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행복/외식

고베 좋은 레스토랑, THE SORAKUEN

인귀 2020. 8. 24. 21:23

정말 가끔씩은 좋은 레스토랑에 가고 싶어서, 생일을 기념해 고베에 좋은 레스토랑을 알아보다가 미리 예약해 둔 THE SORAKUEN(旧:相楽園会館).


소라쿠엔

소라쿠엔 자체는 원래 정원이라 관광하러도 많이 가는 곳이라고 하는데, 지금 안 열고 있는건지 입구는 문이 닫혀 있었다.

더운 날씨에 조금만 걸어도 땀이 났는데 예약 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해 서두르느라 더웠다. 레스토랑은 북문 쪽을 찾아서 들어가야 한다.


소라쿠엔

레스토랑은 이런 느낌. 저녁 식사는 모두 개실로 준비되어 있고, 웨딩홀로 이용해 파티를 하기도 한다. 내가 갔을 때도 다른 공간에서 결혼식 하고 파티를 하고 있었다.

레스토랑은 완전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나는 一休 라는 예약 사이트를 이용해 예약했다. 혹시 원하는 날짜를 예약하지 못할까봐 조금 이르지만 한달 정도 전에 미리 예약해 두었다.


소라쿠엔

안내를 받고, 들어가면 예약한 내용을 확인 후 준비된 개인 룸으로 들어가게 된다. 룸으로 안내하는 동안에도 건물에 대한 설명이나 정원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해주셔서 좋았다.

건물 자체도 백년 이상 되었다고 했고, 우리가 이용한 룸은 오래 전 고베 시장이 사용하던 집무실이었다고 했다. 가구들도 그 시절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인테리어에 활용해 엔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소라쿠엔 정원

룸에 들어가자마자 테라스에 보인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정원을 이용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또 건물 안에서 보는 풍경은 다르다고 한다.

들어가면 풍경을 배경으로 직원분이 기념 사진부터 찍어주시고, 세심하게 배려해주신다.

또 밤이되면 라이트 업을 하고 있어서 예쁘고, 계절에 따라서도 그 분위기가 달라 가을에 단풍이 질 때가 가장 예쁘고 겨울에 눈이 내리면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고 들었다.


웰컴 드링크

좋은 레스토랑에 가면 하나하나 사진 찍는 게 창피할 수 있는데, 프라이빗한 공간이라 남 눈치 안보고 원하는 사진을 맘껏 찍었다.

웰컴 드링크는 둘 다 논알콜로 주문했고, 포도향이 진하고 살짝 달콤해서 맛있었다.


코스요리 메뉴

돌돌 말려 있던 메뉴를 펼쳐 보니 오늘 먹을 코스 요리의 메뉴들이 적혀있었다. 나는 기념일 코스로 미리 예약했기 때문에 음식들은 미리 알고 있었고, 따로 알레르기가 있는지 등도 체크해주셨다.

소라쿠엔의 요리는 기본은 프렌치이지만 고베, 그리고 일식을 퓨전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에피타이저

처음에 나온 에피타이저. 하나 하나 음식이 준비될 때마다 설명을 해주시는데, 설명을 듣는 것도 참 좋았고 음식의 디스플레이도 훌륭하다고 느꼈다.

바게트 위에 푸아그라가 올라가 있는 핑거 푸드와 완두콩으로 만든 크림 같은 요리, 특히 오쿠라가 들어있는 튀김이 식감이 독특하고 정말 맛있었다.


오징어먹물 파스타

여러가지 야채가 들어간 파스타인데, 파스타가 꼭 밥알 같이 생겼고 오징어 먹물로 조리해 까맸다. 위에 올라간 다섯 가지 야채는 직접 가지고 오셔서 하나하나 설명해주셨다.

제일 독특했던 건 마이크로 오이, 조금 딱딱한 식감인데 신기했다. 우리가 보통 먹는 파스타와는 전혀 다른 요리였다.


새우 요리

다음으로 나온 새우요리. 시소 紫蘇 가 들어가 있다고 해서, 시소향을 안좋아해서 걱정했더니 시소 맛은 강하지 않았고 요리가 너무 맛있었다.

새우 살이 너무 담백하고, 살짝 달큰한 소스와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두 마리 먹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너무 너무 맛있었다.


참치요리

참치 요리도 정말 독특했다. 안은 거의 참치회 같이 되어 있고 겉은 익혀있는데 튀김옷이 정말 맛있었다. 바삭바삭 하지는 않는데 뭐라고 해야하지? 식감이 정말 좋았다.

또 특이하게 참치 위에는 부드러운 소힘줄 牛筋 요리가 올라가 있고, 소스는 바질향이 났다.


음료 메뉴

웰컴 드링크를 다 마시자 직원분이 음료 메뉴판을 가져다 주셨다. 가격이 놀라울 정도로 비쌌다... 가장 저렴한 우롱차 한잔이 600엔이었다.

그래도 하루 정도는 이라는 생각으로 직원분이 논알콜 음료 중에 추천해주신 오렌지 주스를 시켰다. 신선하고 독특한 맛이 난다고 해서 믿고 주문해보았다.


프렌치토스트

직원 분 께서 가장 인기있는 메뉴라고 알려 주신 프렌치 토스트. 부드러운 식빵 위에 송로버섯과 오일이 올라가 있는데 왜 인기라고 하셨는지 바로 알 정도로 정말 일품이었다.

단맛이 안 나는 프렌치 토스트였는데 담백하면서도 자꾸 더 먹고 싶어지는 맛이었다. 너무 맛있어서 나중에 집에서 만들어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갯장어 요리

라따뚜이가 깔린 갯장어 요리와 고베의 차이나타운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중국식 찐빵이 나왔다. 갯장어가 굉장히 부드럽고, 맛있었다.


스테이크
옥수수밥

스테이크는 발사믹 소스와 같은 살짝 시큼한 소스류와 같이 깨소스를 곁들여서 나왔다. 칼로 고기를 살짝만 데도 썰릴 정도로 부드러웠다.

퓨전이라서 좀 특이하게 스테이크와 함께 옥수수밥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론 스테이크랑 좀 안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옥수수 밥 자체는 옥수수 알이 터지는 식감이 굉장히 맛있었다.


생일케이크

직원 분이 노래 불러 주시면서 생일 케익을 가져다 주셨는데 소원을 빌고 촛불을 불 때 갑자기 장미 꽃잎을 떨어트려 주셔서 깜짝 놀라고 기쁘고 기분 좋았다.

사진도 따로 찍어 주시고 케이크를 소분해 가져다 주셨는데 케이크 자체도 생크림과 딸기의 조화가 굉장히 좋았다.


식사의 마무리

식사의 마무리로 고베의 유명한 일본주가 들어간 초콜릿과 파운드 케이크, 차를 준비해주신다. 코스 요리다 보니 너무 배가 불렀지만 파운드 케이크가 너무 맛있어서 다 먹어 버렸다.


식사가 끝나고

무려 3시간 동안이나 식사를 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밖이 어두워지면 로맨틱한 분위기 연출을 위해 실내 조명도 점점 어둡게 해주신다.

서비스로 세심한 배려와 음식 하나하나의 디스플레이, 음식에 담긴 이야기까지 너무 좋았다. 마지막에 계산하고 밖으로 안내 해 주시면서 올 여름에 여름다운 일 했냐고 물어보시고, 작은 불꽃 놀이도 정원에서 하게 해주셔서 좋은 추억이 됐다.

기념일 하루는 좋은 곳에서 보낼 수 있어서 기분 좋은 하루였다. 앞으로 돈 많이 벌어서 이런 레스토랑에 자주 다니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