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외국인으로 살기/임신 출산 육아

임신하고 막달까지, 그동안의 기록 :)

인귀 2023. 11. 4. 09:00

임신 36주를 넘을 때 10개월차에 들어갔다. 

현재는 37주를 지난 상태. 

 

하루하루 어떻게 생활했는지 잘 기억이 안난다. 

임신했던 기간을 돌이켜보면 임신을 알았다->임신 막달 이런 느낌. 지나고 보니 중간이 다 생략돼 기억이 안난다.

 

몸은 정말 신기하게도 주수에 맞게 변화하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만삭인 몸이 언제부터 이렇게 커진건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냥 배가 커진다 커진다 하고 있었다. 

 

 

임신 10개월차 기록

처음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남편 외에 가족과 친구들 등 주변에는 알리지 않았다.

산부인과에 가서 주수를 확인하고 임신 안정기라고 말하는 12주가 지나고 가족들에게만 알렸다.

 

내가 입덧이 없고 다른 특별한 증상이 없는 건강한 체질이었던 것이 큰 몫을 했다.

더불어 성격상 임신했다고 축하받고 싶다거나 호들갑 떨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임산부라고 특별 대접 받는 걸 원하지도 않아서 임산부 뱃지도 임신 초중기에는 안달고 다닐 정도였다. 

초음파 사진을 인스타에 올리거나 하는 것도 일체 하지 않았다. 

 

 

임신 10개월차 기록

어차피 배가 불러 오기 전까지는 임산부인 게 티가 나지 않는다.

다만 회사에는 출산 휴가 관련해서 보고를 했어야 해서 상사에게만 말을 했는데, 그 외에 친한 동료들에게도 말 안했고,

그냥 평범하게 일하고 회식 참여하고 (술은 안마시고)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지금 돌이켜 볼 때 12주가 지난 후 몸에 나타난 증상은 몸이 많이 부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걷는 게 힘들어져서 이때부터 팥차를 사서 마셨더니 많이 좋아졌다. 

또 과일이 먹고 싶어서 과일을 자주 먹었는데 오히려 음식은 소화가 불편해서 먹는 양이 확 줄어서 생활을 해갔다. 

 

정해진 날짜에 병원에 다니는 것 외에는 정말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생활을 했다:)

다만 임신을 알고 나서부터 임산부가 먹어야 하는 영양제는 꼼꼼하게 챙겨 먹었다.

 

 

임신 10개월차 기록

 

나의 임신 소식을 알게된 가족들과 지인에게 처음으로 베넷 저고리랑 인형을 선물 받았다. 정말 귀엽다 ㅠㅠ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서 애착인형이 되기를 바라면서

받은 인형. 정말 귀엽다. 

 

 

임신 10개월차 기록

나는 20주차가 지날 때부터 배가 나오기 시작한 것 같다. (가물가물...)

이때부터 언니한테 선물받은 튼살 크림도 열심히 발라주고 배가 나오고 나서는 친한 회사 동료들에게는 임신 소식을 알렸다. 

 

20주차가 지난 이후에 어느날 갑자기 오른쪽 손목에 건초염이 생기더니 시간이 지나자 왼쪽 손목도 건초염이 생겼다. 

아침에 일어날때부터 손목이 엄청 아프고 병원도 다녀봐도 임산부는 치료방법이 없으니 그냥 참고 생활하는 게 일상이 됐다. 

 

그나마 서포터를 착용하고 손목에 힘을 안주면 나은데 

생활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손목에 힘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어서 악 소리가 날 때가 있다ㅠㅠ

 

어떻게 임신 기간이 지나간건지 기억이 잘 안나지만

그래도 남들 한다는 만삭 사진도 찍었다. 30주차쯤!

 

 

임신 10개월차 기록

30주차에 병원에 정기 검진 받으러 갔을 때 

조산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산 방지제를 처방 받아서 먹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배가 뭉치면 약을 먹으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있었는데

32주차에 병원에 갔을 때는 조산기가 더 심해졌다고 하루에 3번 무조건 약을 먹으라는 처방을 받았다. 

 

조산 방지제는 부작용으로 손이 떨리거나 자궁이 수축되거나 해서 배가 아프거나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약을 먹기 전에는 정말 두려웠는데...

 

아기가 조산되는 게 더 무서우니까 그냥 시키는대로 열심히 약을 챙겨 먹었다. 

 

 

임신 10개월차 기록

날씨 엄청 좋은 날.
출산 휴가 들어가는 전 마지막 출근 날, 팀원들과 점심 회식으로 포트 아일랜드에 있는 포트피아 호텔 프렌치 레스토랑에 갔다.


뷰가 정말 좋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3개월 출산 휴가, 1년 육아 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데

나는 보육원을 이용하고 조금 빨리 회사에 복귀할 예정이라 총 6개월의 휴가기간을 신청했다. 

 

마지막 출근은 34주차에 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들 이 정도에 출산 휴가에 들어가는 듯. 

 

30주차가 지나가면서는 배가 엄청 많이 나와서 출근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 

출퇴근길이 너무 힘들고, 오래 의자에 앉아서 일을 하다보니 배도 자주 뭉치고...

오히려 막달보다 이때가 매일 배 아프고 힘들고 그랬다.

 

 

임신 10개월차 기록

평일 런치 5천엔 코스였는데
깔끔하고 맛있고 좋았다. 
 
점심 회식이라니 ㅠㅠ 행복해.
이날 회식이 내가 직장생활 10년 하면서 제일 기분 좋고 행복한 회식이었던 것 같다. 

 

임신 10개월차 기록

아무리 출산 휴가가 당연한 권리라고는 하지만 

역시나 회사를 장기간 쉬면서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미안한 마음+감사한 마음을 담아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 

 

일본의 특성상 개인적인 선물을 부담스러워 하는 경향이 있다고 들어서 선물은

마켓오 브라우니랑 같이 먹을 수 있게 스타벅스 커피를 샀고, 각 층 마다 탕비실에 갖다 놨다. 

 

이때 많은 주변 회사 사람들이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 

감사한 마음으로 편안하게 출산 휴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임신 10개월차 기록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 좀처럼 준비하지 못했던 출산 준비를

출산휴가에 들어가면서 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큰 박스가 몇번이나 보내져왔다. 

너무 감사한 마음 ㅠㅠ 태어날 아기한테 필요한 것들을 전부 사서 보내주셨다. 

 

일본에도 있다고 말씀드려도 역시 부모님 마음은 

자식을 챙기고 싶으신가보다. 그 마음이 정말 감사하고 소중하다.

 

 

임신 10개월차 기록

속싸개, 겉싸개, 젖병, 이불 등등

아기한테 필요한 것들은 다 보내주셨다. 

 

처음에는 뭐가 뭔지도 몰라서 부모님께 뭔지 물어보고 인터넷도 검색해보고 그랬다. 

일본어 명칭은 또 다르기도해서 더 헷갈렸다 ㅎㅎ

 

 

임신 10개월차 기록

아기 옷은 작아서 정말 귀엽다. 

앙증맞은 사이즈!!

 

한국에서 부모님이 다 고르시고 세탁해서 햇빛에 말려서 보내준 거라 보송보송하다.

막달이 가까워지면서는 얼른 아기가 태어나서 아기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 말을 들으면 

태어나기 전이 가장 행복하다고들 한다 ㅋㅋ

 

신생아 때 부모님이 힘드니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으면서도

그래도 얼른 아기가 보고 싶다. 

 

 

임신 10개월차 기록

원목 침대는 아기가 태어나고 3개월 정도? 정말 짧은 기간만 사용한다고 해서 

원래는 대여를 할까 생각했는데 일본은 대여도 그다지 저렴하지 않고 이것저것 고려해야 할 것도 많아서 

라쿠텐에서 갑자기 엄청 할인하길래 약 12만원정도 주고 구매를 했다. 

 

조립도 간편하고 디자인도 심플해서 마음에 들었는데 

문을 통과를 못하는 크기라서 거실에서 조립하고 방으로 옮기다가 한쪽 모퉁이를 박살내버렸다 ㅋㅋ

 

그래도 사용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으니 ... 허허

아기 용품의 세계는 정말 끝이 없다. 알아보고 알아봐도 정보가 넘쳐서..

 

그냥 내 기준으로는 필요 없는 건 사지 않도록 일단은 최소한 필요한 것들만 사고 

나중에 애기 키우면서 필요하면 그때그때 구매해 나가려고 한다. 

 

 

임신 10개월차 기록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출산 선물을 받았다.

생각도 못했는데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ㅠㅠ 편지까지... 

 

30주 지나면서는 친구들에게도 임신 사실을 얘기하면서 축하 인사와 함께

출산 선물을 주고 싶다는 한국 친구들의 연락이 오고는 했는데 마음만 받고 다 거절했다. 

일본에 사니까 멀기도 하고 나는 정말 마음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임신 10개월차 기록

출산 휴가 들어가고 나서는 여유가 생겨서 

육아에 관련된 책들을 몇 권 읽었다. 

 

다 솔직히 별로 와닿지가 않아서 대충 읽고,

가장 유명한 책 중 하나인 똑게육아만 돈주고 사서 읽고 있다. 

 

책을 통해서 정보를 얻고 똑똑하고 현명한 부모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

나는 인터넷 맘카페도 가입 안했고, 유튜브로 영상도 최소한으로만 찾아보고 있어서 아직 모르는 것도 많지만 그래도 나 나름대로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기준을 세우고 싶다는 생각이다.

 

 

임신 10개월차 기록

36주를 지나 이제 조산 방지제도 먹지 않고,

언제 아기가 태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37주를 지나면서는 하루에 2시간씩 산책을 하고 있다. 

 

많이 걸어야 출산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걷기는 하는데

워낙 느려서 이게 운동이 될까 싶기는 하다. 

 

막달이 되면서 달라진 점은 소화가 잘되서 이제서야 음식을 잘 먹을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지금은 정말 건강하고 산책도 많이하고 저녁에는 가슴 마사지와 임산부 체조도 매일 하고 있다.

 

이제는 진짜 아기가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과정에 있는 느낌이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출산을 기다리는 중!!

 

가장 달라진 점은 원래 20주 30주 지날때도 화장실을 자주 간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막달이 되니 장난아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거의 20번은 화장실을 가는 듯...

 

게다가 1-2시간 자다가 중간에 화장실 가고 있다. 

그래도 태동은 매일 잘 느끼고 있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어서 손목 아픈 거 빼고는 나는 정말 많이 건강한 임산부에 속하는 것 같다. 

 

4주, 2주에 한번씩 가던 병원을 이제부터 매주 가게 됐다. 

떨리고 기대되는 마음 반, 두려운 마음 반. 아직도 실감이 안난다고 하면 이상하지만 정말 아직 실감이 잘 안난다. 

 

그저 바라는 게 하나 있다면 건강!!! 무조건 건강이 최고다. 건강한 아기가 태어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