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베 일상

일본 일상-일본소설 필사/결혼선물/애플워치/콩나물국/목성토성

인귀 2020. 12. 22. 22:30

VVS 들으면서 적어 내려 가는 일본에서 사는 일상.

 

 

필사

한국 종이책만 고집하는 고지식한 나, 한국 책을 구하는 것도 어렵고 일본어 한자 공부도 하고 싶다는 생각에 필사를 해보았다. 내가 고른 책은 <런치의 앗코짱 ランチのアッコちゃん>. 

 

예전에 정말 재밌게 봤던 일본 드라마였는데, 소설이 원작이어서 내가 샀나. 언니가 일본 여행 갔을 때 선물로 사다줬나. 기억이 가물가물. 읽을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필사를 하면서 천천히 읽어 보았다. 

 

런치의 앗코짱 이야기는 먹다 남은 저렴한 음식을 대충 도시락으로 싸 와 먹으면서 절약을 하는 심심한 매일을 보내는 회사원이 점심의 중요성을 알려준 상사 덕분에 생활에 활력을 찾는 내용인데, 먹는 게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의욕을 불러 일으키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내용이라 회사원 시절에 많이 공감하며 봤었다. 

 

필사는 처음에는 글씨도 예쁘게 쓰려고 노력하고, 내용도 이해하려고 했는데 쓰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나중에는 깜지를 쓰는 심정으로 글씨를 써내려가는 데에 급급해졌다. 

 

이러면 필사를 하는 의미가 없잖아, 막판에는 거의 숙제처럼 꾸역꾸역 써서 결국 한 권의 책을 다 쓰기는 했다. 뿌듯하면 안될 것 같은데 그래도 좋다. 책 내용은 솔직히 사람이름 한자나 어려운 한자 때문에 이해하지 못했지만 . . . . . 

 

했다. 그것에 의의. 언제나 그렇듯.

 

 

선물

결혼을 하고, 주변에 소중한 사람들에게 소식을 알리면서 축의는 받지 않는다고 이야기 했는데, 후쿠오카의 친구에게서 택배로 선물이 도착했다. 뭐지 궁금해서 열어보니, 너무 예쁜 커트러리였고 애정이 듬뿍 담긴 편지도 받아서 감동 받았다. 소중하게 잘 쓰겠다고, 감사하다는 연락을 보내며 또 한번 서로의 행복을 바라고 서로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코로나 터진 직후에 후쿠오카를 갔으니까 지금 후쿠오카 못간 지 1년 다 되어 간다. 후쿠오카는 내가 일본 생활을 처음 시작한 곳이고, 친구가 있어서 특히 겨울에는 우동도 먹고 싶고 다시 가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 

 

 

브런치

비록 혼자였지만 선물 받은 예쁜 커트러리를 바로 사용해보았다. 식빵 사와서 초코 생크림 바르고 바나나 올려서 밀크티랑 같이 먹었다. 협탁이 하얀 색이라서 항상 협탁 위에서 음식 사진을 찍으면 홈카페 분위기가 나서 좋은데 사진만 찍고 다시 식탁으로 가져와서 먹는다. (ㅋㅋ)

 

커트러리로 브런치 먹을 때 예쁘게 한 번 사용해보고, 다시 깨끗하게 씻어서 상자에 넣고 상부장에 고이 모셔두었다. 아껴서 소중하게 잘 써야지. 

 

 

애플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

남편이 최근 결석이 생긴 일로 병원에 간 일이 있어서 건강이 걱정돼서 갑자기 애플워치6를 사줬다. (ㅋㅋㅋ) 원래 무슨 운동을 하기 전에 장비를 사거나 옷을 사거나 하면 동기 부여가 잘 되는데 애플워치가 운동할 때 사용하기 좋고 건강 체크하기도 좋으니까 애플워치 쓰면서 하루에 운동도 조금 하고 움직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애플워치를 구매.

 

애플은 온라인스토어 들어가면 무이자에 36개월 할부 가능한 것처럼 써놓고는 외국인이라 그런지 승인이 안난다. 어쩔수 없이 카드로 애플워치를 샀는데 생각보다 배송은 금방됐다. 아이폰 새 제품 나왔을 때 남편이 나오자 마자 샀는데도 꽤 기다렸고, 오사카 애플 스토어는 추운 날씨에도 줄이 길던데 애플워치는 온라인으로 사는 건 대기가 길지 않았다.  

 

난 굉장한 기계치이고 시계에도 관심이 없지만 애플워치 온 거 보니까 예쁘기는 했다. 남편은 애플을 좋아하니까 신나서 사용하고, 잘 쓰라고 했다. 나는 지금 쓰는 핸드폰 망가질 때까지 쓰다가 나중에 갤럭시 폴더폰으로 돌아가야지. 확실히 누구나 사용하기 편한 건 갤럭시쪽인 것 같다. 

 

 

콩나물국

토요일에 모임이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고 신나서 술을 옴팡 마시다가 다음 날 술병이 제대로 걸려 버렸다.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123456789번 다짐했다. 힘들어서 몸도 못 가누고 있는데 남편이 사랑의 콩나물국을 끓여주었다. 점심에는 제대로 먹지도 못해서 국물만 마시고 저녁에 다시 제대로 먹었는데, 파로 하트가 보여서 사진 찰칵.

 

콩나물국 말고도 숙취에 좋다면서 바나나, 코코아도 사다주고 많이 챙겨줘서 정말 고마웠다. 하루 꼬박 누워만 있었더니 상태는 조금 나았지만 몇 번을 게워낸 건지 얼마전에 산 캐시미어 목도리가 더러워져서 어쩔 수 없이 드라이클리닝을 맡겨야 했고, 운동화도 빨아야 했다... ... . . . 

 

내가 다시 술을 마시면 개라고 선언했는데, 아직 술을 다시 마시기도 전인데 남편은 벌써부터 나를 개라고 부르며 놀렸다. 그런 놀림 속에서 나는 쓰린 속을 붙잡고 무슨 일이 있어도 2021년 새해 목표는 금주 혹은 절주 하기로 다짐했다. 

 

 

밤하늘

어제 목성과 토성이 대근접하는 날이었는데, 그 시간에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그러고는 그냥 아무 이유 없이 하늘이 너무 예뻐서 감성이 막 끓어 올라서 밤 하늘을 사진 찍고 다시 달렸다. 그런데 집에 오고 나서야 그 날이 목성과 토성이 대근접했다는 사실을 뉴스로 봤다. 아쉬웠다. 하늘 좀 여기저기 쳐다 봐볼걸.

 

다시 목성과 토성이 대근접하려면 2080년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 때 내가 살아 있을까? 처음에는 계산을 잘못해서 죽어 있겠다고 절망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100세 시대니까 그 때 나는 91살이니까 살아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겼다. 남편한테 연락해서 그 때 같이 살아서 목성과 토성 대근접하는 거 보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생수

자전거 타면 항상 물을 사온다. 집에 물은 2리터짜리 10병 정도를 상비해두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래서 물 살 때 4병씩 사오곤 하는데 이렇게 딱 자전거 앞 바구니에 들어간다. 물은 비상시에 꼭 필요하기도 하고, 나는 식수로 생수를 사서 먹고 있어서 운동삼아 자주 사러 다니고 있다. 정수기를 살까도 생각했는데, 메리트가 별로 없어서 그냥 생수 큰 거 사다 마시는 걸로 만족한다. 

 

요즘 정말 추워졌고, 연말이라는 게 실감이 나고 있다. 난로를 한 번 샀다가 실패해서 바로 팔아버리고, 온풍기 구매한 거 배송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소파에 있어도 책상에 있어도 발 시려 죽겠다. 한국의 보일러가 절실하게 필요한 순간이다. 

 

다음주부터는 연말연시 휴가니까 또 열심히 요리하고 부지런하게 움직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