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본

후쿠오카에서 먹고, 마시고, 힐링하다!

인귀 2020. 2. 17. 23:02

후쿠오카, 큐슈 음식은 일본내에서도 맛있기로 유명하다. 물론 오사카도 먹거리로 유명한 곳이지만 느낌이 살짝 달라서 후쿠오카는 식재료가 깨끗하고 신선하고 맛있다는 인식이 있다. 오사카는 타코야키, 오코노미야키 같은 일본스러우면서도 여행자들이 즐기기 좋은 먹거리라고 해야할까?

 

지금 생각나는 식재료로는 후쿠오카에는 우엉ごぼう이 유명하고, 아마오우あまおう苺라는 딸기가 유명하다. 카코시마 흑돼지나 큐슈 곳곳에서 나는 야채들도 참 맛있는 것들이 많다.

 

후쿠오카 음식 중 유명한 것들은 모쯔나베, 명란젓, 우동, 하카타 라멘, 고마사바 등이 있다. 후쿠오카 살 땐 참 모쯔나베 많이 먹었었는데, 후쿠오카 3대 모쯔나베 중에서도 나의 최애 모쯔나베는 오오이시였다. 친구들과 가족이 놀러오면 늘 오오이시에 예약하고 갔던 기억이 난다.

 

이번 후쿠오카 여행에서도 1박 2일동안 알차게 먹고, 마시고, 제대로 힐링했다.

 

 

친구 남편이 강력 추천한 코베역 도시락 힛빠리다코메시

 

시작은 신칸센에서의 점심. 유리로 된 항아리에 담겨진 힛빠리다코메시는 일본 내 에키벤이라고 불리는 역 도시락 대회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다. 개인적으로는 식은 음식을 좋아하지 않아 에키벤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코베에 산 적이 있는 친구 남편이 강력 추천해서 한번 사먹어 보았다.

 

일단은 비주얼에서 대 만족했다. 여행가는 기분이 뿜뿜. 유리 항아리는 여러모로 재활용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꽤 크고 제대로 된 항아리. 

 

음식 맛은 역시 식기는 해서 반감되기는 했지만 재료들도 다 부드럽고 밥도 짭짤해서 맛있게 먹었다. 문어도 꽤 크고 야채들과 밥을 먹다가 밑으로 내려가면 오뎅 같은 것도 숨어 있어서 먹는 재미가 있었다. 시간대에 따라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후쿠오카 사람들은 뭇짱만주를 먹으며 자랍니다~!

 

호텔 체크인 하고 제일 먼저 뛰어간 터미널 1층에 있는 뭇짱만주. 앞에 주문이 밀려서 결국 먹지 못해 아쉬운 마음에 사진만 찍었다. 우리나라 길거리 음식, 분식 같은 개념을 일본에서는 B급 구루메 B級グルメ 라고 표현하는데, 후쿠오카 사람들은 학생 때 많이 먹는다고 들었던 B급 구루메, 뭇짱만주.

 

뭇짱만주는 우리나라 붕어빵의 좀 두꺼운 버전으로, 여러 맛이 있지만 뭐니뭐니 해도 햄에그 ハムエッグ가 진리. 가끔 운 좋으면 반숙 계란이 당첨, 보통 땐 안까지 익은 계란을 먹을 수 있다. 마요네즈가 일품으로 맛있어서 마요네즈만 따로 판매하는데 늘 살까 말까 고민하지만 너무 커서 구매한 적은 없다.

 

 

니꾸니꾸 우동을 너무 좋아한다

 

 관광객들도 일본인들도 너무 좋아하는 하카타 라멘이지만 나는 여러 군데에서 먹어봐도 내 입에는 조금 짜다고 느낀다. 그런 내가 후쿠오카에서 제일 좋아했던 음식은 우동. 후쿠오카는 라멘 못지않게 우동도 유명하다. 

 

내가 마음대로 후쿠오카에 가장 맛있는 우동 순위를 매겼는데 그 1위가 바로 니꾸니꾸 우동, 너무 맛있다. 보통 후쿠오카 우동과는 다른 특이한 맛이다. 국물은 약간 한약달인 맛인데 여기에 생강이 들어가고 특제 고춧가루를 뿌려서 먹으면 겨울 추위 한번에 물리칠 수 있다.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침이 꼴깍 넘어가는 맛. 토핑된 고기는 굉장히 부드럽고 면은 좀 두꺼운 편이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니꾸니꾸 우동이 큐슈에만 있어서 너무 아쉽다. 겨울에는 특히 더 생각나는 맛. 기본 니꾸니꾸 우동만 먹어도 너무 배가 부른데 친구들은 이 곳 카라아게가 맛있어서 좋아하고 밥을 추가하는 이유는 국물이 너무 맛있어서... 나는 배불러서 우동만 먹었다.

 

 

 

니꾸니꾸 우동, 여기는 카와바타점이라 나카스 상점가 입구에 위치해있다

 

 

참고로 내가 뽑은 후쿠오카 우동 순위 2위는 이나바 우동이다. 그야말로 우동의 정석으로 국물이 끝내준다. 3위는 다이치노우동. 우동을 직접 뽑아서 면이 다른곳과 차원이 다르다. 우엉 우동도 유명하지만 여기서 면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야채튀김 붓카케 우동이 제격. 진.짜.맛.있.다.

 

하지만 내가 실질적으로 가장 많이 간 곳은 마키노우동! 무조건 김치우동 시켜서 파 듬뿍 올리고 고춧가루를 산처럼 쌓아서 목으면 한국에 김치 올린 잔치국수 맛이 나서 한국 음식이 귀한 후쿠오카에서 정말 많이 먹었던 것 같다. 면의 삶기 정도를 선택할 수 있는데 난 특이하게(?) 야와를 좋아해서 굉장히 퍼진 면을 자주 먹었다.

 

후쿠오카에서 가장 오래되고 친근한 건 마키노우동과 우에스토라고 들었는데 우에스토는 정말 평범한 우동맛이라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싸고 맛있기로 유명한 니노니

 

나카스 상점가에 위치한 니노니는 늘 줄이 길어서 갈 생각을 못했는데 이번 여행에서 미리 웨이팅 걸어놓고 우동 먹고 와서 비교적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오이무침, 해파리, 야끼교자를 시켰는데 실패한 게 하나도 없이 너무 맛있었다. 일본인 친구 말로는 아지노모토라는 일본의 조미료를 넣은 맛이라고 했다. 아마 일본에서 만드는 중화풍 요리에는 아지노모토가 필수인 모양이다.

 

술도 시키고 안주도 곱창 튀김 하나 더 시키고 그랬는데도 1인당 1200엔인가? 1100엔 밖에 안냈으니 말 다했다. 니노니는 줄서서 가는 이유가 있는 가게다. 

 

 

 

시원한 맥주 한 캔으로 마무리

 

여행의 마무리는 시원한 맥주 한 캔. 평소에 집에서 잘 마시지도 않는 캔 맥주를 여행에서는 괜히 마시고 싶다. 특히 호텔에서 홀짝 홀짝. 이 맛에 여행하는 거 아닙니까? :) 휴족시간 다리에 붙이고 맥주마시면서 유투브로 연애의 참견 보니까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다.

 

 

 

방송에도 나온 집, FISH MAN

 

평소에 스시 말고는 생선 요리를 밖에서 잘 안먹게 되는데, 후쿠오카에서는 꼭 생선 요리가 먹고 싶다. 야쿠인에 우메야마 텟페이 쇼쿠도라고 늘 줄 엄청 긴 가게가 있는데, 거기 생선 정식 정말 맛있다. 메뉴에 있는 모든 반찬들의 간이 어쩜 그렇게 감칠맛 나는지, 다 맛있다.

 

이번에는 친구도 나도 처음 가보는 가게에 가고 싶다고 해서 피쉬맨이라는 가게에 갔다. 히가와리 정식이라고 매일 메인 메뉴가 바뀌는 정식을 시켰고 여러가지 생선이 올라간 돈부리와 반찬이 나왔고 절임 종류는 직접 먹고 싶은 것을 가져올 수 있게 되어 있고 나는 안가져왔지만 날달걀도 준비되어 있다.

 

 

 

DON'T THINK! FISH!!

 

밖에서 건물봤을 때부터 가게 참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내부도 정말 아늑하고 좋다. 서빙하시는 분들이 흑인 분들인데 일본어 발음이 얼마나 좋으신지 깜짝 놀랐다. 게다가 엄청 패셔너블하시고 친절하셔서 맛있는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졌다. 점심엔 정식이지만 저녁에는 바를 운영하는데 바 메뉴도 화려해서 꼭 저녁에도 가보고 싶었다.

 

 

 

야쿠인에서 저기 이쁘다 했던 건물, 우리가 가려던 카페였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후식을 먹으러 범블비라는 카페에 갔다. 야쿠인에는 커피가 맛있는 카페들이 정말 많고 예쁜 카페도 많은데 범블비는 내부도 굉장히 좁다. 그래도 친구와 내가 범블비를 꼭 가고 싶은 이유가 있었다.

 

 

너무 너무 너무 귀여운 케이크

 

케이크가 동그란데 니트 옷을 입은 것 처럼 너무 귀여운 디자인의 사진을 미리 봐두고 너무 가고 싶었던 범블비. 초콜릿 케이크도 맛있었고 흰색에 리본을 달고 있는 건 생크림에 딸기잼이 들어가 있다. 커피도 괜찮았고 드라이 플라워도 예쁘게 꾸며 있는 느낌 좋은 카페였다.

 

 

 

텐진에 있는 공차

 

일본에서 한국 브랜드가 인기가 많으면 너무 기분이 좋다. 하카타역에 있는 공차도 그래지만 텐진에 있는 공차는 줄이 정말 길었다. 친구가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줄서서 기다렸다가 버블티를 마셨다.

 

역시 공차는 맛있다. 나는 버블티에 당도 보통, 얼음 적게로 선택해서 마셨다. 일본이 타피오카에 잠긴다고 하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타피오카 가게가 작년에 큰 인기였고 올해까지도 계속 가게가 생기고 있다. 이제 처음처럼 인기가 높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맛있기로 소문난 곳은 아직도 줄을 서서 마신다.

 

 

 

주변에서 아카카라나베가 맛있다고 많이 들어서 일부러 모쯔나베를 포기하면서 저녁에 먹으러 갔다. 가자마자 역시 줄이 길었으나 미리 예약해두어서 금방 들어갈 수 있었다.

 

나고야 명물 이라서 닭날개 手羽先도 먹고 야키니쿠 焼き肉도 조금 먹고 나베를 시켰는데 맛은 있었는데 내 입엔 좀 달았다. 겨울에는 어느 점포도 예약하지 않으면 못간다고 해서 기대했더니 역시 후쿠오카에서는 모쯔나베를 먹을 걸 하고 후회했다.

 

 

 

아카카라 나베에서 가장 인기 있는 3번 매운맛

 

많이 단 김치찌개 베이스 같은 국물이었고 재료로는 두부나 유부, 야채, 곱창, 완자 등 여러가지가 들어갔다. 하카타여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마무리로 우동이 아니라 라멘이 있어서 시켜 먹었다.

 

 

하카타 쇼보안

 

먹고 마시고 힐링 제대로 한 후쿠오카 여행의 마지막은 친구에게서 받은 명란젓. 하카타 쇼보안이 후쿠오카 토박이 친구가 명란젓 중에 가장 맛있고 좋아한다며 선물로 받았다. 하카타 명란젓 매콤하고 너무 좋아하는데 선물로 받아서 고마웠다.

 

 

하카타 프레스버터샌드

 

하카타역에서 지금 가장 줄 많이 서있는 가게, 하카타 프레스 버터샌드. 코베에는 없어서 선물로 받아서 너무 기뻤다. 교토에는 말차맛 버터샌드를 파는 것처럼 하카타에는 아마오우 딸기맛 버터샌드를 판매하고 있었다. 

 

후쿠오카 여행의 여운을 즐기면서 천천히 맛있게 먹어야지. 즐거웠던 후쿠오카 여행기,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