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베 일상

2021년 새해맞이 일본생활

인귀 2021. 1. 3. 14:49

2021년 신축년이 밝았다. 나는 아직도 고베에서 살고 있고, 결혼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내 주변에 달라진 거라고는 하나도 없지만 이제는 2020년을 작년이라고 불러야 한다.

 

 

온라인 제야의 종

내 고향 수원에서는 12월 31일 밤에 12시가 되기 까지 기다렸다가 종을 치고 화성에서 다같이 모여서 무료로 나눠주는 떡국을 먹고 집에 가고 그랬다. 친구들과 자주 그 곳에서 새해를 맞이 하곤 했었다. 작년에는 약속이 있어서 서울에 갔다가 집에 오는 전철에서 펭수가 제야의 종을 치는 걸 핸드폰으로 봤었다.

 

올해는 코로나의 여파로 67년만에 보신각 제야의 종 행사가 취소 되었다. 온라인으로 카운트다운을 한다고 하길래 유투브로 새해를 맞이 했다. 아주 신세대스러운 방법이군. 

 

온라인이지만 제야의 종과 마찬가지로 33번 종소리가 울리고 5, 4, 3, 2, 1 카운트 다운을 세고 2021년이 되었음을 알렸다. 나는 침대에 누워서 유투브 화면을 보다가 33살이 되었다.

 

 

새해 떡국

평소에 떡국 먹지도 않는데 새해가 되면 꼭 떡국을 먹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뼛 속까지 한국인인 것이다. 1월 1일 아침에 일어나서 소고기를 넣고 떡국을 만들고 있는데 갑자기 남편이 떡국을 먹으면 골다공증에 걸리기 쉬워진대서 깜짝 놀랐자 그 이유가 한 살 더 먹기 때문이라는 실없는 농담을 했다. 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며 남편에게 그 농담 알려준 사람 누군지 몰라도 놀지 말라고 했다. 

 

이것 저것 만들지 않고 그냥 소고기 넣고 떡만두국만 끓이고, 김치랑 샐러드. 그리고 잡채는 인스턴트 봉지 잡채로 간단하게 준비했다. 꼬치전은 그래도 새해 분위기 내려고 맛살이랑 베이컨, 피망, 버섯 넣고 밀가루 묻히고 계란옷 입혀서 부쳤는데 이것도 많이는 안 만들었다. 

 

손이 커서 음식을 만들면 양이 너무 많게 되어 버려서 요즘 요리를 할 때 양을 줄이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연 날리기

1월 1일에 연 날리기를 하고 싶어서 미리 백엔샵에서 연을 사 두었다. 은근히 백엔샵에 연이 없길래 두군데나 가보고 마지막에 산노미야역 근처에 다이소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 연에 나와 남편의 2021년 소망을 적어서 날리려고 매직으로 각각 소망을 적었다. 

 

남편은 간결하게 부자가 될 것과 우리 둘이 서로 싸우지 않을 것을 적었고, 나는 돈.건강.사랑.꿈 모두 다 내 뜻대로 이루워지기를 빌었다. 느낌이 왔는데, 이루어질 것 같다.

 

 

연 날리기

집 근처에 나기사 공원이 바람이 많이 불어서 연 날리는 사람이 많다. 우리도 자리를 잡고 연 날리기에 도전. 연 날리기는 기술이 정말 중요해서 우리는 초보라서 다른 사람들처럼 잘 날리지는 못했다. 주변에 연 날리는 사람은 모두 초등학생이었는데 다들 어찌나 잘 날리던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연 들이 날고 있었다. 

 

우리 연도 날기는 날았다. 열심히 뛰어 다니고 연 날리려고 고군분투 하다 보니 추운 지도 모르고 밖에서 한시간 동안 이나 연 날리기에 열중했다. 연 날리기는 진정한 겨울 스포츠가 아닐까? 생각보다 재밌어서 다음에도 또 날리려고 연을 버리지 않고 집에 가지고 돌아왔다. 

 

 

반도

한국 영화가 개봉하면 꼭 보러 가는 편인데 내가 좋아하는 강동원이 나오는 좀비 영화 반도가 일본에서 개봉한다길래 1월 1일에 보러 갔다. 극장에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마스크 잘 끼고 소독 잘 하고 조심하면서 영화 관람을 했다. 

 

영화는 부산행 감독이 만든 좀비 영화라서 볼거리도 화려하고 오락 영화로써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일본에서 부산행이 꽤 흥행을 해서 속편 개념으로 반도도 개봉을 한 듯 보였다. 반도에서 인상깊었던 건 서대위 역할을 맡았던 구교환 배우와 이정현의 딸 역할을 맡았던 이레라는 아역배우의 연기였다. 

 

어렸을 때는 좀비 영화를 정말 좋아해서 유명한 작품들을 챙겨보고 그랬는데 이제는 나이를 먹으니 겁이 더 많아져서 좀 비 설정이 너무 잔인해서 보기 힘들기도 했다. 그냥 이제는 웃을 수 있고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나 드라마가 더 좋다. 

 

 

결혼 선물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는데 결혼 선물로 디퓨저를 받았다. 너무 기뻐서 집에 오자마자 조립해서 현관 근처에 두었는데 원래 있던 인테리어 소품들이랑 잘 어울려서 좋았다. 향도 원래 우리가 쓰던 브랜드랑 같았다. 

 

결혼을 하고 식도 안하고 스몰 웨딩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스몰 웨딩에, 축의금도 안받는다고 했지만 그래도 내가 결혼했다는 걸 알고 가끔 선물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 선물이 어떤 것이던 상관없이 그 마음이 너무 감사하다. 

 

 

곤약

언니가 교토 여행을 갔다가 먹은 빨간 곤약이 너무너무 맛있다고 노래를 불렀어서 늘 궁금했는데 이번에 교토 갈 일이 있어서 백화점 지하 구경하다가 빨간 곤약이 있길래 한 번 사 먹어 보았다. 식감이 쫄깃하고 다른 곤약이랑 다르기는 한데 약간 호박엿 풍미가 난다고 해야하나, 간장 조림이라 달큰한 맛도 나서 그런지 내 입에는 별로였다. 

 

아마 오뎅 나베 할 때 넣어 먹으면 맛있으려나?

 

 

연말 복권

새해가 되고 연말에 샀던 연말 복권 年末ジャンボ 번호를 맞춰 봤는데, 역시나 꽝이었다. 내 할일을 하면서 열심히 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겠다. 

 

 

카페

정말 오랜만에 카페에 왔다. 집 와이파이가 절망적일 정도로 너무 느려서 항상 불만이 있었는데 연말에 집 맨션에 인터넷 계약을 하게 되면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 해약금이나 공사비도 제공해준다는 광고를 보고 큰 맘 먹고 인터넷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쓰던 인터넷은 12월 말까지만 사용하고 1월 5일에 인터넷 공사를 하는데 그 전까지 4일동안 집에서 인터넷 활용이 안돼서 카페에 와이파이를 사용하러 나왔다. 그냥 핸드폰 인터넷은 얼마나 느린지 인터넷을 키면 아무것도 작동이 안될 정도이다. 

 

나같은 아날로그 인간도 답답함을 느끼는데 다른 사람이면 핸드폰을 부숴버렸을지도 모를 정도로 인터넷이 너무 느리다. 아마 저렴한 요금제를 사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연휴도 막바지다. 연말연시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이제 다시 정신차리고 열심히 살아야지, 새해가 돼도 내가 할 일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