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베 일상 171

갑작스러운 퇴사 이후 일주일.

정말 할 말이 많다. 누구한테? 나도 몰라. 갑자기 퇴사를 하게 되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는데, 쌓여 있던 게 있어서 잠깐 잠깐씩 숨을 잘 못쉬거나, 손을 덜덜덜 떨거나 전화 응대 하는데 갑자기 목소리가 부르르르 떨리는 증상이 생겼었다. 그래도 참았었는데 과정이 어쨌던 갑작스럽게 퇴사를 하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헤어짐을 가지는 순간이 되면 손수건을 선물해준다면서 부장님께서 내가 퇴사하는 전 날 예쁜 손수건을 선물로 주셨다. 같은 부서도 아닌데 고생한다고 잘 챙겨주셨던 따뜻한 마음이랑 좋은 감정을 잘 간직해야겠다. 평소에 손수건을 가지고 다녀도 꼭 손닦고 나서 까먹고 손수건 사용을 안했었는데, 선물 받고 나니까 선물 받았으니까 더 신경써서 손수건을 사용하려고 하고 있다. 지금 아주 잘 쓰고 있다 ..

코베 일상 2020.10.26

20.09 한달동안 나는. 마이너스. ---

나는 멘탈에 문제가 있다. 사람들이 하는 아주 사소한 가시 돋힌 말에도 온 몸이 뜨거워지고 숨을 잘 못 쉬기도 하고, 금방 눈시울이 붉어져 곤란하다. 사회부적응자, 번아웃 증후군, 우울증... 뭐가 뭔지 잘 모르겠는데 어쨋든 내 몸과 마음이 안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잘 해내고 싶었다. 답답하게 느껴지는 회사 사무실도 내가 잘만 하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고, 취미로 하는 것들이나 내가 도전하는 것들도 내 생활을 윤택하게 해줄 줄 알았으며, 하다 못해 이 블로그도 더 멋진 글을 쓰고, 좋은 문장을 남겨놓는 공간이 될 줄 알았었다. 나 같이 식물 기르기에 소질이 없는 사람도 식물을 기를 수 있다고 희망을 준 내가 애정했던 스투키가 죽어버렸다. 그래도 1년동안 잘 자라주었었는데..

코베 일상 2020.10.07

4연휴가 끝났다.

주말부터 시작해 경로의 날과 추분으로 이어진 4연휴가 끝이 났다. 실감은 안나지만 다시 회사에 출근해야 한다... 눈만 깜빡했는데 순식간에 지나간 4연휴. 그 시작은 금밤 11시 반부터 친구들과 온라인 술자리. 스무디 어플로 여러명이 동시에 접속해 화상 채팅이 가능하다. 다들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술자리하면 무슨 어플 이용하지? 나는 스무디 어플만 써봤는데 일본 인터넷이 안좋아서 그런지 소리 전송이 잘 안돼서 아쉽다. 꼭 얘기하다가 내 소리만 안들린다고 해서 답답함을 겪는다. 치타라 チータラ 는 길다란 치즈에 마른 명태 살이 붙어 있는 안주인데, 짭짤해서 맛있다. 술은 달달한 걸로 골랐는데 츠부츄오렌지는 쌕쌕 오렌지처럼 오렌지 알갱이가 엄청 많이 들어가 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수다 떨고 바로 곯아떨어졌..

코베 일상 2020.09.23

일본생활 집 치우기 断捨離

이사를 가지 않기로 결정 후 집에 애정을 갖기로 결심, 집을 치우기 시작했다. 인테리어를 잘 하지는 못하더라도 되는대로 살던 집을 꾸미기로 하고 제일 급한 건 정리였다. 일본어 단샤리 断捨離 를 일본어 사전에 검색해보면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온다. 단샤리 断捨離 불필요한 것을 끊고(断), 버리고(捨), 집착에서 벗어나는(離) 것을 지향하는 정리법[삶의 방식, 처세술]. 물건을 정리할 때는 비싸게 주고 샀는데, 얼마 주고 산건데와 같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예전에 사용했다거나 나중에 쓸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고, 오롯이 지금 내가 사용하는 물건인지만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물건이 낡았으면 물건을 버렸다. 평소 15리터 타는 쓰레기 봉투를 사용하던 내가 45리터 타는 쓰레기 봉투와 타지 않는 쓰레기봉투, 재활..

코베 일상 2020.09.14

코베 산노미야 돌아다니기. 한국영화, 다이소, 로프트

요즘 집 정리를 하며 필요한 거 찾아서 돌아다니느라 산노미야를 자주 나가고 있다. 산노미야는 모토마치와 지역적으로 이어져있어 큰 번화가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없는 게 없고, 고베에서 쇼핑하려면 산노미야로 가야 한다. 하루는 한참 또 산노미야에서 여기 저기 구경하고 돌아다니다가 뜬금없이 한국영화 포스터를 발견했다. 나는 늘 집 근처 영화관을 다니다보니 다른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놓칠 때가 있다. 한국이 관련되면 나는 뭐든지 반가우니까 사진도 찍어보고, 검색도 해봤다. 그런데 원래 내가 알지 못했기도 했고 박서준으로 검색해서 찾아보니 라는 영화였는데, 크게 흥행한 영화도 아닌 것 같아서 처음에는 왜 이 영화가 개봉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아마 이태원 클라쓰가 일본에서 크게 흥행하면서 박서준의..

코베 일상 2020.09.13

오사카의 밤, 코베의 밤

잠실에 러버덕이 왔을 때를 기억한다. 다들 귀여운 대형 오리를 만나려고 한동안 북적거렸었던 것 같다. 나는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오리가 있구나 하고 러버덕을 처음 알게 되었다. 러버덕이 오사카의 왔었다. 사실 처음 온 건 아니고 예전에도 1번 온 적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왔다고 한다. 언제 내가 또 러버덕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싶어서 8월 말 오사카 키타하마에 러버덕을 보러 다녀 왔다. 멀리서 보이는 러버덕. 귀여워라. 다만 인터넷에서 봤을 때는 밤에 라이트 업을 한다고 했었는데, 이미지와는 살짝 다른 느낌이었다. 오사카에 오랜만에 가다 보니 낮에는 텐노지에 가서 쇼핑도 하고, 친구와 저녁을 먹고 늦게 갔더니 어두워진 러버덕을 만날 수 있었다. 귀염뽀짝 러버덕. 러버덕은 네..

코베 일상 2020.09.10

피아노 7개월째

악기는 전혀 다룰 줄 모르는 내가 피아노를 배운 지 7개월. 한 번 수업을 들을 때 마다 30분이니까 한 달에 2시간씩 배우는 피아노이지만, 스스로 얼마나 뿌듯한 지 모른다. 아직도 음표 하나도 못읽고 박치여서 마음 속으로 하나 둘 셋 넷을 세어야 해도 좋기만 하다. 피아노 교실에 가서 선생님이 아무리 기초를 열심히 알려주셔도, 사실 무슨말인지 잘 못알아듣겠다. 박자나 음 같은거 기초부터 시작하기에는 재미를 많이 못 느끼고 실력도 늘지를 않아서 중간에 선생님이 좋아하는 노래를 정해서 연습하자고 해주셔서, Stand by your man 을 골랐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ost 인 노래로, 내 인생에 만약 bgm이 깔린다면 이 노래였으면 좋겠다 생각했었던 노래였다. 다행히도 간단하게 칠 수 있는 버전의..

코베 일상 2020.08.25

프랑스 회화의 정화, フランス絵画の精華

고베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많은 전시회들이 코로나의 영향으로 취소가 되었다. 한동안 전시회는 구경도 못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오사카에서 프랑스 회화 전시회가 열린다길래 다녀왔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전시회를 본다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가끔은 그림을 봐야 머리도 휴식을 할테니까. 오사카 시립 미술관은 텐노지 天王寺 에 위치하고 있다. 고베의 우리 집에서는 한 시간 정도 전철을 타고 가야하는 위치. 미술관 자체는 크지는 않았지만 역과 가깝고 근처에 공원이나 번화가가 있어서 접근성이 용이해 좋았다. 미술관 내부는 당연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입장이 불가하고, 입장시 체온을 체크하고 있었다. 다만 전시관 내부에서는 간격을 두는 선이나, 거리 두기를 따로 하고 있지..

코베 일상 2020.08.17

친구네 집들이 가기, 그리고 이마자토

조금 시간이 흐르기는 했지만, 친구네 커플이 난바 쪽에 살다가 이마자토로 이사를 해서 집들이에 다녀왔다. 신축이라 집도 깨끗하고 역 근처라서 편리하고 좋아 보였다. 집들이 음식으로 친구네 커플이 나베를 준비해줬다. 너무 맛있어서 저녁은 패스할 정도로 과식을 했다. 고기랑 야채 먹는 것도 좋지만 마로니짱이 진짜 맛있었다. 친구가 유튜브를 보고 만들었다는 겉절이. 한국 칼국수 집에서 먹는 겉절이 맛이랑 똑같았다. 너무 맛있어서 친구가 한 통 만들어 놓은 걸 다 먹어버렸다... 그 이후에 친구한테 다시 만들려고 해도 그 맛이 안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늦은 오후에 친구네 집에 찾아가서 밥 먹고 수다 떨다보니 벌써 저녁 시간이 다 되어버렸다. 아무것도 안하고 수다만 떨어도 시간이 너무 빨리간다. 아무리 배가 불..

코베 일상 2020.08.10

4연휴의 시작, 피맥 !

원래 올해 열릴 예정이었던 도쿄 올림픽을 위해 7월에 4연휴가 만들어졌었는데, 도쿄 올림픽이 미뤄져 버렸지만 공휴일은 그대로 남아 4연휴가 시작되었다. 신난다 ! 연휴 최고 !!! 연휴 전 날 회식이었어서 피곤했지만 왜인지 연휴 시작 아침에 눈이 일찍 떠졌다. 쉬는 날 자면 아까워서 저절로 눈이 떠졌나 보다. 연휴의 시작, 벌써부터 연휴가 끝나는 게 아쉬워지는 기분. 피자는 혼자 먹기 힘드니까 가끔 먹고 싶더라도 안 시켜먹는데,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오는데 도미노 전단지를 발견하구 슝 버리다가 옹 .. 급 먹구싶어져 버렸다. 4연휴의 시작이니까 에라 모르겠다 하고 도미노 피자를 시켜버렸다. 다행히 홈페이지에서 보니 혼자서 먹을 수 있는 세트 같은 게 있어서 1500엔 정도에 주문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는 ..

코베 일상 2020.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