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베 일상

코베직장인 소개글

인귀 2020. 2. 1. 22:44

해외에서 살아보겠다고 비교적 늦은 나이에 일본 생활을 시작한 이후 하루 하루 모두 나에게 의미가 있었지만 컴맹이라는 치명적인 이유 때문에 사진이나 글, 나중에 찾아볼 수 있는 아무런 기록도 남아 있지 않아 가끔은 아쉬움이 있었다. 애써 SNS보다 내 스스로가 일상을 즐기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최근 생각이 바뀌는 계기가 생겼다.

 

 

꼭 가고 싶었던 코베 루미나리에 일루미네이션을 지나가면서 먼발치에서 봤다... 이 날 되게 슬펐었다...

 

그 계기는 이직을 하면서 코베라는 도시로 이사를 오고, 여러가지로 여유가 없어 집과 회사만 반복하는 일상을 보낸 것. 하루에 내가 해야할 필요가 있는 말들 (회사 업무상 대화)이외에 해야할 필요가 없이도 하는 말들 (수다)이 사라졌다. 그러다보니 웃는 일이 점점 없어졌다. 주말에라도 바깥에 나갔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고 친구도 가족도 없는 낯선 곳에서 나에게 마음의 우울감이 찾아왔다.

 

아주 조금씩 스며드는 우울감에 익숙해져 가던 어느 날, 평소 점심을 먹고 산책하는 습관이 있는데 이 곳 저곳을 다니다 아주 멋진 거리를 발견했다. 회사 동료에게 나중에 이사가면 참고하라고 코베에서 살기 좋은 동네들을 소개 받았다. 한국 식당이 여기저기 엄청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관심이 생기니 바로 근처에 겨울 스포츠를 즐길 스키장이 있고 여름에 놀러갈 해수욕장이 있다는 것도 찾아냈다. 내가 좋아하는 산도 집 근처에 있다.

 

 

 

누노비키 폭포있는 산 올라가다가 길을 잘못들어서 한 숨 쉬면서 찍은 코베시내풍경 

 

내가 원래 있던 곳인데, 생각이 바뀐 것 만으로 우울감이 사라지고 내 안의 활기가 돌았다.

 

집과 회사만 오가기에는 코베는 너무 멋진 곳이었다는 걸 새삼 깨달으면서 뭔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도 정리하고, 티스토리 블로그도 가입했다. 오늘 2020년 2월 1일, 퍼스트데이. 

 

이렇게 소개글을 남긴다. 티스토리에 익숙하지 않아 글쓰기 버튼을 찾는데 한참 걸리고 프로필 사진을 바꾸는 방법을 못찾아 어플리케이션을 깔아 프로필사진을 바꿨지만, 오늘 블로그를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앞으로 코베직장인의 이야기를 써나가야지.

반복되는 뻔한 일상이어도 나중에 그게 얼마나 그리워질지 이미 여러 경험을 통해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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