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베 일상

식물 킬러의 행운목, 유칼리툽스 키우기

인귀 2020. 10. 27. 19:52

식물을 선물 받을 때는 너무나도 기쁘지만, 식물 킬러는 식물이 죽을 때 너무 슬프고 미안하다. 그래서 식물은 데려오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 큰 데 이번에 집 인테리어를 이것 저것 하면서 역시 집 안에 식물이 있는 게 좋아서 큰 맘 먹고 식물 기르기에 도전했다.

 

정말 기르기 쉽다던 스투키가 잘 자랐었는데 분갈이를 한 이후에 죽어버리고, 역시 나는 안된다며 주눅들어 있었는데 식물 기르기는 정말 정성이 필요하고 정보도 인터넷에 너무 무분별하게 많아서 정보 수집이 어렵다. 내가 이런 증상이 있어서 전문가가 알려줘도 그게 정답이 아닐 수도 있는 거라서 그런 것 같다. 

 

 

 

행운목

 

식물 킬러, 식물 똥손도 기를 수 있는 식물을 엄청 찾아보다가 나의 마음 속에 들어온 행운목. 행운목은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관리 난이도 쉬움으로 나오는 식물이다. 일본어로는 マッサンゲアナ 인데 산노미야에 저렴한 화원에서 매번 마음에 드는 행운목이 입하되는 지 기다리다가 데리고 온 아이다. 

 

행운목은 정말 상냥하다. 나는 일주일에 하루 정해서 물을 주고 있고, 처음에 데리고 왔을 때는 화원에서 모양내기용으로 스티로폼을 지탱하고 있었어서 아예 화분 분갈이를 해줬다. 

 

식물 기르기에서 가장 어려운 게 햇빛과 바람 통풍과 물주기의 밸런스인데 행운목은 거실의 빛 정도로도 잘 자란다고 해서 너무 좋다. 처음에 데려오고 문제없이 자라다가 갑자기 잎 끝이 살짝 마르는 기분이 들어서 다이소에 가서 관엽식물 영양제를 사다가 먹여줬더니 전혀 문제 없이 잘 자라고 있다. 

 

우리집은 거실에 해가 잘 들어오는 편이라서 최대한 해를 잘 보게 해주고, 일주일에 한 번 물을 주는 것으로 잘 자라주고 있는 행운목. 우리집에도 행운을 가져다주렴. 이쁜아.

 

 

 

유칼립투스

 

개인적으로 식물킬러가 절대 기르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식물, 유칼립투스. 내가 정말 바보였다. 처음에 화원에서 올리브 나무를 데려오려고 했는데, 올리브 나무와 비슷하게 생긴 유칼립투스를 보고 이거 올리브냐고 물어보니 유칼립투스라길래 뭐지 싶어서 그 자리에서 대충 네이버에 키우기 쉬운지 검색을 했는데, 누군가가 키우기 쉽다고 올려놔서 ... (그 분 한테는 키우기 쉬웠던 모양) 데리고 왔는데, 데리고 온 후에 폭풍 검색을 통해 유칼립투스가 까탈레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칼립투스의 특징은 물을 좋아한다. 그런데 과습을 싫어한다... 즉, 물을 안줘도 시들고, 물을 많이 줘도 시든다. 모든 식물이 그렇겠지만, 어쨋든 그게 유칼립투스의 특징이라고 한다. 게다가 통풍을 좋아한다, 즉 베란다에서 키우는 게 적합하다는 것이다. 또 햇빛도 좋아한다... 

 

식물 킬러한테는 너무 버거운 까탈레나. 하지만 내가 데려왔으니까 어떻게든 살리고 싶어서 정말 노력해봤다. 우선은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을 바탕으로 데려오자마자 죽어가는 애기를 살려보려고, 거실에 있던 유칼립투스를 베란다로 데리고 갔다.

 

 

 

유칼립투스

 

유칼립투스 살리기 대작전 1. 통풍

유칼립투스를 살리려고 일단 통풍을 잘 해줬다. 통풍은 정말 잘 해줬는데, 아이가 살아나지 않았다. 하루하루 시들어갔다. 베란다가 워낙 바람이 많이 통하는 장소라서 유칼립투스는 몇날 며칠을 잘 바람을 맞았는데, 통풍을 해줘도 나아지지 않고 있었다. 

 

유칼립투스 살리기 대작전 2. 분갈이

유칼립투스는 뿌리가 가늘고 약해서 원래 처음 데리고 온 화분 그대로 기르려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애가 아파보여서 분갈이를 해줬다. 처음에는 영양제도 먹여줬는데, 애가 너무 아파해서 영양제는 나중에 주려고 일단 빼놨고 관엽식물용 흙을 사다가 분갈이를 해줬다.

 

 

 

유칼립투스

 

유칼립투스 살리기 대작전 3. 물주기

유칼리툽스 물주기에 대해 알아보면 3,4일에 한번씩 물을 줘야 하는데 물을 한번 줄 때는 아주 흠뻑 줘야 한다고 한다. 잎에도 물을 줘야 한다는 정보도 있었고, 물을 한 번 줄 때 물이 흐를 정도로 줘야 한다는 정보도 몇 개 보았다. 근데 이 때 특히 주의해야할 것이 있다. 

 

유칼립투스는 과습을 싫어하기 때문에 물을 주기 전에 나무 젓가락으로 흙을 찔러 봐서 흙이 마른 상태일 때 물을 줘야 한다. 내가 이 부분을 간과해서 애기가 과습이 됐다고 추측하고 있다. 그냥 일주일에 두번씩 물을 주고 있었는데도 자꾸만 시들어서 나중에서야 과습에 대한 정보를 알고 나무 젓가락으로 찔러보니 흙이 전혀 말라 있지를 않았다. 그 상태에서 물을 줬으니 과습이 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유칼립투스

 

유칼립투스 살리기 대작전 4. 흙 말리기

과습상태가 되어 버린 유칼립투스의 흙을 말리기 위해 처음에는 바람을 쐬주고 흙 분갈이를 해주고 했는데, 전혀 나아지지를 않아서 여러 블로그를 찾아보다가 화분에서 아예 애를 꺼내서 흙을 말려주었다. 흙이 너무 고와서 그런지 정말 안말랐다. 내가 물을 너무 많이 줬다고 해도, 왜인지 흙이 마르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해를 쬐주고 바람을 맞추고 이틀동안 흙을 말려주었다. 

 

흙 말리는 방법으로는 젓가락으로 흙의 숨구멍을 내주는 것도 좋다고 보았는데, 우리집 유칼립투스는 그 정도로는 흙이 전혀 마르지 않아서, 아예 꺼내주는 방법을 사용해보았다.

 

애기가 말라가는 게 너무 안쓰러워서 계속 베란다만 바라보면서 살아나라고 보살펴주었다.

 

 

 

유칼립투스

 

유칼립투스 살리기 대작전 5. 가지치기

유칼립투스 물주기에 실패했을 때, 죽은 잎과 가지가 있으면 거기에 물을 끌어드리느라 힘을 쓰고 안에서 또 과습이 되어 버리고 여러가지로 안좋다고 해서 처음으로 가지치기에 도전해보았다. 가위를 끓는 물에 소독해준 후에 시든 가지를 잘라내고 이파리들도 정리해주었다. 

 

그리고 나서도 한참이 지났는데, 지금 우리집 유칼립투스는 말라 죽어가기 직전이다. 이제는 뭘 어떻게 해줘야 하는 지 모르겠다. 죽어가고 있는데도 진한 향기가 풍겨나와 신기하기만 하다. 문제점은 너무나도 많았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흙이 마르지를 않아서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처음부터 베란다에서 건강하게 길렀으면 좋았을텐데 너무 미안하다. 

 

난 진짜로 유칼립투스가 건강을 되찾을 줄 알았는데 지금은 거의 다 시들어버린 상태다. 유칼립투스.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