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부터도 공감하는 걸 너무나도 잘하는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어 내려갈 때 마다 맞아 맞아의 연속이었으니까.
지구상에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구나, 이상하다고 해도 나만 이상한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까 안도감까지 들었다.
물론 저자와 아주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굉장히 마음이 편안해졌고, 내가 나를 이해하는 데 (아직 못하지만) 도움이 됐다.
항상 내가 왜 살고 있지?라는 존재론적 우울감에 빠지면서도 죽지는 않는 내 자신이 스스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매사에 그런 식이었다. 사람의 정스러움에 기뻐하고 행복을 느끼면서도 사람이 밉고 싫었다. 이게 가족, 결혼생활, 친구 관계, 회사 생활 모든 면에 적용이 됐다.
그런 나를 감정적으로 보면 자꾸 자책하게 되는데 객관적으로, 혹은 정신학적으로 보면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다.
"내가 정신병자라서 그래"라는 마음가짐은 나에게 욕이 아니라 약으로 느껴진다.
책 속에 저자가 나열하는 수많은 가지와 같은 고민들의 뿌리는 결국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자존감의 결여이다. 나는 어떨까? 나는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내 행동이나 생각을 들여다 보면 진짜 사랑하는 지는 의문이 든다.
진짜 나도 이상한 게 내가 하면 다 이상하고 구려보인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랬다. 근데 그러면서도 나는 특별한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 생각에서 벗어나면 자기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는 데 그게 너무 어렵다.
이러한 나의 모든 불행을 어린 시절의 환경이나 주변 사람들을 탓하면서도, 탓할거면 탓할거지 나만 잘하면 되지 그게 무슨 인과관계냐며 더 잘 지내지 못하는 나를 책망한다. 남 탓을 하던가 내 탓을 하던가 어느 한쪽만 하면 적어도 스트레스가 반으로 줄지 않을까 싶다.
책을 순식간에 다 읽고, 나도 약물 치료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신과 카운셀링을 받아볼까 싶어서 알아봤다. 괜히 갔는데 전혀 소용이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애매해서 그냥 그만뒀다.
항상 이런 식이다. 저자가 더 나아진 상황으로 책을 마무리하고 싶었던 기분이 이해가 간다. 현실적으로 나는 나고, 상황은 반복될 뿐이다. 그나마 조금 나아지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며 지내는 수 밖에 뾰족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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