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복아 집 잘 보고 있어?
니가 너무 보고싶어.
오늘 회사에서 좀 기분 나쁜 일이 있었어.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아.
내 행복은 그들이 아닌 내가 정하는 거라고
마인드 컨트롤 하고 있거든.
한국인인데 사회 생활을 일본에서 시작한 사람들 말이야.
나는 한국에서 처음 사회 생활을 배웠으니까, 조금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어.
그 사람들 말투가 그런거겠지만
자꾸 나를 '야 야' 라던가 '저기' 라고 부르곤 하거든.
근데 오늘은 '저 여자'라고 부르더라.
만약 내가 일본인이었으면 쉽게 양상이라고 불렀겠지만, 내가 한국인이니까 나에 대한 호칭이 애매했나봐.
내가 본 바에 의하면 ~씨라고 부르는 호칭을 못하더라 이 사람들.
생각해보면 나도 대학생에서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 ~씨 부르는 게 그렇게 어색했거든.
드라마 대사 같고. 근데 그런거야 금방 익숙해졌지.
그렇지만 그들은 바로 일본에서 사회 생활을 했으니까 한국 사회에서 호칭을 익힐 시간이 없었으니까, 뭐.
이게 내 나름대로의 이해야.
그런 의미에서 나는 어중간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대학생 때부터 혹은 사회생활을 일본에서 시작한 게 아니라,
대학교 졸업하고 한국에서 회사 다니다가 유턴해서 일본으로 온거니까.
한국 사회인도 아니고 일본 사회인도 아닌 것 같은 거야.
정체성의 혼란까지는 아니지만.
나에게는 이 사람과 저 사람을 이해하는 적응기 혹은 과도기가 필요한거지.
하지만 이해는 머리로 하는 거고, 기분은 나빴지.
저 여자라니, 뭐 사람을 앞에 두고 그렇게 부르니?
휴...
언니 머리에 조금 열이 나고 손이 좀 차가워져서
두통 때문에 머리가 아팠어.
그래서 참다가 옆 자리 일본인 사수한테 조금 얘기했더니
마음이 아주 조금 가벼워졌어.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야.
그러고 퇴근해서 나의 영혼의 단짝인 김치우동을 먹고
레이디스데이라서 영화봤어.
한국에 문화의 날에 영화 저렴하게 볼 수 있지?
일본은 레이디스데이에 여자들은 영화를 저렴하게 볼 수 있는데, 지역이나 영화관 마다 그 요일은 달라.
후쿠오카는 매주 수요일이 레이디스데이야.
영화를 보고, 지금 집 가는 길에 니 생각나서 편지 쓰고 있어.
회사에서 조금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어서인지 요 며칠 왜이렇게 낭비를 많이 했는지
모은 돈이 왜이렇게 없는지 자꾸 생각하고 있어.
돈이 있으면 당장 널 만나러 갈텐데.
내일 복권이나 당첨됐음 좋겠다.
내복아 너무 사랑해. 잘 자구, 또 편지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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