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보고싶은 내복이 10

내복이에게 (2017.12.31)

(22.09.19 낮잠을 잤는데 내복이 꿈을 꿨다. 내복이랑 같이 누워서 한참 내복이를 쓰다듬어줬다. 눈을 떴을 때 내복이가 옆에 없어서 많이 슬펐다.) 내복아. 가족들 지금 다들 밖에 있는 것 같은데 혼자 심심하지 않아? 내가 한국이었으면 너랑 같이 있었을텐데, 너무 아쉽다. 오늘은 2017년의 마지막 날이야. 한해가 마무리 되는 날인데, 참 별 거 없다. 내복아 언니 아침에 미용실가서 머리 잘랐어. 숏컷. 너 상상이 가니? 대체 몇년을 기른 지도 모를 긴 머리를 싹둑 잘라 버렸어. 자른 머리카락은 우편으로 붙여서 기부하려고. 일본도 머리카락 기부가 있지만, 한국에서 기부하고 싶어서. 인생 처음... 은 아닌가? 숏컷을 해 본 그 결과는 ? 대 실패지 뭐. 처음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이상해서 눈물이..

내복이에게 (17.12.26)(17.12.29)

17.12.26 사랑하는 내복아. 잘 있지? 갑작스럽게 이번주에 토~화까지 쉬게 되어서 잠깐이라도 너 보러만 갔다올까 했는데 안그래도 돈 때문에 고민됐었는데 가족 단톡방에 혹시나 하고 남겨봤더니 엄마가 티켓 비싸다고 오지 말래서 기분 나빠서 안가려고. 어차피 나도 비싸다고 생각했었고. 갑작스럽게 쉬게 된거라 짜증도 나고 했는데, 그냥 좋게 생각해서 뭐할지 오전에 할일 없어서 연휴 계획 짰거든? 쿠시야모노가타리라고 쿠시카츠 뷔페갈거야. 11시 오픈 시간 맞춰서 가서 엄청 많이 먹을거야. 뷔페라니... 미리 인터넷으로 음식 뭐 나오는지 사진 찾아보는 데 보는 것 만으로도 너무 행복해. 회사일이라는게 일이 많을 때도 있고, 적을 때도 있지만 요 며칠은 그저 출근을 해서 퇴근 시간을 기다리고 있어. 근데, 딱히..

내복이에게 (17.12.24)

내복아 메리크리스마스. 지금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있어. 나오면서 캐널시티 근처에 동물병원에서 시츄 강아지를 봤는데, 너무 귀여웠어. 너 생각이 많이 났어. 니가 너무 보고 싶어서 눈물이 찔끔 났어. 내복아, 언니 니가 너무 보고싶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함께였던, 내 곁에 있어줬던 유일한 너의 존재가 너무 그립다. 온 마음이 너를 그리워하고 있는 기분이야. 가끔 니가 잘 지내고 있는 걸 보는 것만이 위안이야. 나는 지금 후쿠오카에 혼자 살고 있어. 아직까지는 가족도, 친구도, 애인도 없는 이 외로움 속에서 잘 버티고 있어. 일본에 와서 느낀 것 중에 하나 말하고 싶은게 있어. '카와이이'라는 말은 참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는 것 같아. 나는 관종인 것일까? 한국에 살 때 누군가가 지나가는..

내복이에게 (17.12.21)

내복아 한국은 눈이 엄청 많이 왔다고 하던데 너무 추울까봐 걱정이다. 엄마도 아빠, 남동생도 길에서 넘어지지 않고 건강 잘 챙길 수 있게 니가 옆에서 잘 보살펴줘. 오늘은 괜시리 눈물이 찡 하고 나는 날이야. 되게 오랜만에 파란 하늘을 본 것도 너무 좋았고, 기분도 가볍고 좋아. 근데 아침에 출근 준비하면서 항상 영상 틀어놓거든. 오늘은 아따맘마를 봤는데 아따맘마가 감기걸려서 아픈데도 계속 안쉬고 뭐 하니까 애기들이 뭐라뭐라 했는데, 그걸보고 아빠가 외로워서 그런다고. (서러워서였나?) 누워서 가만히 있으면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르는 법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그냥 있다가 갑자기 눈에 눈물이 핑 돌았어. 근데 화장한 직후니까 꾹 참았지. 그러고 나서 회사 왔는데 엄마가 카톡으로 잘 지내냐구 감기 조심하라고 ..

내복이에게 (17.12.18)

내복아 보고싶어. 너 보러 금토일이라도 시간내서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너무 슬프다. 언니가 생각하기에는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건 건강이야. 이건 절대적이야. 죽으면 끝이니까. 2위는 돈이야. 돈이 없으면 너를 만나러 갈 수가 없잖아. 그치? 돈은 언니가 벌테니까 내복이는 항상 건강해야해. 알지? 언니 어제 되게 완벽한 하루였어. 애매하기는 하지만 내 기억에 의하면 2주 넘게 똥을 못싸고 있었어. 변비왕 등극하고 며칠동안 어쩌지, 어쩌지 하고 있다가 처음으로 변비약을 사보기로 결심했어. 일본에서 판매하는 유명한 코락쿠라는 변비약을 샀는데, 와우 대박이야 내복아. 원래 변비여도 변비약 안먹는 이유가 약 먹으면 배 아프고 힘들어서 였는데 이건 배 아프거나 괴롭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가 화장실 가고..

내복이에게(17.12.15)

내복아 잘 있지? 펫 카메라로 영상 보니까 잠만 자던데, 언니가 가서 산책시켜줘야 하는데 한동안은 못갈 것 같아 너무 슬프다. 내복아 언니 오늘 월급날이거든? 언니 너무 행복하다. 정말 언니 여기서 주제파악 못하고 과소비 중의 과소비 하다가 거지 돼가지고 돈없어서 밥도 못사먹고 회사 가지고 다닐 가방도 못사고 가고 싶은 데도 못가고 아무것도 못하고 지내고 있었거든. 언니의 2017년 12월은 가난 그 자체였어. 근데 오늘 월급 내역서를 봤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돈이 좀 더 들어온거야. 그래서 언니는 생각했지. 열심히 일한 나 자신 최고! 나 자신 ! 너무 멋지다! 이제 숨통이 좀 트여. 그래도 절약할거야. 절약해서 돈 모아서 너 보러 가야되니깐. 한국 영하 10도 정도, 매일 너무 춥다고 들었어. 감기 조..

내복이에게(17.12.5)

내복아 안녕? 오늘 많이 춥지. 추울 때마다 옛날에 니가 추워서 내 이불 속에서 자다가 파고 들고, 파고 들다가 내 후드티 안으로 파고 들어서 잤던 기억 나. 너무 추억이다, 그리워. 너가 옆에 없으니까 나는 더 추운 것 같아. 따뜻하게 잘 지내고 있지? 11월에 너 만났을 때 니가 너무 건강하게 잘 지내서 지금은 니 걱정이 많이 줄어 들었어. 항상 건강해야해. 나도 최근에 감기 걸렸었지만 빨리 약먹고 푹 쉬어서 이틀만에 금방 나았어. 감기는 자만을 하면 안돼. 난 항상 손만 깨끗하게 씻으면, 집 와서 샤워 싹 하고 잠만 푹 자면 된다면서 절대 감기 안걸릴거라고 콧대를 세우곤 하는데 그런 말을 하고 나면 꼭 감기가 걸리더라고. 겨울에는 방심하지말고 항상 감기 조심하자, 우리. 내복아 언니는 업무가 인턴이..

내복이에게 (17.11.8)

내복아 집 잘 보고 있어? 니가 너무 보고싶어. 오늘 회사에서 좀 기분 나쁜 일이 있었어.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아. 내 행복은 그들이 아닌 내가 정하는 거라고 마인드 컨트롤 하고 있거든. 한국인인데 사회 생활을 일본에서 시작한 사람들 말이야. 나는 한국에서 처음 사회 생활을 배웠으니까, 조금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어. 그 사람들 말투가 그런거겠지만 자꾸 나를 '야 야' 라던가 '저기' 라고 부르곤 하거든. 근데 오늘은 '저 여자'라고 부르더라. 만약 내가 일본인이었으면 쉽게 양상이라고 불렀겠지만, 내가 한국인이니까 나에 대한 호칭이 애매했나봐. 내가 본 바에 의하면 ~씨라고 부르는 호칭을 못하더라 이 사람들. 생각해보면 나도 대학생에서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 ~씨 부르는 게 그렇게 어색했거든. ..

내복이에게 (17.10.28)

내복아 집 잘 지키고 있어 ? 언니는 여느때처럼 또 스타벅스와서 커피마시고 시간 보내고 있어 분위기라는 게 있잖아. 뭔가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같은 전세계에 있는 프렌차이즈는 외국인이어도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기분이야. 그러다가 사진 좀 정리할까 했는데 이것저것 보다 니 사진 보는데 니가 너무 귀여워서 심쿵했어 그리구 너한테 편지를 쓰기로 했어 처음에 후쿠오카 왔을 때는 너를 두고 도망쳤다는 생각에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이 들었어 니가 너무 보고싶어서 새벽 3시까지 눈물만 흘린 적도 있어 그냥 너 사진만 봐도 눈물이 났어 지금도 너를 그리워하지만 그래도 가끔 너 보러 한국에 가기도 하고 사진이랑 영상보고 카메라로 너 자거나 움직이는 거 보니까 많이 나아졌어 언니가 정말 미안하고 사랑하는 거 알고 있어 ?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