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행복/외식

교토 맛집 소개 - 하시타테/나카무라토키치/즛코로바시

인귀 2021. 1. 4. 13:04

2021년 신년을 맞이해 친구들을 만나러 교토에 다녀왔다. 우리집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2시간 10분. 가는 시간만 딱 보면 그렇게 길지 않은데 아무래도 차는 주차를 해야 하고, 이동을 하고 그래야 해서 결국 전철타는 것 보다 더 오래걸린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전철은 잘 안타려고 하기 때문에 특히 장거리라서 차를 타고 이동하기는 했다.

 

교토역은 새해를 맞이해 백화점 세일 등으로 사람들로 북적였다. 세 친구가 만나는 중간 장소가 교토역이라서 오랜만에 교토역에 다시 방문했다.

 

 

하시타테

교토역에 위치한 하시타테 ジェイアール京都伊勢丹店 はしたて 는 일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아주 교토스러운 가게로, 구글 평점도 높고 깔끔할 것 같아서 고른 가게이다. 홈페이지를 보니 교토 뿐 아니라 도쿄와 나고야에도 가게가 있는 듯 하다. 

 

가격대는 런치로 갔을 때 메뉴들이 보통 2천엔 대로 낮지는 않은데 교토에서 일본 분위기 나는 음식이 먹고 싶을 때 가기 좋을 것 같다. 교토에 가니까 일본 느낌 나는 요리를 먹고 싶어서 찾아봤었는데 다른 가게들은 이보다 더 높은 가격대도 많았다. 

 

주소가 이세탄 3층이라고 해서 이세탄 백화점으로 들어가서 3층에 갔다가 한참을 헤맸다. 백화점이 아니라 아예 역 건물에서 푸드코트처럼 별관이 따로 있는 데 그 곳 3층으로 가면 바로 찾을 수 있다. 

 

 

하시타테

나는 2,000엔 대의 하시타테 세트를 주문했는데, 메뉴판을 봐도 어떤 메뉴를 시켜야할 지 잘 모르겠길래 그냥 가게 이름이 들어가 메뉴를 주문했다. 도미의 참깨 된장 덮밥 鯛のごまみそ丼이 주된 메뉴인데, 고소하면서 짠 맛도 강하지 않고 굉장히 맛있었다. 

 

흰 쌀밥과 정말 잘 어울렸는데, 그대로 먹다가 차를 밥에 말아서 오챠즈케 お茶漬け 로 즐길 수 있다길래 차를 부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냥 쌀밥과 같이 먹는 게 훨씬 더 맛있었다. 

 

깔끔한 일본의 정식으로 된장국과 절인 야채를 같이 먹다가 후식으로 달달한 젤리 같이 보이는 잎에 싸인 디저트가 있었는데 연근과자 れんこん菓子 라고 써 있었는데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다. 

 

 

하시타테

남편은 로스트비프동 ローストビーフ丼 을 시켰는데, 조금 나눠줘서 먹어보니 정말 맛있었다. 로스트비프 전문점에서 먹는 것보다 좀 더 맛있다고 해도 될 정도로 맛있었다. 감칠맛이 풍부한 맛.

 

하시타테는 한끼 식사로 배가 터질 것 같은 정도는 아니지만 배불리 맛있게 잘 먹을 수 있고, 굉장히 깔끔해서 교토역에서 약속이 있다면 손님들과 가기에도 좋은 가게인 것 같다. 교토역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은 것도 있다. 

 

 

나카무라 토키치

교토의 아주 유명한 녹차와 호지차 등 일본 전통 디저트를 판매하는 나카무라 토키치 中村藤吉. 오사카에도 한 곳 있고, 교토 내에 지점이 여러 개 있는 것 같은데 하시타테 바로 근처에 가게가 있길래 대기를 했다가 들어갔다. 

 

미리 메뉴를 보고 있었는데, 후쿠오카에서도 이런 메뉴를 판매 하는 백화점 윗 층에 있는 비슷한 가게를 갔었는데 이런 스타일의 가게는 가격대가 거의 비슷한 것 같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그래도 일본 여행 가거나 일본 분위기 내고 싶을 때 가기 좋다. 

 

 

나카무라토키치

새해 기념으로 나카무라 토키치에 지금 가면 대복차, 오부쿠챠 大福茶 를 주는데 설명을 보니 교토에서 1월 1일에 무병장수를 위해 매실과 다시마가 들어간 차를 마신다고 쓰여 있었다. 1년간 아프지 않고 건강할 수 있다고 하는 좋은 의미가 담겨 있는 일본 교토의 전통 차인가 보다.

 

 

나카무라토키치

우선 따뜻한 물을 차에 넣고 매실과 다시마가 있는 찻잔에 따라서 몇 분 기다렸다가 한 모금 딱 마셨는데, 와! 뱉을 뻔 했다. 세상에 이렇게 짜고, 시고 맛 없는 차가 있다니 놀라웠다. 그러나 나는 평소 미신을 맹신하는 타입이기 때문에 1년의 행복과 건강을 빌면서 한 잔 다 마셨다.

 

 

나카무라토키치

나는 나카무라 토키치에 간다고 할 때부터 녹차 파르페가 먹고 싶었기 때문에 바로 파르페를 주문했다. 사이즈가 정말 커서 배 불러서 반 밖에 못 먹었다. 누군가와 같이 가면 이거 하나 나눠먹고 작은 차 같은 메뉴 하나 시키면 될 것 같다.

 

위에는 나카무라토키치를 상징하는 마크가 올라가 있고, 아래에는 생크림과 녹차 쉬폰 케이크, 고소한 알갱이, 떡, 팥 앙금, 녹차 아이스크림, 녹차 젤리 등이 가득 들어 가 있다.

 

녹차와 호지차를 이용한 메뉴들이 많고, 아이스크림 맛도 정말 진하고 맛있었다. 왜 유명한 카페인지 알겠다. 손님들도 많았지만 가게 앞에 기념 선물을 사는 사람들도 많았다. 

 

 

즛코로바시

교토역은 교토타워 부근은 상당히 발달해 있고 그 반대편은 호텔가로 가게들이 별로 없는데 한산한 쪽에 위치한 오사카나 즛코로바시 御肴ずっころばし 라는 이자카야에 갔다. 오후 4시부터 11시까지만 운영하는 이자카야인데 테이블이 따로 나뉘어져 있고, 깔끔하고 좋다. 

 

보통 이자카야에 가면 그냥 저냥 맛있는 메뉴에 술을 많이 마시는 느낌인데, 이 곳은 메뉴를 꽤 많이 시켜 먹었는데 하나하나 다 맛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코스를 주문하지 않으면 음료 뷔페 飲み放題 는 없는데 그 만큼 메뉴를 신경쓴다는 거 아닐까 싶었다. 맛없는 이자카야는 그냥 술만 많이 마시고, 메뉴들도 다 별로고 이런 느낌이다.

 

 

즛코로바시

생선 요리가 메뉴에 많아서 회를 시켰는데, 입에서 살살 녹고 정말 맛있었다. 가격도 그렇게 많이 비싸지는 않았고, 회 종류도 다양했다. 매콤 돼지고기 샐러드를 주문했는데 샐러드에는 참깨 소스가 뿌려져 있어서 맛있었다. 

 

제일 오른쪽은 치킨 까스 였던 것 같은데, 소스가 진하고 진짜 맛있었다. 감칠맛 나는 소스라서 양배추랑도 잘 어울리고, 짭짤한 탕수육 맛이라고 해야하나? 메뉴들이 맛있어서 진짜 금방 다 먹었다. 

 

 

즛코로바시

이 날 시킨 메뉴 중 가장 맛있었던 참치까스. 참치회를 튀김 옷을 입혀서 튀긴 건데 정말 맛있었다. 타르타르 소스랑도 잘 어울리고 소금에만 찍어 먹어도 맛있었다. 술 안주가 아니라 그냥 밥 반찬으로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

 

참치회가 익혔음에도 불구하고 퍽퍽하지가 않고 부드러운게, 조리장님이 정말 요리를 잘 하시는 분인가 보다. 맛있어서 더 시켜먹고 싶을 정도였다. 

 

 

즛코로바시

시킨 지 꽤 오래 됐는데도 안나오길래 얼마나 정성스럽게 만드는 지 궁금했던 계란말이 だし巻き. 사진에서 보는 것 보다 실제로 보면 되게 크고 탱탱해서 보자마자 와 하고 감탄이 나온다. 맥주와 함께 맛있게 먹었다. 

 

그냥 가라아게와 에비마요도 시켜서 먹었는데 이건 평범했지만 거의 배가 불러오는 시점이어서 마무리 술 안주로 즐겼다. 

 

원래 집에서 맨날 한국요리만 해 먹어서 내가 일본에 사는 지 한국에 사는 지 모를 정도였는데, 교토에 놀러 간 김에 일본 요리와 일본 디저트, 일본스러운 메뉴가 가득한 이자카야까지 일본 음식 많이 먹고 왔다. 가끔은 이런 것도 좋지. 교토역 놀러 가면 점심, 디저트, 이자카야까지 다 괜찮아서 추천하고 싶다. 

 

특히 만약 한국에서 나중에 친구가 놀러오거나 손님을 만나거나 할 때 교토에 놀러가서 교토역에서 갈 식당을 찾는다면 좋을 것 같은 곳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