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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복이에게(17.12.5)

인귀 2021. 3. 10. 10:00

귀여워 죽겠는 내복이

내복아 안녕?

오늘 많이 춥지.

 

추울 때마다 옛날에 니가 추워서 내 이불 속에서 자다가

파고 들고, 파고 들다가 내 후드티 안으로 파고 들어서 잤던 기억 나.

너무 추억이다, 그리워.

 

너가 옆에 없으니까 나는 더 추운 것 같아.

 

따뜻하게 잘 지내고 있지?

 

11월에 너 만났을 때 니가 너무 건강하게 잘 지내서

지금은 니 걱정이 많이 줄어 들었어.

 

항상 건강해야해.

나도 최근에 감기 걸렸었지만 빨리 약먹고 푹 쉬어서 이틀만에 금방 나았어.

 

감기는 자만을 하면 안돼.

난 항상 손만 깨끗하게 씻으면, 집 와서 샤워 싹 하고 잠만 푹 자면 된다면서

절대 감기 안걸릴거라고 콧대를 세우곤 하는데 그런 말을 하고 나면 꼭 감기가 걸리더라고.

 

겨울에는 방심하지말고 항상 감기 조심하자, 우리.

 

내복아 언니는 업무가 인턴이었을 때는 주 3일 근무였어.

돈은 적지만 처음 하는 일본 회사에 적응하기에도 좋고 여유가 있었지.

 

지금 주5일 근무로 바뀌고 출근한지 얼마 안되었는데, 너무 지겹다.

그렇다고 일이 눈코뜰새 없이 바쁜 것도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근무 시간이 너무 지겨워.

 

그런데 딱히 일을 더 하고 싶지는 않고... 

사실 놀고 싶은거겠지.

 

오늘은 유독 출근하고, 조례 끝나자마자 바로 퇴근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어.

집에 가도 하는 것도 없으면서 그냥 퇴근하고 싶어.

 

퇴근, 퇴사 최고야.

근데 돈이 없으니 회사에 출근을 해야지.

 

가난해서 너무 슬프다 정말.

돈이 웬수지. 어제는 돈이 없어서 저녁도 못먹고 잤어.

내가 처음에 일본 왔을 때 생각없이 돈을 너무 많이 썼거든.

 

분명히 나 나름대로 1년 동안 사용할 금액을 가져왔다고 생각했는데

돈 줄어드는 건 무섭더라. 

 

어느 순간에도 예상 밖의 지출은 생기고, 모든 상황이 내가 예상했던대로 흘러가지는 않으니까.

그래도 운좋게 취업이 바로 돼서 다행이다. 벌이가 있다는 건 마음의 여유를 준다. 

 

내복아 언니가 돈 많이 벌어서

한국 돌아갈게.

 

언니가 너 너무너무 사랑하는 거 알지?

좀만 더 기다려줘. 또 편지쓸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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