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보고싶은 내복이

내복이에게 (17.10.28)

인귀 2021. 2. 24. 20:54

내복아 집 잘 지키고 있어 ?

언니는 여느때처럼 또 스타벅스와서

커피마시고 시간 보내고 있어

 

분위기라는 게 있잖아. 

뭔가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같은 

전세계에 있는 프렌차이즈는 

외국인이어도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기분이야.

 

그러다가 사진 좀 정리할까 했는데

이것저것 보다 니 사진 보는데

니가 너무 귀여워서 심쿵했어

 

그리구 너한테 편지를 쓰기로 했어

 

처음에 후쿠오카 왔을 때는

너를 두고 도망쳤다는 생각에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이 들었어

 

니가 너무 보고싶어서

새벽 3시까지 눈물만 흘린 적도 있어

 

그냥 너 사진만 봐도 눈물이 났어

지금도 너를 그리워하지만

그래도 가끔 너 보러 한국에 가기도 하고 사진이랑 영상보고

카메라로 너 자거나 움직이는 거 보니까 많이 나아졌어

 

언니가 정말 미안하고 사랑하는 거 알고 있어 ?

너무 보고싶어 내복아

니 생각하니까 또 눈물난다 언니 11월엔 꼭 너 보러 갈게

 

같이 애견카페가고 산책도 많이 하자

너무너무 사랑해 또 편지쓸게 안녕

 

 

.

.

.

 

2017년 6월 1일에 후쿠오카에 내 몸보다 커다란 짐가방을 들고

한번 보지도 않고 계약한 집에 영차 영차 발걸음을 옮겼었다.

 

늦깍이 외국인 생활은 모든 것이 설레였고,

하나하나 배우면서 생활해가는 즐거움이 있었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그 일상에서 

무작정 찾아간 하로워크를 통해 구직 활동을 하고 8월에는 일본에서 취직까지 하게 된 나.

 

꿈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이 

그저 외국인으로 살겠다는 마음만 가지고 떠난 일본행에서

마음에 남은 건 내복이 뿐이었다.

 

내복이를 그리워하며 따뜻한 후쿠오카에서

적어내려간 편지들. 그 속에 그 때를 살던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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