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베 일상

피아노 7개월째

인귀 2020. 8. 25. 10:45

악기는 전혀 다룰 줄 모르는 내가 피아노를 배운 지 7개월. 한 번 수업을 들을 때 마다 30분이니까 한 달에 2시간씩 배우는 피아노이지만, 스스로 얼마나 뿌듯한 지 모른다. 아직도 음표 하나도 못읽고 박치여서 마음 속으로 하나 둘 셋 넷을 세어야 해도 좋기만 하다. 

 

 

피아노 교실의 마스코트

피아노 교실에 가서 선생님이 아무리 기초를 열심히 알려주셔도, 사실 무슨말인지 잘 못알아듣겠다. 박자나 음 같은거 기초부터 시작하기에는 재미를 많이 못 느끼고 실력도 늘지를 않아서 중간에 선생님이 좋아하는 노래를 정해서 연습하자고 해주셔서, Stand by your man 을 골랐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ost 인 노래로, 내 인생에 만약 bgm이 깔린다면 이 노래였으면 좋겠다 생각했었던 노래였다. 다행히도 간단하게 칠 수 있는 버전의 악보가 있었어서, 연습을 시작했다.

 

 

피아노 기초 교재

 다들 피아노는 집에서 독학을 하거나, 연습도 많이 하는데 나는 수업을 하는 시간 외에는 집에 피아노도 없고 연습을 할 수가 없었는데 수업을 할 때 마다 자꾸 그 전주에 했던 걸 다 까먹어서 책 보면서 허공에서 치는 연습을 하고 그랬다. 그러다 피아노 교실에서 8월에 연주회를 하는데 잘 못쳐도 되니 기념으로 나가볼 수 있다고 해서 신청하면서 본격적으로 연습을 해야겠다고 느꼈다. 

 

야마하에 가서 전자피아노를 보는데, 깜짝 놀란게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취미로 피아노를 시작한 사람이 많아서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 지금 구매를 해도 10월 이후에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사고 싶었던 전자 피아노는 못샀고 선생님이 연습용으로만 사용할 작은 피아노를 추천해줘서 아마존에서 구매해 집에서도 연습을 시작했다.

 

 

피아노 연습

일단 피아노 연주회를 하기로 한 이후로는 준비된 곡을 쳐야 하니까 손가락 움직임을 외우려고 연습했다. 형편 없는 실력이지만 양 손으로 피아노를 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소리도 별로고, 터치감도 너무 가벼운 아주 작은 키보드이지만 그래도 없을 때 보다 훨씬 연습에 도움이 됐다. 허공에 연습해 보려고 해도 잘 안됐는데, 나중에는 좋은 전자 피아노도 구매해서 연습용으로 쓰고 싶다. 

 

 

 

가족 연주회

그렇게 드디어 가족 연주회 하는 날. 원래는 그냥 연주회였는데,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무관객인 상태에서 공연장에 가족만 참석한 연주회를 진행해서 오히려 나는 긴장을 줄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주어진 시간이 15분으로 넉넉해서 나는 같은 곡을 두번 연주했는데 조금 실수가 있었다. 

 

그래도 원래 인생이라는 게, 최대한 즐거운 일을 찾아가는 거니까 그런 의미에서 뜻깊은 경험이 되었다. 연주회도 무사히 마쳤고, 앞으로는 선생님이랑 같은 곡을 좀 더 풍부하게 연습할 예정이다. 

 

피아노 7개월. 배운 날에 비하면 못하는 건지, 어떤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확실한 건 앞으로도 꾸준히 연습해서 한 곡 이상은 완주할 수 있도록 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