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베 일상

오랜만에 평범한 주말 일상.

인귀 2020. 6. 7. 21:09

5월말에 일본 전국에 내려졌던 긴급사태선언이 해제되었다. 그러자마자 바로 산노미야나 모토마치, 번화가들은 닫혀있던 가게들이 문을 열고, 답답했던 사람들도 외출을 하기 시작했다.

 

백화점도 열고, 대형 쇼핑몰도 문을 열고, 다들 일상으로 복귀했고, 코로나는 여전히 우리 근처에서 돌아다니고 있겠지만, 나도 참 오랜만에 평범한 주말 일상을 맞이했다. 

 

 

오랜만에 피아노 가는 길. 언덕길.

코로나로 인한 긴급사태로 피아노 교실도 휴업을 해서 두 달만에 피아노 교실에 갔다. 오랜만에 선생님을 만나니 반가웠고, 선생님은 수업은 안하지만 피아노도 치시고, 여러모로 바쁘게 지내셨다고 했다.

 

다만 원래도 뚱땅땡똥 기초 밖에 못했는데, 두 달이나 쉬었더니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서 선생님께 죄송했다. 다시 처음부터 피아노 연습을 하고, 내가 치고 싶은 곡인 'Stand by your man'은 앞부분을 선생님과 같이 연주했다. 

 

아무것도 칠 수 없고, 음표도 모르는 피아노 초보자이지만 선생님이 여름에 발표회에 신청할 수 있다고 알려주셨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발표날이 내 생일이라 뭔가 운명적인 걸 느껴서 고민하고 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새벽에 잠에 깼는데 다시 잠이 오지 않아서, 지난주부터 읽기 시작했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다 읽었다. 그런데 웬걸... 책을 읽다가 너무 울어서 결국 밤에 다시 잠들지 못했다.

 

나는 토마시고, 나는 테레자이고, 또 나는 카레닌을 사랑한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사람이 태어나는 것도 신기하지만, 일단 태어나면 나라도 환경도 어떤 시대를 살아갈지도 선택할 수 없다. 그냥 그 두 사람에게는 서로가 자신을 완성시켜 주는 존재였을 뿐이다. 

 

나와는 다른 시대를 살아간 그들을 내가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너무 좋은 책. 

 

 

너무 기초적인 단어들... 창피하다

요새 토익공부에 불 타올라서 주말에도 단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토익 다시 시험보면 몇점 나올까... 두렵다. 지금부터 천천히 다시 공부해서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고득점을 노려봐야겠다.

 

토익 책은 내 기준 일본보다 한국이 훨씬 잘 되어 있어서 토익의 기본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해커스 노랭이는 가지고 있고, 기출 문제 같은거 보고 싶어서 토익 커뮤니티도 가입했다.

 

 

 

인터넷 캡처본

 

코로나로 미용실들도 문을 닫았었어서 한동안 미용실을 못가다가 거의 세 달 만에 미용실 예약을 했다. 고베 이사오고 나서 딱 맘에 든 미용실이라 앞으로 여기만 다니려고 해서 똑같은 곳으로 갔다 왔다.

 

지난번에 갔을 때 염색 색을 잘 못골라서 미용사 분이 좀 당황해하셨어서 이번에는 인터넷에서 색깔 잘 검색하고 가서 보여줬는데, 미용사분이 뭐라고 써있는거냐구 물어보셔서 모카 브라운이라고 알려드렸다.

 

똑같은 색이어도 한국이랑 일본이 이름을 다르게 사용하기도 하고, 제대로 염색 될지 걱정됐었는데 맘에 쏙 들게 염색이 잘 됐다. 트리트먼트 포함해서 5500엔. 이것은 돈을 주고 행복을 사는, 소확행. 

 

 

이건 미친 날씨다

매일 흐리고, 날씨가 그다지 안좋았는데, 갑자기 너무 맑은 날이 찾아와서 깜짝 놀랐다. 토요일만 해도 뿌옇고 흐린 날씨 였는데, 파란 하늘이 이렇게나 구름 한 점 없이 예쁘다니.

 

요즘 해를 받으면 뜨거워서 아침에도 더울 때가 있는데, 오늘은 날도 맑고, 시원한 바람이 많이 불어서 정말 기분 좋은 날씨였다.

 

어디 놀러가지는 않았지만, 동네만 나가도 좋아서 오늘 아침, 점심 때, 해지고 나서 세번이나 슈퍼를 나갔다. 바람이 시원해서 너무 기분 좋은 날씨.

 

날씨가 좋은 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행운이고 행복이다.

 

 

불닭볶음면

원래 매운 걸 너무 애정해서 불닭면도 핵불닭볶음면이 아니면 맴다고 느끼지 않았는데, 오늘 저녁에 불닭볶음면을 먹었는데 매콤해서 놀랐다. 너무 매운 걸 안먹어 버릇해서 이제 점점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게 된 것 같다.

 

사실 매운 걸 잘 먹는 다는 자부심이 엄청난 나였는데, '맵찔이'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이 좀 속상했다. 술도 안마셔 버릇 하다보니 점점 못마셔서 맥주 한 캔 정도 마시는 게 주량이 된 것 같다.

 

맥주 중에서는 인기 있는 것들도 많지만 나는 산토리가 입에 잘 맞아서 산토리만 먹는다. 블루 라고 새로 나왔길래 한 번 사 와 봤다. 불닭면이랑 먹으니 맛의 조화가 기가 막혔다.

 

 

웹툰 윌 유 메리미

요즘 뭐 하지 않고 그냥 아무 생각 없고 싶으면 무조건 누워서 유투브로 맛있는 녀석들을 보거나 웹툰 윌유메리미를 정주행 하고 있다. 

 

윌유메리미는 가볍게 볼 수 있어서 좋고, 내용도 너무 달달해서 이미 두번이나 정주행을 했는데도 또 다시 정주행 중이다. 원래 나의 최애 웹툰은 윰세였지만 바비가 떠나고 나서는 애정이 없어졌고, 다른 웹툰들도 시간 나면 많이 보고 있지만 요즘은 윌유메리미 정주행에 푹 빠져있다.

 

 

코베 포트타워

UMIE가 다시 문을 열어서 자전거 타고 우미에 가서 저녁먹고, 메리켄파크 가는 길에 만난 고베 포트타워. 포트타워가 너무 좋다. 내가 영화 감독이라면 메리켄파크를 배경으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남녀 주인공 장면을 꼭 넣고 싶다. 

 

 

 

배경음악 굿

자전거 타고 가는데 버스킹 하시는 분이 포크송 노래를 너무 잘하셔서 잠깐 멈춰서 노래를 들었다. 목소리가 너무 좋으시고 기타 반주와 노래가 너무 잘 어울려서 참 낭만적이었다.

 

인스타에 사진 올려놓고 노래하는 소리가 좋아서 계속 돌려 봤다.

 

 

코베 야경

일요일 10시가 넘었고, 주말이 끝나가고 있다. 아직은 평일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또 주말은 지나가나보다.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하고 싶었던 염색을 하러 미용실도 가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으러 외식을 하기도 하고. 당연한 건데 이런거 다 오랜만이다. 

 

앞으로는 이런 거 또 당연해지겠지. 그래야 되고. 주말이 또 얼른 왔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