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베 일상

쓸쓸하지만, 찬란했던 어제.

인귀 2020. 7. 1. 20:37

 

집 앞 공원에서

 



코로나의 영향으로 5시에 퇴근했던 회사의 단축근무는 6월까지였다.

그래서, 6월의 마지막 날인 어제. 뭔가를 기념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뭘 기념하는 건지 불분명하지만 괜히 일찍 끝나는 날인데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그런 기분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만날 사람...... 없었다. 아무도.

30대의 외국인 노동자는 혼자여서 쓸쓸했다. 그래서 비 바람을 뚫고 집을 나섰다.


 

스타벅스에서 독서

 


뭔가 매일 집에 있으니까 더 우울해지는 것 같아서, 일단 책을 들고 스타벅스에 갔다.

비도 비인데 바람이 진짜 심하게 불어서 우산타고 날라갈 뻔 했다. 쉽게 날라가지 않고 무사히 집에서 제일 가까운 스타벅스에 갔더니 자리가 없었다.

산노미야에는 스타벅스 많으니까, 바로 앞에 있는 다른 스타벅스에 갔다.

디카페인 소이라떼. 너무 맛있어서 온몸이 짜릿했다. 두통 때문에 참다가 오랜만에 커피를 마셔서 그런지 춤이라도 추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지만, 참고 푹신한 쿠션 자리를 잡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감정은 선택이다

 


<행복한 이기주의자> 책도 어쩜 이렇게 재밌는 걸 픽 했니, 내 자신. 칭찬해.

요즘 뭘 해도 기분이 안좋고, 그 어떤 사람도 싫고 자꾸 지구를 떠나 우주로 가고 싶은 기분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마음가짐을 조금 다르게 할 수 있게 도움을 받았다.

역시 책 좋아. 책 좋아. 진짜. 한국 살 땐 도서관 자주 다녔는데, 일본에서는 한국 책이 귀하니까 한국 살 때 만큼은 못 읽어서 재밌는 책을 읽는 다는게 큰 행복이다.

그리고나서 하이라이트는 심야영화.


 

작은아씨들

 


오랜만에 영화관에 갔는데, 무려 상영관에 관객이 나 뿐이었다.

넓은 상영관에 혼자서 영화를 보니 부자가 된 기분에 신이나서 온 몸으로 영화를 흡수했던 것 같다.

웃고, 주인공한테 감정 이입 돼 울고, 서운해하고, 납득하고. 이 영화를 보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상영관을 빠져 나왔다.

아마 영화관에서 보지 않았다면 집에서 보지 않으려 했거나 관심이 없어서 안봤을 지도 모른다.



 

타모시 샬라메 영화 속 모습 주워온 사진 ...

 


영화 속에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 타모시 샬라메. 그런데 마지막에 갑자기 바비가 되어버려서 좀 속상했지만 주인공을 이해했기 때문에 화가 나지는 않았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원작 소설의 내용이 그렇더라. 그런데 다른 설정은 달라진 게 많던데 주인공 둘이 잘 됐으면 내 마음은 더 좋았을 것 같다.

영화까지 보고 집에 오는 길. 오랜만에 느끼는 행복이 있었다. 분명 나는 어제 쓸쓸했지만, 참 찬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