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본

코베 여행, 맛집 리스트

인귀 2020. 2. 23. 23:33

2018년 나는 고베에 놀러온 관광객이었다. 후쿠오카에 살던 나는 일본 여행을 오는 언니와 고베에서 만나 같이 여행을 하기로 했다. 후쿠오카에서 회사만 다니느라 늘 외로웠던 나는 언니가 온다는 소식에 신이 나서 고베의 맛집을 알아보고 완벽하게 계획을 짰다. 

 

언니는 도시를 좋아하고 입맛이 고급지기 때문에 마침 할일이 없던 나는 언니를 만족시킬 수 있는 최고의 미식 여행 플랜을 준비했고 여행 마지막에는 언니에게 "이래서 다들 패키지 여행을 다니는 구나!"라는 최고의 칭찬을 받기도 했다.

 

그때 언니와 함께 먹었던 고베에 위치한 맛있는 고베 맛집 리스트를 나도 기억해두고 공유하기 위해 포스팅을 한다.

 

피에르에르메 다이마루 고베점

파리에서 살다 온 언니가 애정하는 피에르에르메. 언니가 나보다 먼저 고베에 도착해 있었는데 나 먹으라고 피에르에르메 마카롱을 사다 줬다. 달콤한 피에르에르메 마카롱은 너무 예쁘고 맛있다. 피에르에르메는 한국에도 매장을 낸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철수한 상태이다.

 

일본의 피에르에르메 매장은 대부분 도쿄에 위치해 있고 그 외에는 카나가와, 나고야, 교토, 고베에 있다. 고베를 돌아다니다가 프랑스의 빵집인 PAUL도 발견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후쿠오카에도 있었지만, 텐진에 자주 안나가서 몰랐었다. 하지만 워낙 고베는 항구 도시라 아주 오래 전부터 해외와의 교류가 활발한 도시로 해외 브랜드 찾는 재미도 많았다. 

 

고베규를 사용한 규동집, 히로시게 규동 (広重)

히로시게 규동, 고베의 명물인 소고기 고베규를 이용해 규동 (牛丼, 소고기 덮밥)을 만든다고 해서 꼭 가고 싶은 맛집이었다. 눈이 예쁘게 내리는 날이었는데 정말 추웠고, 말도 안되게 오래 기다렸다. 2시간 정도 기다린 것 같은데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지만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서 그냥 참았었다.

 

기다리다보니 사장님이 혼자서 요리부터 서빙까지 모든 작업을 하고 계셨고 가게 내부가 굉장히 좁아 회전율이 느린 곳이었다. 운도 안좋은 편이라 우리가 2시간을 기다렸는데 우리 뒷 사람부터 사장님이 너무 추운 날이라 미안하다며 손난로를 나눠줬었다. 

 

여러모로 애증의 감정으로 규동을 시켜 먹었는데 메뉴가 규동밖에 없고 음식을 시키면 고기를 꺼내서 조리를 하시는데 너무 정성스럽고 고기 질이 좋은 게 눈에 보인다. 맛 또한 마쯔야 같은 다른 체인점과 다른 규동으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대기가 너무 길고, 재료가 떨어져서 장사가 빨리 끝나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히로시게 규동에 가고 싶다면 좀 미리 가는 것을 추천한다.

 

줄서서 먹는 고로케, 모리타니 쇼텐(森谷商店)

모토마치역을 나와 다이마루에 가는 길목에 위치한 모리타니 쇼텐. 다른 곳은 주말에 줄이 많이 길어도 평일엔 조금 덜한데 모리타니 쇼텐은 언제가도 늘 줄이 길다. 원래 정육점인데 입구쪽에서 판매하는 고로케가 고베규를 상용해 굉장히 유명하다. 

 

가격도 굉장히 저렴해서 고베 여행에서는 빼먹으면 안될 음식이다. 줄 서면 회전율이 좋아 생각보다 금방 먹을 수 있다. 고로케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감자와 단 맛이 풍부한 기본 고로케나 고베규를 사용했고 짭짤한 맛이 특징인 민치카츠가 인기다.

 

이스즈 베이커리의 빵

일본인들에게도 고베 음식의 이미지는 양식이다. 확실히 오사카에서 흔히 보던 오코노미야키, 타코야끼가 아닌 고베는 빵. 빵이다. 고베 여행을 처음 할 때 사람들의 손에 하나씩 들려 있는 이스즈 베이커리 빵 봉지를 봤었다. 신이 나서 이스즈 베이커리에 가서 빵을 골랐다.

 

하나같이 먹음직스러운 빵들이 한가득한 이스즈 베이커리는 고베의 빵집이다. 특히 방송에서 카레빵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여러 종류가 있고 무엇을 먹어도 카레 맛이 정말 진하고 맛있다. 소고기 힘줄이 들어간 카레빵이 제일 인기 있다고 쓰여 있었는데 계란이 익힌채로 그대로 들어가 있는 카레빵도 정말 맛있다.

 

고베규 스테이크, 이시다 (神戸牛ステーキIshida)

고베 여행에서 반드시 먹어야 할 고베규, 특히 스테이크. 제일 인지도가 높은 곳은 스테이크 랜드라는 곳인데 나는 언니를 좀 더 비싸더라도 맛있고 좋은 곳으로 데려가고 싶어서 미리 이시다 예약을 해뒀다. 이시다는 여러 가게가 있는데 내가 간 곳은 고기를 구울 긴 철판과 몇 개의 좌석으로만 이루어진 무조건 예약제로 운영되는 곳이었다.

 

 

 

서비스도 굉장히 좋고, 무엇보다 고기의 맛이 기가 막혔다. 음식은 코스로 진행되며 테이블에 세팅된 그릇에 구운 음식을 놓아주는데 하나 같이 맛있어서 엄지 척이 저절로 나왔다. 다음에 기회되면 꼭 또 가보고 싶은 가게.

 

코베 명물, 소바메시 長田TANKU筋

고베의 B급 구루메, 소바메시. 일본음식인 야키소바와 밥을 같이 볶은 요리로 다른 지역에서는 없다고 한다. 겨울이라 굴이 올라간 메뉴를 주문했는데 소스와 면, 볶음밥이 잘 어울어져 굉장히 맛있었다. 지역색이 강한 음식은 그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으니까 꼭 한번 먹어보면 좋을 것 같다.

 

야끼샤오롱빠오, YUNYUN

고베에서 빠질 수 없는 관광지 난킨마치에는 유명한 만두집인 로쇼키가 있는데, 늘 줄이 길다. 처음 여행을 갔을 때 로쇼키를 몰라서 지나가다가 야끼 샤오롱빠오 가게인 YUNYUN에 갔다. 이 곳도 꽤 줄이 있었고 맛있어 보였는데 그냥 샤오롱빠오를 좋아해서인지 구운 맛은 익숙치 않아서 엄청 맛있다는 인상은 없었다. 하지만 YUNYUN도 인기 많고 평가 좋은 가게이다.

 

551 호라이 만두

지금은 한큐 백화점이 된, 그 때는 소고 백화점이었던 백화점 지하의 551 호라이 만두, 오사카의 유명한 고기만두이고 겨자 찍어서 먹으면 꽤 맛있다. 시간대에 따라 줄도 꽤 서는 편이고, 선물로도 많이 사는 것 같다.

 

고베에는 맛있는 게 너무 많았구나... 새삼 정리하면서 느꼈다. 여행지가 아닌 터전이 된 코베에서는 관광객이 가는 맛집보다는 수퍼에서 장을 보고 가까운 맛집에서 식사를 하는 일상이 된 것이 사실. 나중에 시간 내서 한 번식 맛있었던 가게들 가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