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베 일상

고베일상 - 소소하게 짜증나는 것들과 기분 좋은 것들.

인귀 2021. 3. 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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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하로워크에 가야 하는데 비가 내렸다. 원래 자전거를 타고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걸어가야해서 40분이 걸렸다. 편도로 150엔 아끼려고 열심히 걸었더니 다리가 아파왔다. 장화를 신었는데도 발이 축축해져서 혹시 발에 물집 잡히는 거 아닌 지 걱정했더니 집에서 보니 멀쩡하다.
 
노선이 다르다보니 전철을 타도 20분 넘게 걸리는 거리라서 전철 타기가 아깝다. 사실은 짠순이라서 그렇다. 
 
하필 하로워크 가야 하는 날에 비가 내렸다. 
 
 

한국 치킨

한국도 엄청 빠르게 변하지만 전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일본도 살다보니 '일본이 이런다고?' 놀랄 정도로 점점 변하는 게 느껴진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우버이츠 이용자가 엄청 많아지더니, 한류 붐을 타고 고베에도 한국 치킨을 파는 가게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 집 바로 앞에 배달 전문 한국 치킨 가게가 생겨서 바로 시켜먹었는데 시키자마자 음식이 다 만들어졌다고 했을 때 뭔가 쎄하더니, 내 입에는 정말 맛이 없었다. 
 
한국에서도 외국음식을 팔 때 현지화 해서 파는 것처럼 일본도 일본인들의 입에 맞춰서 뼈 치킨을 안팔고, 바삭함이 적다(? 이건 기술의 차이인지 모르겠다). 본격적으로 장사하는 곳이 특별한 곳이라 고베에서 파는 치킨들은 다 치킨 무도 없고, 그냥 한국치킨의 소스들이 인기다보니 그런 소스를 묻혀 파는 걸 한국치킨이라고 하고 파는 것 같다. 
 
일본인이 맛있게 먹는다면 상관없지만 한국에서 진짜 맛있는 치킨 먹고싶다. bhc나 노랑통닭 후라이드 먹고싶다.
 
 

민폐

1층에 오토락이 없어서 정기적으로 종교 관련 되신 분으로 추정되는 여성분이 오셔서 띵동을 누르시는데, 당연히 안나가는데 기분이 나쁘게 문에다가 대고 중얼거리면서 기도를 한다. 
 
무슨 내용인지 모르니까 나가서 그러지 말라고 한마디 하고 싶은데 요즘같은 세상에 원한을 사는 게 두려워서 그냥 지나가면 몰래 나가서 굵은 소금을 조금 뿌리고 들어 온다. 
 
1층에 오토록 생겼으면 좋겠는데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10세대 사는데 150만엔 비용 발생한다고 ...
그냥 저 분이 또 우리집에 안오셨으면 좋겠다. 
 
 

뭐하는 사람이야...

메르카리에 영어 책을 팔려고 내놨는데 어떤 사람이 코멘트를 20개 가까이 적으면서 배송 방법을 바꾸라는 댓글을 달았다. 처음에는 그냥 넘기려고 했는데 내가 대답을 하지 않으면 코멘트 봤으면 대답하라는 내용의 댓글까지 쓰면서 자꾸 배송 방법에 대해 아는 것은 기본이라고 알려주는 것이다.
 
저 사람이 나한테 왜 저러지 무섭기도 해서 밤에 악몽까지 꿨다. 밤잠을 설치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저런 사람은 차단하는 기능이 있다고 해서 바로 차단 ブロック 했다. 
 
한국도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에 이상한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사이버 세상에서는 항상 조심해야겠다. 
뭔가... 얼굴도 안보이고 이름도 모르지만 괜히 무섭다. 
 
 

글씨 연습

오랜만에 글씨 쓰기 연습을 했다. 내가 지금 나한테 제일 해주고 싶은 말, 아니아니. 내가 진짜라고 믿고 있는 말을 적었다. 
 
나는 무엇이라도 될 수 있다! 
내가 원하는만큼 행복할 수 있다:)
 
진짜 그럴 수 있다는 나의 가능성을 믿는다. 
느낌 왔다. 
 
두가지 버전으로 계속 써보다가 언니가 이게 낫다고 해서 이걸로 벽에 붙여놨다. 
 
 

책장 정리

뭔가 더럽지는 않지만 깔끔하지도 않았던 책장을 정리했다. 먼지가 많아서 먼지도 닦아주고 읽은 책과 안 읽은 책도 나눠서 정리했다. 
 
보관하고 싶은 책이 아니면 팔아버려서 책이 많지는 않지만, 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만 갖고 있는거라 참 좋다. 
 
거실에도 몇 권 더 있다. 대부분 한국 책. 
 
 

초코 시리얼

100엔 조금 넘는 굉장히 저렴한 초코 시리얼이 있는데, 간식으로 우유에 말아 먹으면 꿀맛이다. 초콜릿은 엄청 고급스러운 맛도 맛있지만 싸구려틱한 맛도 맛있다.
 
당분 충전 되는 달달한 맛.
 
이번에 새로 산 숟가락이 엄청 사이즈가 큰데 시리얼 먹을 때 우유가 가득 들어와서 너무 좋다.
 
 

필사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동화 책 100만번 산 고양이 100万回生きたねこ 를 필사했다. 읽으면서 또 울고, 다음날 읽으면서 또 울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의 힘이 대단하다. 
 
3번째 다시 읽을 때 부터는 눈물이 안나길래 거실 테이블 밑에 꽂아놨는데 나중에 생각 나면 또 읽어야겠다. 
 
 

마우스

바보같이 고장난 마우스를 계속 붙들고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었다. 잠깐 이러겠지 이러면서 몇 달을. 
 
그러다 문득 '어 이거 진짜 고장났다!!!!'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야마다덴키 가서 마우스를 하나 사왔다. 커서가 잘 움직이는 게 속이 다 시원하다. 그래~ 이거지~ 
마치 마우스를 처음 사용해 보는 사람처럼 기쁘다. 
 
1080엔 저렴한 가격에 최고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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