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보고싶은 내복이

내복이에게 (17.12.26)(17.12.29)

인귀 2021. 12. 16. 23:04
내복쓰

17.12.26
사랑하는 내복아. 잘 있지?
갑작스럽게 이번주에 토~화까지 쉬게 되어서
잠깐이라도 너 보러만 갔다올까 했는데
안그래도 돈 때문에 고민됐었는데
가족 단톡방에 혹시나 하고 남겨봤더니
엄마가 티켓 비싸다고 오지 말래서 기분 나빠서 안가려고.

어차피 나도 비싸다고 생각했었고.
갑작스럽게 쉬게 된거라 짜증도 나고 했는데,
그냥 좋게 생각해서 뭐할지 오전에 할일 없어서 연휴 계획 짰거든?

쿠시야모노가타리라고 쿠시카츠 뷔페갈거야.
11시 오픈 시간 맞춰서 가서 엄청 많이 먹을거야.

뷔페라니... 미리 인터넷으로 음식 뭐 나오는지 사진 찾아보는 데 보는 것 만으로도 너무 행복해.

회사일이라는게 일이 많을 때도 있고, 적을 때도 있지만
요 며칠은 그저 출근을 해서 퇴근 시간을 기다리고 있어.

근데, 딱히 눈치보이지는 않아.
어차피 다른 사람들도 내색만 안할 뿐 나랑 비슷한 상황이지 않을까?

게다가 나는 나의 소중한 마지막 20대의,
뭐 20대가 아니더라도 말이야. 내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고 있는거잖아.
나는 내 시간들을 돈으로 바꾸고 있는 중이야.

그렇게 생각하고 맘 편하게 쉬고 있어.

오늘은 퇴근하면 니토리가서 선반장을 사려구 했는데,
갑자기 잊고 있었던 메르카리에서 에코백이 팔렸다고 연락이 왔어.

3500엔이라는 좋은 가격에 팔려서 너무 기뻐.
우선은 집 가서 에코백부터 로손가서 배송 보내고 니토리 가야할 것 같아.

얼른 퇴근하고 싶다.
내복아, 너 얼마전에 털 잘랐는데 춥지는 않아?

몸 따뜻하게 하고 있어.
또 편지 쓸게.


17.12.29

내복아
너무 보고싶어.
 
오늘 2017년 마지막 출근이야.
오늘까지만 일하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4일 연속 쉬니까
기분 좋아서 아침에는 흥얼 흥얼 콧노래를 부르면서 신났어.

근데 부장, 팀장, 옆팀 중국인 여자 직원이 다들 나 한가한 사람 취급해서 기분 잡쳤어. 한가한 건 맞지만 한가한 사람 취급 당하는 건 기분 나쁘더라구.
 
아니 내가 그렇다고 할 일을 안하는 것도 아닌데,
맡은 일 하고 칼퇴하고 그러는 건데!! 라고 월급 도둑이 말했습니다.
 
하지만 다들 말만 안할 뿐 나랑 똑같을거라고. 정말 억울하다. 사실 별로 안억울해 그냥 기분 상하는 정도?
 
진짜 슬픈일은 따로 있어. 
내 심장의 색깔을 블랙으로 만든 일은 ... 내가 점심에 돈이 없어서 대충 떼우고 산책 하려고 나갔다가 오는데, 6층 여직원들이 하하호호 신나게 웃으면서 지나가는거야.
 
난 혼자서도 뭐든지 다 잘 해낼 수 있다고 자부하면서 혼자 잘 지내고 있었거든.
근데 나만 그런거고 다들 회사 직원들이랑 끼리끼리 모여서 잘 지내는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까 갑자기 현타가 오더라? 엄청 왕따된 것 같은 기분...
 
실제로 내가 어제와 오늘 달라진 건 하나도 없는데 말이야. 
이래서 사람이 비교하는 게 제일 무섭다고 하는 건가봐. 그냥 평소랑 똑같은 하루인데 왜 이렇게 기분이 쳐지는 지 모르겠어. 
 
외롭고 슬퍼 내복아 니가 너무 보고싶어.
늘 친구 없어도 돼, 회사에서 혼자 지내도 돼 라고 외치면서도 가끔씩 이렇게 현타가 올 때가 있단 말이지?
 
내 옆에 니가 있을 때 나는 정말 행복했는데.
너무 보고싶다.
 
그래도 언니 힘내고 있을게. 
내복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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