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보고싶은 내복이

내복이에게 (2017.12.31)

인귀 2022. 9. 19. 16:39

내복이

(22.09.19 낮잠을 잤는데 내복이 꿈을 꿨다.

내복이랑 같이 누워서 한참 내복이를 쓰다듬어줬다.

눈을 떴을 때 내복이가 옆에 없어서 많이 슬펐다.)

 

 

내복아.

가족들 지금 다들 밖에 있는 것 같은데

혼자 심심하지 않아?

 

내가 한국이었으면 너랑 같이 있었을텐데, 너무 아쉽다.

 

오늘은 2017년의 마지막 날이야. 한해가 마무리 되는 날인데,

참 별 거 없다.

 

내복아 언니 아침에 미용실가서 머리 잘랐어. 

숏컷. 너 상상이 가니?

 

대체 몇년을 기른 지도 모를 긴 머리를 싹둑 잘라 버렸어.

자른 머리카락은 우편으로 붙여서 기부하려고. 일본도 머리카락 기부가 있지만, 한국에서 기부하고 싶어서.

 

인생 처음... 은 아닌가?

숏컷을 해 본 그 결과는 ? 대 실패지 뭐. 

 

처음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이상해서 눈물이 날 것 같은 거야.

근데 마음 속으로 야 너 이런걸로 울지마라. 계속 다짐해서 눈물 참았어.

 

그 다음에는 상황이 너무 웃겨서 

계속 웃었어. 미친사람처럼 혼자서 웃다가 보니까

 

갑자기 정신승리 하게 되더라.

어, 이정도면 이쁜것 같은데? 어울리는 거 아니야?

이러고 있었어.

 

근데 정말 이상해. 나 숏컷 안 어울리는 것 같아. 

그래서 나중에는 눈에 보이는 거울을 다 손으로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어.

 

계속 이런 감정들을 반복하다가 힘들어져서

지금은 그냥 거울을 안 보고 있어.

 

그래도, 진심으로 괜찮다고 생각해.

살다보면, 이런 인생도 있는거잖아.

 

허리까지 머리 길었던 20대의 나는 지나간거야.

이제 나는 30살, 30대에 접어드는거야.

 

의미 없이 웃는 것도, 감정적으로 우는 것도 

이제 그만할거야.

 

소비 습관을 바꿔서 돈도 저금할거고, 

운동도 하고 예뻐져서 남자 친구도 만나야지.

 

공부도 열심히 할거야.

그리고, 너 만나러 갈게.

 

다음에 너를 만날 때는 언니가 

30살이겠구나. 

 

언니는 늘 시간여행을 하며 살아왔지.

과거의 나를 부풀리거나 자책하거나 하면서.

 

혹은 오늘의 나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의미 없는 행동들을 하면서.

 

30살의 언니는

어제와 오늘이 아닌, 오늘과 내일을 사는 사람이 될게.

 

그리고 그 내일에는

너와 함께 할거야.

 

사랑하는 내복아, 감기 조심하고

밥 잘 챙겨먹고 있어. 사랑해.

 

또 편지쓸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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