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이렇게 글을 써서 책을 냈다는 말을 듣고 솔깃했다. 그래서 책을 출간했다는 블로그의 글을 몇개 읽는데 재미가 없었다. '흥~' 싶었다. 이런건가, 아 나도 글 쓰고 싶다. 글을 쓰고 싶어. 그래서 쓰는 글.
글 쓰기에 갑작스럽게 뽐뿌가 와서 쓰는 글.
요즘 날씨가 참 좋다. 그래서 기분이 좋다. 갑자기 손에 잡혀서 한 번 읽었었던 <행복한 이기주의자>를 다시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 좋다. 내 기분은 내가 선택하는 거라는 말. 잠깐 잊고 있었어서. 뭐든지 깜빡깜빡 잘 하니까 자꾸 반복해서 봐줘야 한다.
누구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고, 누구는 이렇게 해서 돈을 벌고... 주변에서 혹은 여러 매체들을 통해 들려오는 이야기들. 다들 부럽기는 하지만 나는 그릇이 간장종지다.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는 것이다. 나는 우주가 무서운 사람이다. 우주를 생각하면, 공포감이 몰려든다. 대자연이나 큰 건물을 보기만 해도 무서운데.
어렸을 때 부터 시야가 놀라울 정도로 좁아서 한치 앞만 보고 살아왔었다. 그냥 눈 앞에 닥친 일만 하다 보니, 중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대학생이 됐고, 아르바이트를 했고, 취직을 했고... 그냥 그랬다.
대학생 때는 대외활동을 하다가 한 번은 선배에게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도무지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등산처럼,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니 이만큼 와 있었구나 하는 스타일인 나에게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은 미션 임파서블이다.
그런 내가 다른 사람처럼 행동해서 부자가 되거나 다른 사람을 따라해서 행복해 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난 나대로 살아야지, 그래야 직성이 풀리지.
나 같은 사람도 있는거지.
그렇게 시야가 좁은 내가, 해외에서 살아보겠다고 일본에 온 것 자체가 기적인데. 가끔, 일본에 와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이면 정신이 어떻게 될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산다더라, 저렇게 생각한다더라... 그러라고 해라. 나는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한다는 고정 틀에 갇혀 있는 사람들은 마음이 편안한지, 그 틀에 벗어난 사람들에게 한 마디씩 건네곤 한다. 그게 그 사람을 위한 말일수도 위하지 않은 말일수도 있다. 듣는 사람의 행동을 규정시키는 면에서는 어떤 의도였던 부정적으로 느껴진다.
우리 언니는 예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프랑스에 가서 1년 동안 살다 왔는데,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집콕하며 한국 드라마 (특히 도깨비) 를 보는데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너무 행복해했다. 그런 사람도 있다.
나도 일본에서 살면서 맨날 한식만 먹고, 지금은 직장도 그만둔 상태라 사회와의 연결 고리도 없다. 남들이 보면 이상하게 느끼려나? 그런데, 나는 일본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사람이다. 난 지금 좋다. 모든 게.
그리고 믿는다. 더 좋아질 것이라는 것을.
사실 요즘은 관심이 있는 분야가 정말 전무하다. 드라마나 영화도 재미가 없고, 먹는 것도 흥미가 없다. 조금이라도 인간답게 살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서 유산소 운동을 아주 잠깐 하고, 식사 후에는 산책을 하는 것 정도.
어떻게 보면 무미건조하게,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는 지 모르게.
해야할 일은 산떠미처럼 쌓여 있는데, 걱정이 없다. 걱정이 없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 나는 행복하고 그 위에서 뭘 해야 재밌고, 신날 수 있을까? 고민한다.
부끄럽지만, 나에게는 꿈이 있다. 글을 써서 책을 내는 일. 그래서 블로그도 시작했었다. 내 꿈에 가까워지기 위해. 그릇이 간장종지인 사람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구글 날씨 앱을 밤에 켜면 날씨가 좋은 날은 별이 가득한 화면을 볼 수 있는데, 정기적으로 별똥별이 떨어진다. 나는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소원을 빈다.
"다 잘 되게 해주세요."
코베에 살면서 내 인생의 농도가 짙어졌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우선 후쿠오카는 내가 살고 싶어서 간 도시였고, 일단은 20대이기도 했으며 취업도 금방 했었다. 코베와는 느낌이 다르다. 그리고나서 오사카로 온 건 타의에 의해서였고, 내가 여기서 살 거라고 단 한번도 생각한 적 없었던 도시인 코베에 살기 시작하고 1년.
직장에 들어가서 새로운 일을 해보기도 하고, 퇴사도 했다. 소심한 내가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공간인 블로그에 글을 쓰기도 하고, SNS도 하고 스스로 신기하다. 그리고, 다른 사람한테 받는 걸 정말 못하는데 갑작스럽게 회사를 그만두고나서 정서적으로 남자친구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나도 변했고, 이 모든 게 참 감사하다.
그릇이 간장종지라 앞으로 나에게 무슨 변화가 생기고 또 무슨 일들이 일어날지 예측도 못하겠다. 그래도 내가 하루에 해야 할 일들을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막연하게 잘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년에는 꼭 코로나가 종식됐으면 좋겠고, 그냥 그 정도의 마음으로 산다.
예전에 행복에 대해 궁금해서 읽었던 책에서 행복은 결국은 좋아하는 사람 혹은 일을 하며 행복해서 웃는 찰나의 순간이 많이 모이면 모일 수록 행복한 인생이 되어 간다고 쓰여 있었다.
10대때처럼 굴러가는 낙엽에 꺄르르 웃을 수는 없지만, 그 책에서 나온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더 많이 웃어야지. 성공한 사람을 따라 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찌 저찌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코베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현듯 산책 (2) | 2020.12.06 |
---|---|
2020년 12월 1일. (0) | 2020.12.02 |
고베, 평범한 11월, 하루하루. (0) | 2020.11.13 |
오사카 런던 내셔널 갤러리전 관람과 키티하마 모토커피. (0) | 2020.11.11 |
고베 한국 슈퍼 <서울마트> 김치찌개가 먹고 싶은 날 (2) | 2020.1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