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베직장인 9

주말 투표하고, 코베 맛집 Nick

주말에 제 21대 국회의원 선거 재외 투표를 하러 코베 영사관에 다녀왔다. 원래 토요일에 갈 예정이어서 오전에 나갔는데, 메일을 보니 투표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연락이 와 있었다. 그 뿐 아니라 투표 하기 전까지 투표를 하러 갈 때 필요한 준비물 이나 투표 용지를 접는 방법, 투표를 하는 장소 등이 자세하고 친절하게 메일로 전달되어 와서 굉장히 좋았다. 햇빛이 따뜻하고 걷기 좋은 날씨. 모토마치역에서도, 산노미야역에서도 걸어갈 수 있는 위치의 주고베총영사관. 주고베총영사관에 도착하니 멀리서부터 재외 투표소 안내가 보였고, 바로 투표하는 장소로 찾아갈 수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이탈리아 등 여러 국가에서 재외 투표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어서, 재외 투표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의 ..

코베 일상 2020.04.05

일본 회사 건강검진 + 자궁암 검진

한국은 사무직에 경우 2년에 한번 직장 건강검진을 진행하는걸로 알고 있다. 나도 한국에서 회사 다닐 때 2번 받아봤던 듯. 기억이 가물가물. 일본 직장인들은 1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실시한다. 한달에 한 번씩 건강보험료를 월급에서 차감하고 있으니, 이런 것은 회사 차원에서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챙겨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작년 말쯤에 이직 하기 전 회사에서 건강 검진을 받은 지 얼마 안됐는데, 회사에서 일괄적인 날짜에 건강검진을 해야 한다고 해서 근무 시간에 건강 검진에 다녀왔다. 코베가 이런건지, 이 병원이 이런건지 모르겠지만 몇 가지 그동안 받은 건강검진과는 다른 점이 있었다. 일단 건강검진 문진표와 함께 동봉되어 오는 보관용기에 소변, 대변 (난 해당 없었다. 나이 때문)을 준비해 가야한다...

퇴근, 그 아름다운 순간

오늘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는 정해져 있었다. #먹고살기 힘들다 하루는 출근 길에 퇴근을 생각 했고, 하루는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퇴근을 생각했다. 우리 회사 사람들은 점심 시간에도 퇴근 시간에도 딱히 개이치 않고 일을 한다. 나는 멋대로 그런 그들을 보며 이렇게 생각한다. '저들은 자기네 인생이 참 재미가 없구나.' 하루에 꼬박 9시간을, 일주일에 꼬박 5일을 회사에서 머물머 일을 하는데, 퇴근을 안하고 싶다고? 미쳤어! 난 퇴근 하는 순간 굉장히 짜릿하다. 행복 지수가 MAX로 치솟고 콧노래를 부르고 싶고 엉덩이를 흔들어 춤을 추고 싶은 걸 억지로 참으며 모두에게 인사를 한다. "잘 있어라, 바보들아. 오늘도 나 먼저 간다!" 사실은 "죄송합니다, 저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すみ..

코베 일상 2020.03.19

욕심쟁이의 의욕

작년 한 없이 우울했던 내 안에 활기가 돌고 있다. 애초에 내 우울은 나의 욕심에서 비롯되었었다. 이상은 높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까 그 갭에서 오는 공허함... 그 욕심쟁이가 의욕을 내기 시작한 계기는 김밥이었다. 우울한 일상에서 불현듯 떠오른 '김밥을 싸서 회사 사람들과 나눠 먹자'라는 뜬금없는 생각을 실천, 나는 김밥을 쌌다. 한국에서는 근처에서 쉽게 먹을 수 있었던 김밥 먹기가 일본에서는 어찌나 어려운지, 김밥 싸기는 또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 김밥은 늘 한국 가면 먹을 음식이었다. 새벽에 일어나서 고슬고슬 밥을 짓고, 재료 하나하나 준비해서 김밥을 쌌는데 진짜 너무 행복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진짜 하고 싶어서 하는 번거로움은 마른 일상에 단비가 되었다. 김밥 싸는 거 하나로 ..

코베 일상 2020.03.03

일본에서, 짜장밥

짜장면은 정말 한국음식이다. 한국식 중화요리를 너무 좋아해서 한국에 돌아갈 때 마다 반드시 먹는 음식이 짜장면이다. 일본에서 맛보는 중화요리는 한국에서보다는 좀 더 본격적인 중국식의 맛이다. 일본식 중화요리집에서 ジャージャー麵을 시켜먹어 본 적이 있는데 전혀 짜장면과는 다른 맛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건 한국식 중화요리! 짜장면, 짬뽕, 탕수육이 내 입엔 제일 맛있다. 한국인들이 너무 좋아하는 짜장면이 주변 일본인들 의견으로 별로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우선은 검정색 소스의 비주얼이 눈에 익지 않아 별로라고 한다. 또 맛을 보면 짜거나 맵거나 한 면 요리가 아니라 갑자기 단 맛이 나기 때문에 맛있다는 인식이 적다고 했다. 그런데 일본인 친구가 자꾸 한국에 갈 때마다 짜장면을 먹다보니 이제는 맛있게 느껴..

영화 기생충

기생충이 개봉하기도 한참 전부터 아는 사람이 기생충이라는 영화를 보러 간다고 하길래 듣자마자 괴기스러운 영화의 이미지가 머리에 떠올랐다. 제목만 듣고 잔인한 소재가 들어간 B급 영화 일거라 생각해 "무슨 그런 영화를 봐?"라고 말했던 나 자신, 참 감각 없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에서는 천만 관객을 넘었고 각종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기대감은 최고 작품상을 포함해 4관왕을 차지하게 되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실시간으로 뉴스로 접했고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탔다는 이야기에 모두가 흥분 상태였다. 나 또한 내 일처럼 기쁘고, 자랑스럽고, 행복했다.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한국에 살 때는 한 달에 한..

코베 일상 2020.02.20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곳, 후쿠오카

주말, 1박 2일 짧은 여행. 후쿠오카에 다녀왔다.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곳, 후쿠오카는 여전히 마음이 편하고 따뜻한 곳이었다. 애초에 내가 한국에서 직장 그만두고 일본으로 가기로 했을 때 살기로 했던 도시가 후쿠오카였다. 후쿠오카는 하카타나 텐진같이 번화한 곳으로의 접근성이 용이하고 내가 좋아하는 자연 혹은 시골의 분위기도 가지고 있다. 난 남들에게 이해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후쿠오카라는 도시를 너무 좋아했고, 갑작스러운 전근으로 후쿠오카를 떠나게 됐지만 남다른 후쿠오카 사랑은 여전히 그대로이다. 후쿠오카 특히 하카타에 있으면 내 자신이 릴렉스가 되는 게 나도 신기하다. 오사카에 가고 나서 처음 후쿠오카 여행을 했을 때는 신칸센에서 하카타 역을 보자마자 눈물이 주르륵 흐르기 까지 했다...

여행/일본 2020.02.14

코베, 첫 눈, 사랑에 관하여

코베에 첫 눈이 내렸다. (내 기준) 나는 첫 눈을 사랑한다. 첫 눈은 로맨틱하다. 재작년 후쿠오카에 살았을 때, 언니랑 같이 코베에 놀러 온 적 이 있었는데 그 때도 눈이 내렸었다. 카페 창 밖으로 눈이 포근하게, 천천히, 조용하게 내리는 그 풍경의 기억이 코베의 첫 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줬다. 일기예보에서 기온이 뚝 떨어진다는 날, 아주 조금이지만 코베에 눈이 내렸다.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길,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아 긴가민가했다. 올 겨울은 다른 때보다 너무 따뜻해서 눈이 내리는 걸 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눈이 내렸다. 신이 났다. 사랑하는 눈, 사랑하는 코베. 사랑 ♥ 그래서 눈이 내린 기념으로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사랑이 무엇일까?' 어렸을 때는 엄..

코베 일상 2020.02.06

코베직장인 소개글

해외에서 살아보겠다고 비교적 늦은 나이에 일본 생활을 시작한 이후 하루 하루 모두 나에게 의미가 있었지만 컴맹이라는 치명적인 이유 때문에 사진이나 글, 나중에 찾아볼 수 있는 아무런 기록도 남아 있지 않아 가끔은 아쉬움이 있었다. 애써 SNS보다 내 스스로가 일상을 즐기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최근 생각이 바뀌는 계기가 생겼다. 그 계기는 이직을 하면서 코베라는 도시로 이사를 오고, 여러가지로 여유가 없어 집과 회사만 반복하는 일상을 보낸 것. 하루에 내가 해야할 필요가 있는 말들 (회사 업무상 대화)이외에 해야할 필요가 없이도 하는 말들 (수다)이 사라졌다. 그러다보니 웃는 일이 점점 없어졌다. 주말에라도 바깥에 나갔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고 친구도 가족도 없는 낯선 곳에서 나에게 마음의 우울감..

코베 일상 2020.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