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가 갑자기 일하다가 코피를 흘렸다고 해서 뭔가 몸보신이 될만한 음식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이것 저것 고민하다가 사골 곰탕을 끓이기로 했다. 한번도 내가 사골 곰탕을 끓여본 적이 없어서, 되게 어려운 음식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인터넷에서 여러가지 레시피를 검색해보고, 최대한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레시피를 찾아서 만들어 보았다.
우선 슈퍼에는 소 사골을 판매하지 않아서 자전거를 타고 오오야스테이 시장 大安亭市場 의 정육점으로 향했다. 가장 가까운 시장이자 정육점인데 가끔씩 슈퍼에는 없는 고기나 좋은 고기 먹고 싶거나 할 때 가는 곳이다.
오오야스테이 시장은 자주 가지는 않지만 다진 마늘 사러 교무슈퍼 業務スーパー 가거나 이 정육점에 가거나 할 때 들른다. 시장이다보니 일찍 가게들이 문을 닫기 때문에 정육점 문 닫기 전에 도착하려고 서둘러 갔다.
다양한 고기들이 있는 정육점의 모습. 슈퍼에서도 정육 코너가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삼겹살, 로스, 구이용 등을 많이 판매하고 있다.
슈퍼는 팩에 들어 있는 고기를 원하는 만큼 집어 구입하면 끝이지만 시장에 가면 몇 그램의 무슨 고기가 필요한지도 말해야 하고, 고기 부위 이름도 알아야 하고 그래서 즐겁기도 하다.
소 사골이 100그램에 50엔이어서, 적당한 크기의 사골들을 내가 골라 1키로 그램 정도를 구매했다. 약 450엔 정도 들었다.
뼈를 그대로 보니까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푹 끓여서 사골 곰탕 해먹으려고 야무지게 골랐다.
소 사골은 일본어로 규코츠 牛骨 라고 말하면 된다. 일본인들이 사골 곰탕을 먹는지는 모르겠는데, 돼지 사골 豚骨 은 돈코츠 라멘으로 조리하여 많이 먹는다.
한국 레시피들을 찾아봤을 때 보통 소 사골만 곰탕 재료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돼지 잡뼈들도 같이 끓인다고 하는데, 나는 많이 하지도 않고 소 사골만 1키로그램 구매했다.
먼저 곰탕을 끓이기 위한 첫번째 단계로 소 사골을 깨끗하게 씻어서 찬 물에 한시간 이상 담궈 핏물을 빼 주었다.
이건 소갈비살로, 곰탕에 들어갈 고기를 사려고 했는데 정육점에 양지가 없다고 양지가 소갈비랑 똑같은 거라고 해서 사온 고기. 이게 약 1000엔 정도로 상당히 비쌌다. 사기 당한 건가 싶을 정도로 비쌌는데, 나중에 맛을 보니 입 안에서 살살 녹는 게 비쌀만 하다고 납득했다.
소고기를 구매하니 작은 소기름 덩어리를 같이 넣어 주었는데, 수퍼에서도 저 정도 사이즈의 소기름 덩어리를 그냥 가져갈 수 있게 배치해둔다.
소 사골 곰탕 끓이기 두번째 단계는 핏물이 빠진 소 사골을 펄펄 끓는 물에 15분 삶는 것이다. 딱 보기에도 지저분한 것들이 빠져 나온다.
한 번 끓여준 사골은 찬물에 깨끗하게 씻어준다. 이제 준비 단계는 끝났다.
집에 있는 가장 큰 냄비에 소 사골 1키로그램과 물을 가득 넣고 센 불로 끓여준다. 이제부터는 끓이기만 하면된다.
처음에는 맑은 국물인데 점점 끓일수록 뽀얘지는 게 신기했다. 곰탕 레시피는 여러개이지만 다들 12시간에서 16시간 정도 끓이는 것으로 나와 나는 12시간 넘게 끓이기로 정했다.
이틀에 걸쳐 끓였는데, 첫날 여섯시간을 끓이고 자야해서 일단 킵해두고 다음날 일어나서 다시 여섯시간을 끓였다. 쭉 끓이는 게 정석이긴 하지만 밤 샐 수도 없고, 나 정도 미각이라면 별 차이 못 느낄 것 같아서 이런 방법을 선택했다.
첫 날 6시간을 끓이면서 물이 많이 줄어들어서 다음날 2리터 물을 더 넣고, 6시간을 더 끓이고 총 12 시간 이상을 끓였다. 집 안에 설렁탕 냄새가 진동을 하고, 곰탕 색이 뿌얘지니 내가 곰탕을 끓였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끓여주는 내내 불순물이나 기름 같은 것은 제거 해주고 불 조절도 계속 신경 쓰고 했다.
곰탕과 설렁탕은 엄청 비슷하게 생겼는데 차이가 뭔지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복잡해서 잘은 모르겠는데 뼈를 먼저 끓인 물에 고기를 넣어 끓이면 설렁탕이라고 하는 것 같다. 검색 결과가 중구난방이라 확실히는 모르겠다.
갈비살을 같이 넣고 20분 정도 끓여서 설렁탕, 곰탕을 완성해서 밥이랑 먹었다. 파도 송송 썰고, 제대로 먹으려고 소면도 삶아서 곁들여 먹었다.
소금간해서 김치랑 같이 맛깔나게 먹었다. 갈비살이 비싸서 그렇지 탕 안에 들어가 있어 구이와는 다르게 더 부드럽고 정말 맛있었다.
곰탕을 만든 거에 대해 스스로 대견했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가 고수가 아니라 그런지 아무리 국자로 기름을 떠도 계속 기름이 남아 있었던 점이다. 맛은 좋았는데 뭔가 깔끔한 국물은 아니어서 아쉬웠다.
사골국은 다음날 물을 부어 또 끓이니 한 3일 이상을 먹었다. 한 번은 설렁탕처럼 제대로 밥상 차려서 곰탕을 즐겼는데 다음날은 사골 국물을 베이스로 하고 비비고 만두를 넣어 사골 만둣국을 끓여 먹었다.
사골 국물은 소금간만 하고 끓여도 확실히 맛이 나니까 만두국 맛이 살았다. 김치랑 같이 먹으니 식사가 순삭.
주말 내내 사골 곰탕을 먹어서 맛있게 안남기고 다 먹을 수 있었다. 물 추가해서 끓이는 거 고려했을 때 뼈 1키로에 물 8리터 정도를 넣어서 끓여 먹었다.
냠냠. 맛있는 곰탕 :) 대만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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