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이 있었고, 쓰고 싶은 글이 있었는데
매일 회사 다니고 정신이 없어서 다 까먹었다.
어렴풋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람을 가장 불행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늘 나는 남들과 나를 비교 하지 않지! 나는 나만의 길을 가지! 하는 마음을 자부하며 지냈다.
내 성격이 어디 가서 더워도 에어컨 켜달라는 말 한마디 못할 정도로 되게 소심하면서도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할 때 의외로 스스럼이 없는 게 심증의 근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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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도 나의 착각 중 하나였을 뿐 어쨋든 나도 똑같은 사람으로 비교하며 질투하는 일이 있었는데 다만 눈치가 곰탱이라 스스로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의 계기는 어느 날 갑자기 날아 온 생각의 한 조각이었다.
왜 내가 가진 것은 전부 형편 없는 것들 뿐일까?
남의 떡이 커 보인다 라는 속담이 있다.
똑같은 물건을 가지고 있어도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게 더 커 보인다는 심리는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나 보다.
나는 다른 사람한테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그런 이야기들은 남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나 또한 어디선가 마음이 뒤틀렸는지 (자존감이 낮다던가 ...) 정말 이상하게도 내가 가지고 있는 건 모두가 다 아주 별로 같아 보이는 마음이 든다.
예뻐 보여서 구매한 아이폰 12 미니가 퍼플 컬러 제품을 보자마자 돌맹이처럼 못생겨 보인다거나
왜인지 내가 만든 요리는 유독 맛있어 보이지가 않는다던가
내가 쓴 글은 쓰레기 같다던가... ...
스스로 누군가를 질투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내가 가진 것이 형편 없어 보인다는 것은 결국은 똑같은 것도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으면 좋아보인다는거니까 그건 내가 은연 중에 하고 있던 비교하는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내가 가진 것들은 이미 훌륭하다.
내 손에 든 것을 보는 내 시선과 마음가짐이 훌륭하지 못했을 뿐.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도 아름답고 훌륭하다.
그 사실을 잊어버리면 자꾸 잊어버린다.
가진 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정말로 하나도 가진 게 없는 지 돌아보면 알게 될 것이다.
얼마나 좋은 걸 갖고 있는지.
그래서 잠깐 생각을 멈추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둘러 봤다.
인테리어도 내가 원하는대로 꾸며 놔서 너무 좋고, 책장에 꽂힌 책들은 모두 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다.
고무나무에서는 새로운 잎이 자랐고 아주 적은 금액이지만 통장에도 잔고가 있고,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고, 뚱땅 거리기는 하지만 피아노 연주도 할 수 있다.
그런거 말고도 다... 그냥 다 좋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지 내가 스스로 안다면 그걸 왜곡해서 보지 말고 똑바로 보고 아껴줘야 한다.
그러니까 나는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하여
그게 물건이거나 외면이거나 내면이거나 상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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