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행복/외식

코베 직장인 점심, 네무노키 ネムの木 카레라이스.

인귀 2020. 3. 25. 11:00

평소에 점심은 늘 도시락을 싸서 회사에서 먹는데 가끔씩 나가서 맛있는 거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이 날도 그런 날이었다. 내 위장이 원하는 메뉴는 무엇일까 고민했는데 답은 '비빔밥' 이었다.

 

점심에 비빔밥 뷔페를 운영하는 회사 근처 가게가 있어서 거기 가려고 12시 땡 치자마자 슝 하고 나갔는데 이런... 휴무일이었다. 그러고보니 늘 화요일마다 문을 닫았던 거 같기도 하고... 속상했지만 점심을 먹기는 해야 해서 근처 식당 어디있을지 발길을 돌려 돌아다녀 보았다.

 

 

네무노키 ネムの木

점심 때 자주 현청앞역 근처를 산책하는데 그 때 우연히 봤던 네무노키 ネムの木라는 가게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카페 같이 아기자기해 보이는 인테리어가 신경쓰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아주 매운 카레 超スパイシーカレー’ 라는 작은 포스터를 봤던 게 궁금했었다.

 

매운 맛을 좋아하는 나는 늘 코코이찌 ココ壱番屋 에서 10카라  10辛를 시켜 먹기 때문에 이 곳 카레도 궁금했었다. 직장인들이 엄청 많은 가게에 혼자 들어가 테이블 석에서 혼밥 메뉴로 카레가 알맞기도 하고.

 

 

네무노키 ネムの木

다른 사람들은 다들 정식을 많이 주문하는 것 같았는데 나는 카레를 주문했다. 원래부터 카레가 신경쓰였기에 고민도 하지 않았다. 여자 사장님 혼자 분주하게 일하시는데 굉장히 바쁘신데도 하나하나 서비스를 신경써주려고 하는 게 눈에 보였다.

 

카레를 주문하면 매운 건 괜찮냐고 물어본다. '하하, 저 한국인이라구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평범하게 "괜찮아요~"라고 말한다. 

 

 

일본식 카레라이스

점심 메뉴 카레 라이스 가격은 850엔. 카레를 주문하면 금방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의문이 들었다. 혹시 카레는 별로 주문하는 사람이 없어서 다시 데워야 하나? 어쨋든 주문한 카레라이스는 일본식 식혜와도 같은 아마자케 甘酒 와 함께 가져다 주신다.

 

나의 예상대로 역시 내 입에는 맵지는 않았다. 살짝 매운 맛이 감도는 정도로 농후한 카레맛이 꽤 맛있었다. 건더기는 오래 뭉글하게 끓인 것인지 아주 부드러웠고 맛있었다. 

 

 

네무노키 ネムの木

의외로 일본에서 카레집 가서 카레 맛없었던 적도 꽤 있었다. (특히 오사카) 이 곳은 진한 카레 맛이 맛있었다. 다만 살짝 짜게 느껴져서 카레가 많이 남았다. 그리고 스프나 샐러드도 세트 같은 게 없어서 정말 직장인의 점심 카레 같은 느낌으로 맛있게 먹고 나왔다.

 

일본식 카레 맛이 잘 느껴지는 곳, 내가 나갈 때 쯤에는 직장인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이라 가게에 손님도 많이 빠진 상태였다. 날씨 좋은 한 낮의 점심, 카레. 맛있게 잘 먹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