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회사를 그만 두었을 때 나는 자책했다. 온갖 이유를 붙여 벌써 5번째 회사를 그만두면서 스스로를 사회부적응자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버틸 수 없는 자신을 자책하자 생각은 끝도 없이 우울해졌다. 사실 어렸을 때 부터 나는 그 무엇 하나 진득하게 해본 적 없는 지구력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를 떠올려보면 피아노 교실에 다녀도 몇 번 뚱땅 거리다 선생님 몰래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쳤었다. 태권도 교실도 다리 찢기가 싫다며 태권도 봉고차가 집 앞에 오면 장롱 안에 숨어있고는 했다.
아르바이트를 해도 6개월을 못 버텼고, 직장 생활도 어찌 어찌 1년을 채우면 그만두고 마는 것이다.
지구력이 놀라울 정도로 부족해 지구에서 살기가 힘들다. 일론 머스크가 되어 우주로 떠나야 하는 지 몇 번을 고민했다. 하지만 나는 우주는 커녕 강남역의 높은 건물을 보는 것 만으로도 눈이 핑핑 도는 걸.
모두가 일론 머스크가 될 수 없으니 어쨋든 지구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한국 회사 생활을 정리하고 일본으로 떠나 왔을 때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사람 사는 것은 모두 같았고, 나는 또다시 도망을 선택했다.
쪼그라든 나를 보고 친구가 이런 말을 해줬다.
"너는 무슨 일이든 오래 못하는 게 아니라, 남들이 하지 못하는 다양한 경험을 한거야."
친구가 해준 위로의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스스로 경험해서 선택을 하는 사람이었고, 일을 하는 것도 안하는 것도 선택의 결과가 아닌 내 선택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구력이 부족해서 내 세상은 더 넓어졌다. 물론 깊이는 아주 얕지만 그만큼 넓어진 것도 맞는 것이다. 나는 지구력이 부족한 덕분에 어떻게든 살기 위해 해외에서 혼자 살기에 도전해보았고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을 일본에서 취직과 이직을 반복하며 잘 살아가고 있었다.
지금도 과정이고, 앞으로도 과정이라면 나처럼 실패에 좌절하거나 스스로를 자책하는 사람에게 내 마음을 공유하고 싶다. 우리는 아직인 것 뿐이니, 그 이상의 걱정은 하지 말라고 말이다.
어쨋든 우리는 모두 이 지구에서 잘 살고 있다는 이야기다.
무슨 벽에 부딪히면 책을 찾아보려고 하는데
책을 읽는 행위를 통해서 내가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어서이다.
그래서 나도 책을 쓰고 싶어졌다.
나처럼 지구력이 부족해 스스로를 책망하고 있는 사람에게
우리는 같이 잘 살고 있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다.
여태까지 브런치 작가신청을 3번 도전했는데 3번을 낙방했다.
처음 두번은 바로 낙방 소식을 알려줬고 세번째는 답변이 조금 늦게 오길래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더니 역시나 하고 떨어졌다.
아마 휴일이 있어서 일처리가 조금 늦어졌었나보다.
4번째에는 좋은 소식이 있기를 바라면서 다음을 기약해본다.
요즘처럼 내가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모든 상황이 완벽한 것이 아니다.
상황은 언제나와 다름이 없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방향을 스스로 잘 바꿔가고 있다.
그래서 잘 살고 있고,
더 잘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지구에 두 발을 붙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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