같은 아날로그 인간이 완전 기계화 되어 버렸다. 

 

그러다가 창 밖에 날씨가 너무 좋다, 나가보자 하고 진짜 누워 있다가 그냥 일어나서 불현듯 시작한 산책. 산책 루트는 내 갬성이 시키는 대로.

 

 

파란 하늘

이건 산책 전. 오전. 요즘 진짜 맨날 먹는 게 맥도날드, 아니면 라면이라 오늘은 혼자서라도 좀 맛있는 것 잘 챙겨먹자 싶어서 장을 보러 가는 길. 하늘이 너무 예뻐서 찍어보았다. 

 

하늘이 시야 가득 들어오는 게 너무 좋다. 햇살도 따뜻하고, 기쁘다. 

 

 

로또

장보고 까먹기 전에 로또 사기. 로또는 일주일에 한장씩 사려고 한다. 단 한번도 당첨된 적이 없지만, 그래도 200엔을 내고 일주일 기간 한정 희망을 산다는 생각으로 사고 있다. 늘 랜덤으로 많이 샀었는데, 어느 날부터 정해진 숫자만 매주 적어서 도전하고 있다. 

 

언젠가 당첨될거지? 믿는당. 그런데 로또 7이 당첨금이 높고, 로또 6는 당첨금이 그리 높지 않다. 그래도 100엔 더 저렴해서 그냥 로또 6로 밀어보기.

 

 

꽈배기

이 맛이 아니다! 단호. 내가 원하는 건 한국 시장에서 파는 아주 갓 튀겨낸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하고, 달달한 설탕 알갱이가 씹히는 꽈배기였는데, 모양은 비슷한데 영 그 맛이 아니었다. 이건 부드러운 느낌의 빵... 근데 아침에 기분 되게 좋아가지고 콧노래 부르면서 길거리에서 냠냠 다 씹어 먹었다. 

 

같은 음식이어도 일본은 좀 부드러운 식감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나의 뇌피셜. 한국 떡은 쫄깃 쫄깃한데 일본 떡은 치즈처럼 늘어지는 스타일이 주를 이루고, 치킨도 한국은 바삭바삭한 식감을 살리는 반면 일본은 눅눅한 가라아게를 좋아한다. 라면도 우리나라는 쫄깃한 면발이 생명인데 일본 면발은 튀기지 않은 면발. 

 

아마 고령화 사회가 오래되다 보니 씹기 부드러운 것을 선호하는 걸까... (?)

 

 

멸치 세마리

너무 귀여운 멸치 세마리. 넘 귀엽다. 귀여워. 된장찌개 끓이려고, 일인분이니까 물도 조금만 끓이고, 멸치도 세마리만 넣고 10분 정도 끓여서 육수 만들었다. 이 정도로도 충분히 육수가 나온다. 세마리여서 나중에 건져낼 때 어려움이 없었지만, 여러 마리의 멸치를 넣고 육수를 끓일 때는 나는 차봉지 お茶パック 에 멸치를 넣어 사용한다. 육수를 우려내고 한 번에 꺼낼 수 있어서 편리하다. 

 

 

점심

점심에 혼밥을 거하게 먹었다. 소고기도 굽고, 으으 근데 소고기가 너무 질기고 맛이 없었다. 1000엔이나 주고 샀는데, 아까워라. 낫또와 아카미소를 넣고 끓인 된장찌개는 구수하고 맛있었다. 두부가 역시 맛있어. 배부른데도 밥 한 공기를 다 먹게 해주었다. 

 

혼자서 인스턴트 라면이랑 맥도날드를 너무 자주 먹고 있어. 진짜 이제 안먹어야지 결심! 내일부터는 건강한 식단을 잘 챙겨먹어야겠다. 

 

 

산책

뒹굴거리다가 불현듯 시작한 산책. 집 밖을 나가서 괜히 길거리에서 사진찍기. 나무들이 겨울 느낌 물씬. 우리집 앞에는 큰 길이 있는데, 골목이 아닌 건 그 나름대로 좋지만, 새벽에 폭주족이 지나다니기 좋은 데라서 좀 시끄러울 때가 있다. 

 

길 따라서 산책~ 길따라 멋따라. 날씨도 별로 안춥고, 햇살이 너무 따뜻했다. 

 

 

마지막 잎새

이 아이는 동화 마지막 잎새가 생각나게 하는 이 나무에 하나 남은 이파리였다.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데 왜 이게 귀여워 보이는거지? 마지막잎새가 떨어지면 죽는다고 생각했던 아이를 위해서 자기 몸을 희생하면서 잎을 그림으로 그려줬던 마지막 잎새 동화 내용이 생각났다.

 

현대에는 그렇게 나를 희생하면서 남을 생각하는 사람은 없거나 혹은 적겠지? 그래서 가끔 보이는 희망 뉴스 같은 게 되게 소중하고, 눈물 날 정도로 고맙다. 

 

 

기차 장난감

우선은 슈퍼에 가서 페트병 재활용 먼저 하고 바닷쪽으로 걸어보려고 나기사 공원으로 향하는데 평소에 나기사 공원 몇번 다녀봤지만 한번도 본 적 없던 귀여운 기차 장난감을 발견. 귀여워...ㅠㅠ

 

애기들이 놀 수 있도록 해놓은 듯. 공원에는 가족 단위의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이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공원이 넓고 쾌적해서 운동하기 진짜 좋다. 괜히 공원 갔다가 뽐뿌와서 내일은 오랜만에 러닝에 도전 해야지! 싶었다.

 

 

바다

우리집 앞 공원에서 보이는 바닷가는 항구같은 거라서 해변은 아니지만, 바다를 가까이서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진다. 여기도 그렇고 일본 어디를 가도 낚시 금지라고 아무리 써 놔도 다들 낚시를 한다. 

 

진한 바다 색과 연한 하늘 색이 너무 조화롭다. 예쁘다. 

 

 

공원

집 쪽으로 바다 따라서 걷는데 해를 보면서 걸으니까 너무 눈이 부셔서 어떻게든 태양을 피해보겠다고 가로등 뒤로 숨어 보았다. 걷고, 걷고.

 

요즘 진짜 하루에 많이 걸으면 1만보 넘게 걸을 때도 있는데 아무래도 집에 거의 있을 때는 천보도 못걷는 날이 있어서 너무 균형이 안맞는 것 같다. 출근을 안하다보니 내가 스스로 움직이려고 하지 않으면 전혀 움직이지 않아 버리니까 주의하고 있다. 그래서 장 볼 때 무거운 거 살거 아니면 되도록이면 자전거도 잘 안타고 걸어다니려고 하고 있다. 

 

 

육교

집 근처에 있는 육교는 정말 넓어서, 전혀 무섭지 않다. 집 근처 메가 동키 가는 길에 있는 육교가 진짜 올라가는 것 만으로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무서워서 돌아가더라도 그 육교는 안건너려고 하고 있다. 

 

뭔가 육교를 걸어가고 있는데 태양이 빛나는 게 멋있어서 사진 한장 찍었더니 이렇게 거지같이 나와버렸다. 역시 나는 사진 똥손.

 

 

구글 애드센스

산책하고 와서 또 집에서 빈둥거리다가, 갑자기 생각난 구글 애드센스. 1년간 블로그를 운영해서 약 7달러 정도의 수익을 얻었다 ... ;)

 

나는 수익형 블로그가 아니니까 이것만으로도 신기하고 감사하다. 진짜로. 지금은 이것 저것 생각중이니, 앞으로 잘 될 일만 남았다. 

 

헤헤. 이렇게 일요일 끝나간다. 그래도 전혀 싱숭생숭하지 않다. 왜냐하면 백수에게는 월요병이 없으니까. 

'코베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말 영화관, 오락실, 고베 메리켄파크, 오사카 플라네타리움  (0) 2020.12.16
불쾌함.  (0) 2020.12.08
2020년 12월 1일.  (0) 2020.12.02
그릇이 간장종지  (4) 2020.11.16
고베, 평범한 11월, 하루하루.  (0) 2020.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