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베 일상 167

욕심쟁이의 의욕

작년 한 없이 우울했던 내 안에 활기가 돌고 있다. 애초에 내 우울은 나의 욕심에서 비롯되었었다. 이상은 높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까 그 갭에서 오는 공허함... 그 욕심쟁이가 의욕을 내기 시작한 계기는 김밥이었다. 우울한 일상에서 불현듯 떠오른 '김밥을 싸서 회사 사람들과 나눠 먹자'라는 뜬금없는 생각을 실천, 나는 김밥을 쌌다. 한국에서는 근처에서 쉽게 먹을 수 있었던 김밥 먹기가 일본에서는 어찌나 어려운지, 김밥 싸기는 또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 김밥은 늘 한국 가면 먹을 음식이었다. 새벽에 일어나서 고슬고슬 밥을 짓고, 재료 하나하나 준비해서 김밥을 쌌는데 진짜 너무 행복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진짜 하고 싶어서 하는 번거로움은 마른 일상에 단비가 되었다. 김밥 싸는 거 하나로 ..

코베 일상 2020.03.03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19

작년부터 유행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크고 작은 영향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오늘 기준으로 1,595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너무 확진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가니 한국에 있는 가족들, 친구들이 걱정되는 마음이 크다. 우선은 손을 잘 씻고, 되도록 소독을 잘 하고, 마스크를 잘 끼고 다니는 것으로 예방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건강을 잘 챙기는 것이 최고의 예방이니, 더 신경써서 건강을 챙기고 있다. 마스크를 사서 한국에 보내주고 싶은데 지금 마스크를 살 수 있는 곳이 적다. 온라인에서는 마스크가 품절이고, 직접 드럭 스토어나 수퍼에 오픈 전부터 줄을 서야 1인당 1개로 제한된 수량을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아직은 미리 사둔 마스크가 남아있지만 이번 주말에는 아침 일찍 줄서러 가..

코베 일상 2020.02.27

두바이 여행 선물

한 번쯤 여행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는 두바이. 경유할 수 있으면 잠깐이라도 들려 두바이 여행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짜잔. 얼마 전 두바이 여행 선물을 받았다. 두바이는 초콜릿 같은 디저트 종류의 제품들이 발달했다고 들었다. 확실히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보는 초콜릿과는 조금은 다른 느낌. 낙타유로 만든 두바이 초콜릿, 알나스마 초콜릿. 로고에도 낙타가 그려져 있고, 초콜릿 케이스도 낙타 피부같은 느낌이 살아있다. 낙타유라고 딱 들으면 익숙하지가 않으니 거부감이 드는데 사실 우리가 평소에 마시는 우유보다 낙타유가 소화도 더 잘된다고 한다. 혹시 특이한 냄새가 날까 싶기도 하고 어떤 맛이 날까 기대하고 먹었는데, 의외로 평소에 먹는 밀크 초콜릿과 똑같은 맛이었다. 단맛이 강한 초콜릿이라 커피나 녹차..

코베 일상 2020.02.26

영화 기생충

기생충이 개봉하기도 한참 전부터 아는 사람이 기생충이라는 영화를 보러 간다고 하길래 듣자마자 괴기스러운 영화의 이미지가 머리에 떠올랐다. 제목만 듣고 잔인한 소재가 들어간 B급 영화 일거라 생각해 "무슨 그런 영화를 봐?"라고 말했던 나 자신, 참 감각 없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에서는 천만 관객을 넘었고 각종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기대감은 최고 작품상을 포함해 4관왕을 차지하게 되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실시간으로 뉴스로 접했고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탔다는 이야기에 모두가 흥분 상태였다. 나 또한 내 일처럼 기쁘고, 자랑스럽고, 행복했다.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한국에 살 때는 한 달에 한..

코베 일상 2020.02.20

코베, 첫 눈, 사랑에 관하여

코베에 첫 눈이 내렸다. (내 기준) 나는 첫 눈을 사랑한다. 첫 눈은 로맨틱하다. 재작년 후쿠오카에 살았을 때, 언니랑 같이 코베에 놀러 온 적 이 있었는데 그 때도 눈이 내렸었다. 카페 창 밖으로 눈이 포근하게, 천천히, 조용하게 내리는 그 풍경의 기억이 코베의 첫 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줬다. 일기예보에서 기온이 뚝 떨어진다는 날, 아주 조금이지만 코베에 눈이 내렸다.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길,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아 긴가민가했다. 올 겨울은 다른 때보다 너무 따뜻해서 눈이 내리는 걸 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눈이 내렸다. 신이 났다. 사랑하는 눈, 사랑하는 코베. 사랑 ♥ 그래서 눈이 내린 기념으로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사랑이 무엇일까?' 어렸을 때는 엄..

코베 일상 2020.02.06

고흐전에 다녀왔다

작년부터 기다리던 고흐전에 다녀왔다. 도쿄에서 먼저 시작했고 그 이후에 효고현립미술관에서 지난주부터 오는 3월 29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효고현립미술관 전시회 보러 걸어가는 발걸음이 신난다 (동영상 크기 줄일 수가 없넹, , 작게 올리고 싶은데 ㅠ) 날씨가 맑지는 않지만 햇살이 따뜻해서 걷는 동안 기분이 좋아졌다. 다만 고흐전 보러 간다고 신나서 동영상 속 새 스니커즈를 꺼내 신었는데 전시를 보는 동안 발이 부어서 나중에는 걷기 힘들 정도로 발이 아팠다. 너무 오랜만에 전시를 보러 가서 편안한 신발을 신고 가야한다는 사실 조차 까먹어버린 듯 했다. 고흐전을 본다는 사실에 신이 나서 미술관 여기 저기서 사진도 찍고 신이 났었다. 평소에 산책을 하면서 지나다니기만 하고 전시를 보러 간 적은 처음이라 어느 ..

코베 일상 2020.02.02

코베직장인 소개글

해외에서 살아보겠다고 비교적 늦은 나이에 일본 생활을 시작한 이후 하루 하루 모두 나에게 의미가 있었지만 컴맹이라는 치명적인 이유 때문에 사진이나 글, 나중에 찾아볼 수 있는 아무런 기록도 남아 있지 않아 가끔은 아쉬움이 있었다. 애써 SNS보다 내 스스로가 일상을 즐기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최근 생각이 바뀌는 계기가 생겼다. 그 계기는 이직을 하면서 코베라는 도시로 이사를 오고, 여러가지로 여유가 없어 집과 회사만 반복하는 일상을 보낸 것. 하루에 내가 해야할 필요가 있는 말들 (회사 업무상 대화)이외에 해야할 필요가 없이도 하는 말들 (수다)이 사라졌다. 그러다보니 웃는 일이 점점 없어졌다. 주말에라도 바깥에 나갔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고 친구도 가족도 없는 낯선 곳에서 나에게 마음의 우울감..

코베 일상 2020.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