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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한한커플, 혼인신고 하기

인귀 2020. 12. 25. 18:00

나는 원래 한국에 돌아가서 혼인신고를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로 전혀 한국에 가지 못하게 되면서 한국에서 혼인신고 하는 방법을 알아보게 되었다. 

 

한일커플도 한한커플도 일본에서 혼인신고 하는 방법은 같은데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인터넷에 검색하면 자신은 이렇게 했다는 식의 의견이 워낙 분분해서 자기가 속한 지역의 영사관에 문의하는 게 제일 좋다.

 

 

두사람의 시간

우리는 오사카에서 우연히 만나서 고베에서 같이 살기 시간을 보내며 12월에 결혼을 하기로 했다. 두 사람이 보낸 시간은 꼬박 2년이었고, 두 사람의 연애를 시작한 지 730일이 되는 날 새로운 1일이 시작되었는데, 그게 바로 결혼 생활이었다. 

 

나는 날짜가 굉장히 중요해서 많이 서치했었는데 결혼하는 날이라는 것은 혼인신고서를 제출하는 날을 기준으로 한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이던 일본이던 상관없이 혼인 신고 서류를 제출한 날짜가 결혼이 성립되기 때문에 그 날을 결혼 기념일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나는 결혼식을 안올려서 그렇게 했지만, 부부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달라서 결혼식을 올린 날을 결혼 기념일로 하고 싶으면 그것도 상관없다고 한다.

 

 

혼인 신고

혼인 신고를 하기 전에 내가 사는 지역인 고베의 영사관에 두번 방문해서 문의를 했고, 설명을 친절하게 들을 수 있었다. 먼저 일본에서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첫 번째 일본에서 혼인신고 하는 방법

일본에서 혼인신고를 한다 -> 혼인이 성립된 일본의 서류를 한국 영사관에 제출한다.

 

두 번째 일본에서 혼인신고 하는 방법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한다 -> 혼인이 성립된 한국의 서류를 일본 구청에 제출한다. 

 

첫 번째 방법이 거의 보편적이며 한일 커플은 저 방법을 거의 선택한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는 한한 커플이고 한국에서 먼저 혼인신고를 하고 싶었고, 한한커플은 이 방법을 선택하는 경우도 꽤 많다고 들어서 나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해서 한국에서 먼저 혼인신고를 하기로 결정했다. 

 

 

혼인신고서

그럼 내 경험을 토대로 일본에서 한국 혼인신고 먼저 하는 방법을 알아보자면, 먼저 혼인신고를 위한 서류인 남편과 부인의 각각 가족관계증명서와 혼인관계증명서가 필요하다. 이 서류는 나는 영사관에 가서 서류를 신청해서 금액도 지불해야 했고, 2,3주가 걸린 후 찾으러 가야 하는 수고가 있었다.

 

해당 서류는 공인인증서가 있으면 인터넷으로도 발급이 가능하다. 그 방법이 더 편하고 좋지만 내 경우는 공인인증서 사용이 불가해서 직접 서류를 발급 받았다.

 

서류를 발급받았다면 혼인신고서를 작성해서 같이 영사관에 제출하면 혼인 신고 완료인데, 혼인신고서를 작성할 때 조금 난감한 부분이 증인 2명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이면 가족이나 친구에게 부탁하면 되지만 일본에서 한국인의 서명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조금 시간이 걸렸다. 일본인의 서명이 되는지는 모르겠는데 주민등록번호를 써야 하고 한국 서류이기 때문에 나는 한국인 2명의 서명을 받았다. 

 

한한커플 혼인신고 하는 방법을 순서대로 정리해보자면

1. 가족관계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준비

2. 혼인신고서 작성 후 서류와 함께 영사관에 제출

 

이렇게 하면 2~3주 뒤에 한국에서 혼인신고가 되었다는 서류를 발급 받을 수 있게 된다. 

 

 

흐린 하늘

미리 서류도 준비해놨고, 혼인신고할 날짜 전까지 혼인신고에 필요한 증인 2명의 서명도 받았기 때문에 정해진 날짜에 혼인 신고를 하러 영사관에 가는 길에 갑자기 비가 내리고 하늘도 흐리고 굉장히 이상했다 날씨가. 내 운명의 복선과도 같았던 날씨. 영사관에서 정말 기분 상하는 일이 있었다. 

 

 

혼인신고서

서류는 전부 준비되어 있고 미리 혼자 가도 신분증과 인감이 있으면 된다고 해서 혼자 혼인신고를 하러 갔는데, 미리 혼자서 신고해도 되는지 문의했을 때 된다고 들었었고 인터넷으로 찾아봤을 때도 한국과 일본 모두에서 혼자서도 혼인신고가 가능하다고 들었다. 

 

그런데 막상 혼자 혼인신고를 하러 갔을 때 불가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날 결혼을 하고 싶은 날짜로 정해놓고 서류를 제출하러 간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난감했다. 그러나 처리를 해주셔서 결국 혼인 신고를 할 수 있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절대 잘못된 안내를 할 리가 없다부터 시작한 담당하시는 분의 말씀이 굉장히 상처가 됐다. 절대 내가 안내를 잘못 들었고 자신들이 이미 결혼을 했기 때문에 잘못된 안내는 할 리가 없으며, 어떻게 이렇게 중요한 서류를 혼자 와서 낼 생각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나 이번에는 처리해주지만 앞으로 애기 낳을텐데 출생신고할 때는 절대 혼자 오면 안된다는 말들을 하는데 나는 쏟아지는 말들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서러운 마음에 서서 눈물만 뚝뚝 흘렸다. 

 

우는 나를 보며 이런 일로 울면 험난한 세상 어떻게 살거냐는 말까지 모두 다 상처가 됐다. 악의가 없이 한 말들인 건 충분히 알지만 좋은 날이었기 때문에 혼자 서러워진 건지 영사관에서 역에 내려가는 길 내내 울면서 마음이 진정이 안됐는데 남자친구에게 전화해서 이야기하고 나니 마음이 좀 진정이 됐다. 

 

 

개어가는 하늘

마음이 좀 진정되고 하늘을 보자 거짓말처럼 하늘이 개어가고 있었다. 정말 내 기분이 날씨에 모두 반영돼서 갑자기 웃음이 났다. 제대로 액땜했구나, 하고 저녁에 맛있는 거 먹으러 가서 기분 좋은 생각만 했다. 앞으로는 좋은 일만 많이 생기려나보다 마음을 다잡았다. 

 

 

결혼반지와 겹쳐있는 두 손

그리고 혼인신고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12월 14일 나는 유부녀가 되었다. 실감은 나지 않지만 결혼반지를 끼고 외출을 할 때마다 결혼 반지의 무게가 느껴져 새삼 '이게 결혼의 무게인것인가?' 하면서 천천히 적응해가고있다. 

 

지금은 문서접수증을 받은 상태이고, 2,3주 지난 후에 한국에서 온 혼인신고가 완료된 서류를 받으면 일본 구청에 신고하러 가는 내용을 포스팅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