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없이 우울했던 내 안에 활기가 돌고 있다. 애초에 내 우울은 나의 욕심에서 비롯되었었다. 이상은 높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까 그 갭에서 오는 공허함...
그 욕심쟁이가 의욕을 내기 시작한 계기는 김밥이었다. 우울한 일상에서 불현듯 떠오른 '김밥을 싸서 회사 사람들과 나눠 먹자'라는 뜬금없는 생각을 실천, 나는 김밥을 쌌다.
한국에서는 근처에서 쉽게 먹을 수 있었던 김밥 먹기가 일본에서는 어찌나 어려운지, 김밥 싸기는 또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 김밥은 늘 한국 가면 먹을 음식이었다.
새벽에 일어나서 고슬고슬 밥을 짓고, 재료 하나하나 준비해서 김밥을 쌌는데 진짜 너무 행복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진짜 하고 싶어서 하는 번거로움은 마른 일상에 단비가 되었다.
김밥 싸는 거 하나로 이렇게 행복해지다니, 싶어서 그 다음에는 블로그도 시작했고 취미로 피아노도 배우기 시작했다. 코베를 더 사랑하기로 했고, 새로운 일도 익숙해지기 시작해서 안정기에 접어든 것도 내가 좀 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만들어 줬다.
욕심쟁이는 욕심을 부리면 행복해진다는 걸 깨닫고 지금은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있는 중이다. 하루에 내가 해야 할 일을 다 적어 두고 내가 실제로 한 일들에는 동그라미를 치면서 매일 작은 실천의 기쁨을 느끼고 있다.
정말 작은 일들. 평일이면 아침에 차 한잔 마시기, 서플리먼트 챙겨먹기, 출근하기, 타는 쓰레기 내 놓기, 점심 먹고 산책하기 등 일상적인 것들이 많다. 동그라미 치는 게 너무 좋아서 책읽기에 동그라미 하나 더 치려고 자기 전에 억지로라도 책 한 장, 두 장을 읽고 동그라미를 치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매일 운동하기에는 아주 당당하게 엑스 표를 그려넣고 있다. 운동하기는 그냥 자동 엑스다. 뭐, 그래도 좋다.
주말에는 쉬는 것도 좋지만 집 정리 하거나 혹은 속눈썹 파마 하기, 외출이나 여행하기, 영화보기 같은 것들을 하고 있다. 오랜 세월 지켜본 나는 계획 세우는 것을 너무 좋아하니까 이렇게 소소하게 재미를 찾고 있다.
인생에서 누구에게나 공평한 단 하나가 죽음이라면 죽기 전에 내가 원하는 인생을 누려보고 싶다. 살아가는 것 모두가 과정에 불과하다면 그 걸 즐기고 싶다는 것 또한 내 욕심이다.
문제는 욕심쟁이가 의욕이 과하다는 거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만 나열해도 너무 터무니 없다. 우선 블로그를 잘 운영하고 싶고, 매일 글을 조금씩 쓰고 있다. 거기에 한자를 잘 하고 싶어서 한자 시험 준비, 토익 공부... 요즘 요리에 빠져서 한식 조리사 자격증에도 도전하기로 했다.
이건 정말 오버다. 내가 봐도 이것 저것 다 하고 싶어서 큰일이지만 난 계획 하는 것 만으로도 만족하니까 내가 정말 계획을 잘 지켜서 성공을 하던 도전으로만 그치던 상관없다.
욕심쟁이는 하루에 다른 사람들 3명 분의 인생을 살기로 결심했다. 너무 웃기지만 진지하다. 출근하는 직장인, 포스팅 등으로 글쓰는 사람, 공부하는 학생으로 ! 오늘도 벌써 출근도 했고, 인스타그램과 포스팅도 했으니 2명의 인생을 살아버렸다.
다만 공부 안하고 그냥 잘 가능성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오늘은 2명 분의 인생으로 그칠 수도 있다 :)
그래도 좋다. 내일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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