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베 일상

충분히 행복한 나

인귀 2022. 4. 5. 22:56

회사일이랑 인간관계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몇 달간 우울함이 극에 달한 상태였는데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다. 

생각해보면 나는 언제나 우울했고 언제나 행복했다. 

그냥 그게 나다. 다만 미래의 내가 또 다시 우울해지면 보라고 쓰는 우울하지 않아도 괜찮은 충분히 행복한 이야기들을 기록하려고 글을 쓴다.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가끔은 그걸 알면서도 부정적인 생각을 극단적으로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서 고치고 싶다. 

인간이 지긋지긋 하면서도 인간한테 위로받는 이중적인 내가 싫지만 어쩔 수 없는 내가 그런 인간이라면, 인간에게 얻은 좋은 기억들을 기록해두고 싶다. 나중에 금방 까먹으니까. 

 

 

ヤンさんがやさしかった

서비스직... 주변에서 정말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백만 번도 더 들었는데 막상 해보니 녹록지 않았다. 힘들고 고되고...

근데 즐거운 일도 분명히 있다는 거. 

 

손님들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때 가식이나 영업 토크가 아닌 진심으로 기쁜 순간들이 분명히 존재했었다. 

 

얼마 전에 체험 레슨 온 손님이 체험 레슨 신청한 이유가 지나가다가 궁금해져서 들러본 학원에서 내가 응대를 너무 친절하게 해서 체험 레슨을 신청했다면서 앙케이트에 체험 레슨 신청한 이유를 나로 적어 주셨다. 

 

나는 그 사람이 기억도 안나는데 그 사람들은 나를 좋아해 준다. 이런 사람들은 사실 많았다. (무슨 자랑이냐 싶냐만은)

나는 얼굴도 이름도 기억 안나는데 다짜고짜 내 이름을 부르며 나를 찾는 사람들. 고맙고 또 고마운 마음이 든다. 

뭔가... 나는 항상 나를 책망하고 세상에 일어나는 문제의 모든 원인을 내 탓 하기에 급급한데 

니 잘못이 아니라고, 너는 잘하고 있다는 말을 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키즈 레슨 오신 어머님이 한국을 좋아한다면서 수다를 떨다가 백 명이면 백 명이 하는 나의 일본어 칭찬 타임(진짜)에서 내가 겸손을 했다. 원래는 그냥 겸손만 하고 마는데 그날은 정말 너무 우울했는지 평소에는 하지 않는 말까지 했다. 

 

나는 일본어를 너무 못해서 항상 사람들한테 민폐를 끼치는 존재라고.

 

그러자 어머님이 나를 격려해주고 싶으셨는지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양상은 대단하다고, 남의 나라에 와서 이렇게 유창하게 대화를 하고, 영어 공부도 하고 있고, 진취적이고 훌륭한 사람이라고. 나는 내 딸한테 양상 같은 어른으로 크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진짜 그 자리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 어머님은 나의 자존감지킴이로 하늘에서 보내신 분인가?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말았는데, 사실은 돈이라도 지불하고 싶을 정도였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말의 값어치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선물로 받은 티

일은 드럽게 힘들고 인간관계도 머리 아픈 와중에 손님들과의 대화에서 행복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어서 스태프 일이 아니라 특별 레슨을 한번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와주신 손님이 너무 재밌었다고, 너무 고맙다면서 귀여운 애플 티를 선물로 주셨다. 

 

나는 당연히 할 일을 한 것 뿐인데 나를 칭찬해주고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너무 고맙다. 

 

 

오랜만에 날씨 좋아

지금은 빠그러졌지만 회사를 정리하고, 5월에 한국에 가려고 했었다. 그때 내가 한국에 간다고 말하자 나를 반겨주는 진심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우울해서 동굴에 숨어 있다가 간신히 고개를 들고 뻐끔뻐끔 근데도 정신 못차리고 우울에 취해 있을 때 

나한테 너는 진짜 좋은 사람이라고, 내가 본 사람 중에서 너는 정말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사람들.

니가 우울할 때 언제든지 그게 뭐든지 다 말해달라고 하는 사람들. 내 우울을 들어주겠다고 하는 사람들.

내가 좋은 일이 생기면 울면서 기뻐해주는 사람들.

 

너무 보고 싶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겨울과 봄의 조우

정말 정말 집에서만 쳐박혀 있다가 벚꽃이 피는 지도 몰랐다.

그러고 보니 봄이다. 그러고 보니 4월이 시작됐다. 

 

올해는 벚꽃 놀이는 못갔다. 

잘 먹지도 않았던 동네에 50엔짜리 붕어빵을 줄서서 사서 먹었다.

올 겨울 첫 붕어빵일지도 모르겠다. 

 

위의 사진은 겨울과 봄의 조우다. 정말 멋진 사진이다. 

 

아직은 겨울 코트를 입고 있지만 조금씩 밖으로 나가고 있다. 지금보다 더 괜찮아지고 있는 중이다. 

 

 

1500엔짜리 코알라의 마치

얼마만이지? 외출이라는 걸 했다. 회사가는 것 빼고!

회사 극 혐. 얼른 정리하고 다음 스텝으로 날아가고 싶다. 

 

산노미야에서 친구를 기다리다가 심심해서 ナムコ 오락실에 갔는데 코알라의 마치 동키 가면 하나에 백엔도 안하는 거를 1500엔이나 투자해서 꼴랑 하나를 뽑았다. 

 

어떻게 저 많은 코알라의 마치 중에서 딱 하나만 떨어졌지 싶은데 하나도 못 뽑은 것보다 행복했다. 

 

1500엔짜리 코알라의 마치라면서 사람들한테 고급 과자라고 소개하고 다녔더니 다들 웃었다.

집에 가서 아껴먹어야겠다 싶었다.

 

 

행복 계획표

집에 있으면서 행복 계획표를 짰다. 특별할 건 없다. 그냥 평소에도 내가 신경쓰고 있는 것들.

운동...은 빡센 운동을 하면 좋겠지만 그렇게는 못할 것 같으니 최소한 걷기 운동이라도 하자 스트레칭이라도 하자 싶었다. 

 

글쓰는 것도 조금이라도 쓰자... 싶어서 오늘 오랜만에 블로그에 끄적이고 있는 거다.

핸드폰... 핸드폰 잠금 박스라도 사야 하나... 집에 있으면 핸드폰을 너무 무의미하게 만진다. 차라리 핸드폰을 만져서 재밌는 일이 있거나 웃거나 하면 좋은데 그냥 무표정으로 무의미하게 핸드폰만 만지는 시간을 좀 줄이고 싶다. 

 

귀찮다고 인스턴트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한끼를 먹더라도 되도록이면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에만 틀여 박혀 있으면 더 우울해지니까 약속도 많이 만들고 약속 없어도 꼭 밖에 나가서 해를 봐야겠다.

이제 날씨도 좋아지니까 더더욱!

 

영어는 자기 전에 하고 한자는 아침에 하는데 거의 매일하는 대신 진짜 조금씩 한다. 그래도 꾸준히 하려고 노력중이다. 

또 영어는 모임을 만들어서 사람들이랑 제대로 모여서 공부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책 읽는 건 당연한거고,

요새 피아노 연습 진짜 안한다. 피아노도 조금이라도 꾸준히 해야지.

 

그리고 중요한 거, 내 마음 케어.

힘들다 짜증난다 싫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막는 게 불가능 하다면 의도적으로 하루에 한번 시간을 내서 좋은 생각하고, 명상해야겠다. 그리고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 생각은 최대한 줄이고 (힘들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생각 꼭 하루에 한번씩 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려고 노력해야겠다.

 

요새 진짜 인간이 부정적이어서,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그래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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