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친구랑 우리 동네에서 놀기 :)
우리동네~ 카스가노미치 (?) 핫또코오베 (!) 와키노하마카이간도오리(.)
ㅋㅋㅋ
우리 동네에 맛집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친구에게 들으니 유명한 가게라고 한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카이센동 海鮮丼 이 500엔이라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기 때문이다.
원래 11시 반에 오픈인데, 워낙 대기줄이 길다고 들어서 11시가 되기 전에 미리 가게에 갔다.
도착하자마자 눈에 들어온 점심 메뉴 완판 소식. 11시 반에 오픈인데 무슨일인지 싶어 안에 빼꼼 살펴보니 사람들이 있길래 조심스럽게 여쭤보려고 들어갔다.
일하시는 분 말씀으로는 보통 8시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고, 10시가 되면 먼저 들어와서 기다릴 수 있게 한다고 한다. 그때 이미 완판이 되고, 11시 반부터 식사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럴수가... 아침 8시부터라면, 우리 집 앞 공원에서 낚시해서 회를 직접 떠 먹어도 될 것 같은데, 다들 대단하다. 그리고 너무 재밌다. 얼마나 맛있길래 그렇게 기다리는걸까 궁금하기도 했다.
나에게 설명을 하는 분은 나같은 사람한테 설명하는게 익숙해 보였고, 그러고보니 안에 계신 분들 모두 식사 안하시고 앉아서 기다리고 계셨다. 아쉽긴 하지만 재밌는 이야기를 들어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역 가까이에 있는 쿠라즈시에서 점심을 먹었다.
쿠라즈시 맛있어, 일찍 갔더니 대기도 안하고 좋았다.
영화 すばらしき世界 를 보고왔다. 명작이다. 한국에서 개봉하면 <근사한 세상>으로 나올까? <찬란한 세상>? <아름다운 세상>? <눈부신 세상>? 괜히 혼자 이것 저것 대입해보기.
영화 스바라시키세카이의 감독은 니시카와 미와 西川美和 로, 여성감독이라 여성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라 불리는 모양이다. 그 전 작품들은 본 적은 없었는데, 이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길 정말 잘했다고 영화를 보고 나오는 내내 생각했다. 분명히 내 짧은 집중력으로 집에서 봤으면 재미를 못느꼈을거다. 영화의 깊이도, 장면 하나하나의 의미도 몰랐겠지.
영화를 보는 내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지나간 장면들에 감탄했는지 영화에 대해 할 말이 너무 많다.
이야기는 살인죄로 오랜 시간을 감옥에서 보낸 주인공이 출소를 하면서 시작된다. 그의 감옥에서의 생활에 대해 담겨 있는 신분기록장 身分帳 (원작의 제목이기도 하다) 에 흥미를 가진 방송국 관계자한테 연락이 오기도 하고, 면허나 취업에 도전하기도 하지만 전과자가 살기에 삶은 팍팍하다.
되는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그런데 그러는 와중에도 신원보증인인 변호사의 도움을 받고, 슈퍼마켓 주인과 친분이 생기기도 하고, 모든 게 지쳐서 기댄 후쿠오카의 친구에게 대접을 받기도 한다.
정말 살기 힘든 세상인데, 그 안에 살아 있는 사람들은 따뜻하고 정스럽다. 그게 되게 아이러니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쩌면 주인공이 다시 살인자의 모습, 범죄자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순간들을 보여주지만 그는 사회에 물들기로한다. 눈 앞에 불의를 참지 못하고 약자를 돕고 싶고 경찰에 붙들려가는 친구에게 무조건 달려가야만 하는 그는 부조리를 참아내는 게 힘들다.
영화에서는 도망가는 것이 나쁜 방법이 아니라고 PD와 변호사가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장애인을 놀리는 직장 동료에게 말 한마디 할 수 없는, 그것이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도대체 뭐가 정답인지 가슴을 치게 만든다.
그리고 자신을 보며 코스모스를 건네는 장애인 동료 직원을 보고 벅찬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는데, 아마 이때 주인공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 알 수 없다. 자신의 신념을 버리면서 세상에 녹아든 것에 대한 복잡한 마음인건지, 도와주지 못한 미안함인지...
어찌됐든 그는 그렇게 원하던 취직을 했고, 이제는 안정적으로 운전도 할 수 있다. 자신이 사랑했던 전부인에게 전화가 걸려와 편하게 이야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 비를 피해 빨래를 걷는데 계속 안좋았던 건강이 결국 발목을 잡고 만다.
그는 행복하게 죽었다고, 그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는 사회에 녹아 살았고... 사람들도... 그냥 모든게 그에게 아름다운 세상이 되었을 때였으니까. 그렇지만 그를 보는 사람들이 행복하지가 않지, 안타깝고 슬프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는 그가 범죄자가 된 과정이나 성격이 난폭해 진 것에 대해 어릴 때 엄마에게 버림받은 내용이나 다시 자신의 엄마를 찾는 걸 보여주는데, 나는 부모가 개차반이어도 충분히 훌륭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 타입이기 때문에 이거 관련해서는 크게 드는 생각은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엄마를 찾고 싶어하는 그의 심정에 대한 많은 장면들이 영화에서 불필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메시지를 받아들였을 것 같다.
결국 영화는 그렇게 끝이 나는데 야쿠쇼 코지의 연기도 감독의 영화 연출도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 때문에 2번 보는 일은 없을 것 같지만, 하나하나 장면들에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정말 좋은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친구와 영화 이야기를 하려고 베라에 갔다. 우리나라에서는 베라나 베스킨이라고 부르는 베스킨라빈스, 일본에서는 31이라고 부른다.
아이스크림 맛이나 사이즈 종류도 한국과 차이가 난다.
엄청 열심히 뭐 먹을지 두개 정해서 줄서서 기다렸다가 내 차례가 되었는데 내가 고른 뉴욕치즈케이크는 품절이었다. 굉장히 당황스러웠지만 빠른 판단력으로 피스타치오와 초콜릿 딸기 맛의 아이스크림을 선택했다.
내 뒤에 기다린 사람도 뉴욕 치즈 케이크를 골랐던데 그 사람도 주문할 때 품절 이라고 듣고 당황해했다. 속으로 저도 그거 시켰어요~ 말해주고 싶었지만 조용히 자리로 갔다.
피스타치오 맛있다. 지금 베라 행사중이라서 3번 아이스크림 사 먹으면 파우치 주는데, 필요도 없는 파우치가 너무 갖고 싶다... 아이스크림 또 사먹으러 갈까 고민중이다.
즐거웠던 주말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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