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본

시즈오카 여행, 2박 3일.

인귀 2020. 9. 20. 16:58

8월 연휴에 다녀 온 시즈오카 여행. 일본에서는 8월부터 여행을 장려하는 go to 캠페인을 실시했는데, 주변의 반응을 보면 거의 집에서 자숙하는 분위기이면서도, 아무래도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연휴 기간에는 가까운 곳이라도 나가는 사람도 있는 듯 했다. 

 

나도 여행 직전까지 고민하다가, 뜬금없이 시즈오카에 다녀왔다.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코로나 때문에 기피되기도 하고, 너무 늦게까지 고민하느라 티켓 값이 많이 오르기도 했어서 여러모로 고민 끝에 자차로 운전을 해서 다녀 왔다. 고베에서 시즈오카까지 네 시간이 넘는 거리를 운전한다는 게 (내가 운전한 건 아니지만) 부담되기도 했지만, 어쨋든 결론적으로는 무사히 잘 다녀왔다. 

 

 

여행계획표
여행계획표와 주변 관광지

웃음이 나오는 나의 여행 계획표. 어릴 때는 여행 가기 전에 정말 시간 단위로 쪼개 가면서 여행 계획표를 작성했었다. 그래서 여행 다닐 때 마다 여행 계획표 남기는 게 재미였고, 참 많이도 돌아 다녔다. 지금은 많이 러프해진 계획표이지만, 일단은 모르는 곳에 가는 거니까 뭐가 있는 지 확인하고, 동선을 체크하기 위해 시즈오카 가기 전에 간단하게 계획표를 짰다.

 

당연히 30대가 된 나는 계획을 유연하게 수정하고, 여행을 즐기지만 어릴 땐 거의 계획표 그대로 실천했었고, 그때의 나는 그게 참 재밌고 좋았다. 타이트한 계획도 무리없이 실천할 수 있었던 건 젊음과 체력이 있어서였는데, 지금은 체력이 너무나도 쉽게 방전되니까 무리는 안하는 선에서 여행을 즐긴다.  

자동차 타고 유투브로 90년대 갬성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수다 떨고 달리다보니 걱정했던 것 보다는 무난하게 시즈오카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날씨는 비는 오지 않지만, 맑지도 않았고 덥기는 무지 더웠다.


시즈오카역

시즈오카 도착하자 마자 밥 먹고 시즈오카역을 구경했다. 많이 더운 날이라 지상에는 사람이 별로 없고 지하로 내려 가니 지하상가에 사람들이 다니고 있었다.

시즈오카현은 약 320만 명 정도가 거주하는데 시즈오카시와 하마마츠시가 큰 도시로 많은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나는 바보같이 시즈오카에 가면 어디서든 후지산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번화가는 평소에 가는 일본 번화가 다를바가 없었다.


백엔샵 레몬과 후지산 그림

시즈오카현을 구경하다가 길에서 귀여운 백엔샵 레몬이라는 곳이 있길래 들어가 보았다. 지역의 백엔샵인지 모르겠는데 뭔가 시골스럽고 귀여운 느낌.

또 예쁜 색으로 채워진 후지산 그림들이 있어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후지산 그림들을 보니 진짜 시즈오카에 온 느낌이 뿜뿜.


시즈오카 설명

시즈오카역 지하를 돌아다니다가 만난 치비 마루코짱. 나는 한번도 본 적 없지만 일본에서 굉장히 유명한 애니메이션이다. 치비 마루코짱의 무대가 시즈오카여서 시즈오카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시즈오카 관광을 설명하고 있었다. 나는 가지는 않았는데 시즈오카에 치비 마루코짱 박물관 같은 것도 있었던 것 같다.


니혼다이라

시즈오카역에서 먼저 이동한 곳은 니혼다이라. 원래는 후지산이 잘 보이는 풍경 때문에 유명한 곳이지만 내가 간 날은 날씨가 흐려서 후지산은 볼 수 없었다.

높은 지형에 위치하고 있어 차를 타고 가야 하는데 주차장이 무료라 좋았다. 공원으로 되어 있어서 가볍게 한바퀴 구경하기 좋다.


후지산

니혼타이라에서 바라 본 후지산 쪽 풍경. 구름 뒤에 살짝 높은 산 봉우리가 있는데 그게 후지산으로 추측된다. 시즈오카를 관광하는 사람들은 후지산에 보기 위해 오는 것이기 때문에 보통은 후지산이 가장 잘 조이는 겨울에 관광을 하러 많이 온다고 한다.


미호노 마츠바라

니혼다이라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미호노 마츠바라 三保松原 는 시즈오카에서 손꼽히는 관광지. 소나무 숲, 바다와 후지산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풍경이 굉장히 유명하고, 미즈호 마츠바라를 배경으로 한 예술 작품들도 많다.

미즈호마츠바라에는 선녀와 나무꾼 전설인 하고로모 전설 羽衣伝説 이 있는데, 우리나라와는 살짝 이야기가 다르게 전개된다. 그리고 선녀와 나무꾼 전설은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많이 전해져 내려온다고 한다.


미호노 마츠바라
미호노 마츠바라

여름에는 후지산을 볼 확률이 너무 낮아서 관광객도 없고, 역시 아무리 후지산 쪽을 열심히 찍어 보아도 후지산의 모습은 보기가 힘들었다. 바다가 모래가 검정색이라 특이했고, 좀 더워서 구경하다가 자리를 떴다.


미호노 마츠바라
미호노 마츠바라

후지산은 못봤지만 소나무는 크기도 크고, 길도 나 있어서 멋졌다. 소나무가 다들 크고 오래 돼 보였다. 시즈오카 관광지는 후지산을 메인으로 하니까 후지산이 안보이는 상황에서는 돌아다녀도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었다.


부동산

미호노 마츠바라 구경하고 숙소 먼저 들리러 가는데 숙소 앞에 부동산 캐릭터가 너무 귀여웠다. 고양이 귀가 후지산으로 되어 있고 꼬리는 시즈오카의 명물 중 하나인 장어로 되어 있다.

살짝 멍청해 보이는 게 너무 귀여운 캐릭터. 호텔에서 잠깐 티비 틀어놨을 때 지역 광고에도 나오고 있어서 웃겼다. 귀여운 시즈오카 부동산 야옹이.


루트인 후지중앙공원 동쪽

루트인 후지중앙공원동쪽 ホテルルートイン 富士中央公園東 . 둘째날 관광할 것을 고려해서 호텔을 시즈오카역 근처가 아닌 신후지역 근처로 잡았는데, 호텔 수도 많이 없고 비즈니스 호텔임에도 방 값도 저렴하지 않았다. 너무 늦게 예약을 했나보다.

루트인은 1층에 온천이 있어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무료다 보니 시설이 열악해서 한 번 내려갔다가 그냥 이용 안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내가 예약한 루트인은 좋은게 창문으로 후지산이 보인다. 물론 나는 날씨 때문에 못봤지만.


구름에 가려진 후지산

이상하게 어디를 가서 봐도 후지산 쪽에만 구름이 몰려서 후지산이 안보인다. 아쉽지만 만약 겨울에 여행와서 루트인에 묵으면 후지산이 잘 보이겠다 생각했다.

루트인은 무료 호텔 조식도 포함되어 있는데, 첫날에는 이동하는 곳이 식사가 애매해 조식을 간단히 먹었고 둘째날은 자느라 패스했다.

호텔은 입구에서 체온 체크하고, 손 소독하는 것도 그렇지만 뷔페도 각자 개인용 비닐장갑을 사용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되어 있었다.


후지중앙공원
후지중앙공원

원래 이 곳도 후지산이 보이는 공원인데, 아침에 산책할 때 보니 역시 후지산은 보이지 않았다. 호텔 바로 앞이어서 아침먹고 소화 시킬 겸 산책하러 한바퀴 구경했다.


시라이토폭포
시라이토폭포
시라이토폭포

사실 시즈오카에 온 이유가 시라이토 폭포였다. 일본 여행지를 보다가 코로나니까 자연으로 가는 게 좋겠다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더운 날씨에 어울리는 시라이토 폭포의 멋진 장관을 보고 가보고 싶었다.

신후지역에서는 차를 타고 약 30분 정도 걸리는 위치에 있으며 관광객들도 진짜 많았고, 정말 보자마자 와 하고 감탄이 나올 정도로 멋진 풍경이었다.


시라이토폭포
오토도메노 타키

더운 날인데도 폭포 근처에 가면 자연의 에어컨처럼 너무 시원했다. 다들 발도 담그고, 시원하게 피서를 즐기고 있었다. 오토도메노 타키라고 폭포가 하나 더 있었는데 줄을 서서 사진을 찍도록 하고 있었는데 이 폭포도 크고 멋있었다.

 

시라이토폭포

시라이토 폭포. 여름에 보러 가서 정말 다행이었다.

 

 

타누키호수

시라이토 폭포를 구경하고 근처에 타누키 호수에도 갔다. 원래는 후지산이 잘 보이는 곳이라고 하는데 역시나 전혀 볼 수 없었고, 다들 낚시 하거나 건너편에서는 캠핑을 하는 분위기의 조용한 호수였다.


미시마 스카이워크
미시마스카이워크

호수까지 보고, 다음날이면 다시 고베로 돌아가야 하니까 좀 더 이동하더라도 미시마에 가자 싶어서 동키호테 가서 좀 쉬면서 살 거 사고 미시마시로 이동했다.

미시마에는 미시마스카이워크라는 일본에서 가장 긴 보행 현수교가 있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티켓을 구매해야 건널 수 있는데 입장료가 어른은 1100엔 이다.


소원 비는 나무
미시마 스카이워크

다리가 별 거 아닌 거 같아 보여도 건너면 사람들이 움직이거나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고 나는 높은 곳도 무서워해서 심장이 터질 것 처럼 무서웠다. 그래서 몇 발자국 걷다가 도저히 못하겠어서 포기하려고 했는데, 소원을 들어주는 메시지 판 같은거를 샀어서 중간에 포기하면 소원을 못 빈다는 생각에 꾹 참고 건너편으로 건너 갔다.

건너 가고 나면 익스트림 스포츠를 하는 곳도 있고, 푸드 트럭이 있어 먹을 것들도 많이 준비되어 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분들은 매일 다리를 건너야 하나? 너무 무서울 것 같다.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
ふじのくに田子の浦みなと公園

마지막 날 아침에는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공원에 갔다가, 역시나 후지산은 보지 못하고 너무 더워서 많이 움직이지도 못해 그대로 하마마츠로 이동 했다.


후지산

시즈오카시를 뒤로 하고 서쪽으로 달리는데 차창 밖으로 후지산이 보였다. 3일 여행 하는 내내 본 후지산의 모습 중 가장 선명한 모습이었다.


하마마츠성

하마마츠도 시즈오카현에서 큰 도시라고 해서 한번 구경하러 갔는데, 번화가인데 너무 낮이라 가게가 많이 닫혀 있었다. 하마마츠 성 잠깐 구경하고 카페가서 음료마시고 다시 고베로 돌아왔다.

여행 내내 더웠지만 마지막 날은 휴게소에서 봤을 때 온도가 36도까지 올라가서 진짜 힘들었다. 그래도 무사히 다녀 온 2박 3일 시즈오카 여행.

생각했던 것보다 시즈오카는 자연의 볼거리가 많아 참 좋았고 기회가 되면 겨울에 또 여행와보고 싶다고 느껴졌다 :) 일본에 살면서 일본 여행에 대한 감흥이 전혀 없어졌었는데 오랜만에 설레고 즐거웠던 시즈오카 여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