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

영화 <1923년 9월> (원제 : 후쿠다무라 사건 福田村事件) 감상 후기

인귀 2023. 11. 2. 09:00

영화 <1923년 9월> (원제 : 후쿠다무라 사건 福田村事件) 을 알게 된 건 2023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뉴 커런츠상 (아시아영화 경쟁부문  최우수작) 을 탔다는 기사를 보고 나서였다.

 

일본에서도 개봉하나? 하고 찾아보니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곳에서 하루에 한번이기는 해도 상영을 하고 있어서 상영이 끝나기 전에 얼른 보러 갔다 왔다. 

 

 

후쿠다무라 사건

영화 <1923년 9월> (원제 : 후쿠다무라 사건 福田村事件) 의 감독은 모리 테츠야로 내가 굉장히 인상깊게 봤던 영화 <신문기자>의 실제 모델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영화화한 <나는 신문기자다>를 만든 사람이었다. 

 

일본에서 부정적인 여론을 만들 수 있는 내용들의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 괜찮을까 싶은 마음이 든 것도 사실이다. 

 

출연진은 누구나 알만한 사람들이 엄청 많이 나온다. 독립영화인데도 정말 출연진이 화려하다. 

이우라 아라타, 타다카 레나, 에이타, 히가시데 마사히로 등등 눈에 익은 배우들이 많이 보였다.

 


 

관동 대지진이 일어난지 100년이 지났다. 

도쿄, 요코하마, 치바현 등 관동 지역에서 일어났던 엄청 큰 피해를 끼친 지진으로 나무위키에서 봤는데 관동 대지진의 사상자, 부상자는 동일본 대지진의 6배, 고베 대지진의 16배였다고 한다. 

 

엄청난 규모의 대지진이 있었고 목재로 지은 건물들에 화재가 엄청나게 많이 났으며 정말 큰 피해를 끼친 사건이었다.

이 관동 대지진이 관동 대학살로 이어지게 되는데 관동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일본 정부가 사람들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마을의 자경단을 결성하게 하고 이때 조선인들이 폭동을 일으키고 불을 지른다, 조선인들이 독을 우물에 풀었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엄청나게 퍼져 대학살로 이어지게 된다. 

 

영화는 이 당시 실제로 발생했던 사건, 후쿠타무라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관동 대지진 이후 조선인들을 학살하는 과정에서 조선인들이 발음하기 힘든 쥬고엔 고짓센 (じゅうごえんごじっせん 십오 엔 오십 전) 을 말하게 하며 조선인들을 색출하는데, 

이때 시코쿠 지방에서 온 사람들의 발음이 이상하다는 이유로 조선인이라고 몰아가서 죽여버린 사건이 후쿠다무라 사건이다.

 

 

후쿠다무라 사건

영화를 본 감상은 재밌다였다.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영화에는 굉장히 많은 캐릭터가 나오는데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 인물들이 서로 얽히고 영화가 전개되기 때문에 몰입감이 좋았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어떤식으로 풀어갈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적나라하게 조선인을 학살한 내용을 보여준다. 일본인들이 이 영화를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가 궁금했다. 

 

주인공 부부는 조선에서 조선인을 착취하는 회사 오너의 자녀 부부로 일본에 막 돌아온 사람들이다.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에게 저지른 일들을 잘 알고 있고, 자신들은 다르기 위해서 조선어를 배우기도 했지만 결국 그걸 조선인들을 죽이는데 써버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며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원래 남편은 교사였지만 다시는 교사일을 하지 않겠다고 하며 부인과 함께 후쿠다무라에 적응하며 살려고 한다. 이 캐릭터들은 가장 조선인들을 위하는 캐릭터로 보여졌다. 이 부부는 나중에 에이타 일당이 조선인으로 오해를 받을 때 사람들을 말리는 역할을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에이타 일당은 시코쿠에서부터 전국을 돌아다니며 약을 팔러 다니는 사람들인데 조선인에 대한 감정이라기 보다는 그냥 차별을 싫어한다. 자신들이 돈 벌어서 먹고 사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차별을 받으며 살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러므로 조선인이라고 싫어하지도 않고 조선 사탕을 사기도 하고 약 팔러 다니며 생계를 위해 살다가 나중에 관동 대지진 이후 조선인이라는 오해를 받고 마을 자경단에게 죽음을 당하게 된다. 

 

이때 마을 사람들이 조선인인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조선인이다 아니다 의견이 나뉘는데 에이타가 조선인이면 그냥 죽여도 되냐고 묻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조선인이면 죽인다는 가정하에 조선인인지 아닌지를 설왕설래하는데 에이타는 근본적으로 어떻게 사람을 죽일 수 있냐는 것에 촛점을 맞춰 질문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 시대를 살아가며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질문인 것 같아서 말이다. 

 

그 외에도 전쟁에 나가서 남편이 죽은 부인, 전쟁으로 인해 오해가 생긴 부부, 전쟁에 끌려갔다 돌아왔는데 자신을 괴롭힌 건 일본인들이었다고 얼마나 맞았는지 모른다며 전쟁을 싫어하는 사람, 엄청나게 광적으로 조선인을 싫어하는 사람, 자신의 남편이 조선인들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생각에 빠져 조선인을 싫어하게 된 여자, 맹목적으로 나라의 명령에 따라 조선인 학살을 원하는 마을 사람들 등등 많은 사람들이 나온다. 

 

지진을 표현하는 장면이나 조선인이 직접 등장하는 장면은 굉장히 적었고, 조선인은 조선 사탕 파는 여자 한명이 잠깐 나오는 정도이다. 

영화는 그 상황에서 살아가는 일본인 캐릭터들을 많이 보여준다. 

 

딱 한명 별로인 캐릭터가 신문기자로 나오는 여자였다. 기자로써의 사명감이 강해서 조선인을 학살하는 것을 밝혀야 한다는 정의감이 강한 사람으로 나오는데 이 여기자만 나오면 오버스럽게 좀 현실성이 떨어져 보이는 영화적 캐릭터로 보여서 별로였다. 

 


 

일본인들이 보기에 불편한 내용일텐데 이런 내용의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것에 굉장히 놀랐다.

또 영화의 흐름이 캐릭터를 따라 사건이 진행돼서 재밌었다. 

 

상영이 좀 연장되는 것 같기는 하고 영화관에도 사람이 꽤 있었는데 

후기 검색해보니 별로 없고 기사 하나만 봤을 때는 역사학 적으로 접근해서 영화를 분석하는 내용만 있었다. 

 

나는 한국인이니까 일본인이 조선인을 학살하는 내용에 화가 나고 디테일에도 엄청 집중해서 보게 됐다. 

일본에서는 의외로? 각시탈도 인기가 있고 미스터 선샤인 같은 드라마도 인기가 있는 걸 보면 가해자의 입장에서 그 시대에는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