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답답하고 조급했던 시기가 2달 있었고, 아무리 책을 읽어도 주변에서 좋은 말을 들어도 나아지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3월 1일.
베란다에 심은 지 한달이 지난 깻잎 씨앗에서 새싹이 돋아났다.
여느 때처럼 물을 주려고 나간 베란다에서 고개를 빼꼼히 내민 새싹들을 발견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아직 쌀쌀한 날씨에 어떻게 새싹이 돋았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고마웠다.
그 작은 기쁨이 내 마음에도 싹을 텄는 지 행복하고 기분좋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 차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눈치 채지 못했는데, 갑자기 내 기분이 왜 이렇게 둥둥 뜨는거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돌이켜 생각해보니 모든 건 새싹에서 시작되었다.
친구에게 소개 받은 구직 사이트에서 구직 자리를 알아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일을 할 지, 또 무슨 일이 앞으로 벌어질지 모른다는 건, 지금의 나는 무엇이든지 될 수 있는 사람이구나.
그렇게 생각하자 그 전까지 직업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미래에 대해 불안했던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그 선택권은 내가 가지고 있다.
게다가 지금 이렇게 쉬면서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3월의 하루는 읽는 책도 너무 재밌었고, 밥을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뚱땅띵땅 피아노 연습을 하고, 써 놓은 글을 다시 읽고 정리해 보았다.
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슈퍼에서 장을 보고 오는 길에 노부부께서 간사이 슈퍼 가는 길을 물어보셔서, 조금 설명해 드리다가 길이 보일 때까지 모시고 가 길을 알려드렸다. 날씨가 좋다고, 나도 슈퍼에서 장을 보고 오는 길이라고 조금 이야기를 나눴다.
바이바이 하고 돌아오는 길이 행복했다. 역시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때 가장 기쁘다.
돈으로 행복이나 긍정적인 마음을 살 수 없다. 그건 불가항력이다.
나는 누군가를 도와서 더 기쁘고 싶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남들을 도와주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런 생각의 끝에서 부자가 되어야 할 동기가 생겼다.
그리고 밤에는 가스렌지 위에 뭐가 있었는지 형태도 안보이는 게 불이 붙어서 갑자기 온 거실에 검은재가 붕붕 날아다니고 난리가 났었다. 그 붕붕 날라다니는 재들을 한참 보는데 뭔가 되게 영화 같았다.
쓰레기같은 재가 예쁘게도 왜인지 예쁘게도 붕붕 날라다녀서 그랬다.
그걸 보면서 웃음이 났다. 물론 걸레질 할 때는 웃음이 안났지만.
그리고 다음 날은 새싹이 조금 더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새싹은 세쌍둥이처럼 옹기종기 모여있기도 하고, 귀여워 죽겠다. 여러모로, 생각이 많은데 모두 핑크빛이다. 그래서 하루가 너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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