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6

고베일상 - 산책/세리아/깻잎/감사일기

낮에 산책하는데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한 낮에 달이 선명하게 보였다. 사진 똥손으로 찍었는데도 이정도로 보일 정도니까 실제로 봤을 때 정말 예뻤다. 밤 하늘의 달은 노란빛, 낮 하늘의 달은 파란빛. 집 앞 공원에 산책. 집 앞에서 바다를 볼 수 있는게 좋다. 스마였다면 해변가겠지만. 스마 가고 싶다.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 나는 정말 칠칠맞아서 요리를 하거나 살림을 할 때 뭐든지 다 바닥에 질질 흘린다. 그래서 갑자기 봉지에 끼우는 캡 같은거 안파나?하고 袋キャップ를 검색하니 내 머릿속에 있는 상품이 그대로 팔고 있었다. 세리아 갔을 때 또 사용 안할 지 모르니 세개만 사자 하고 구매. 여러 양념, 소스들 중에서 자주 흘리고 자주 사용하는 밀가루, 설탕, 소금 봉투에 캡을 씌웠다. 깔끔하다. 대 만족...

코베 일상 2021.02.03

정신 없는 하루 아침/재활용버리기/우체국은행/인터넷설치/물사기

유난히 정신이 없는 하루가 있다. 너무 할 일이 많은데 그걸 천천히 하나하나 하면 되는데,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나도 모르게 조급해지고, 그러다보면 바쁜 상황에서 조급함이 더해져 상황이 더 꼬이고 만다. 원래는 아침을 챙겨 먹지 않는데, 월요일에 남편이 출장 갈 때 아침을 챙겨주려고 만든 프렌치토스트. 우유1컵에 소금 반 술, 설탕 반 술을 넣고 계란 2개를 넣고 저어서 식빵을 푹 담궈놓은 다음에 구워주었다. 뭔가 엄청 맛있는 것도 아니고 맛이 없는 것도 아닌 애매한 프렌치토스트가 되어 버렸다. 분명 옛날에 만들어 먹었을 때는 되게 맛있었던 것 같은데. 남편이 운전하면서 먹을 수 있도록 종이컵에 소시지와 함께 넣어주었다. 저 종이컵 두개가 딱 들어가는 사이즈가 까르띠에 쇼핑백이라서 그냥 넣어줬는데,..

코베 일상 2021.01.08

2021년 새해맞이 일본생활

2021년 신축년이 밝았다. 나는 아직도 고베에서 살고 있고, 결혼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내 주변에 달라진 거라고는 하나도 없지만 이제는 2020년을 작년이라고 불러야 한다. 내 고향 수원에서는 12월 31일 밤에 12시가 되기 까지 기다렸다가 종을 치고 화성에서 다같이 모여서 무료로 나눠주는 떡국을 먹고 집에 가고 그랬다. 친구들과 자주 그 곳에서 새해를 맞이 하곤 했었다. 작년에는 약속이 있어서 서울에 갔다가 집에 오는 전철에서 펭수가 제야의 종을 치는 걸 핸드폰으로 봤었다. 올해는 코로나의 여파로 67년만에 보신각 제야의 종 행사가 취소 되었다. 온라인으로 카운트다운을 한다고 하길래 유투브로 새해를 맞이 했다. 아주 신세대스러운 방법이군. 온라인이지만 제야의 종과 마찬가지로 33번..

코베 일상 2021.01.03

일본 일상-일본소설 필사/결혼선물/애플워치/콩나물국/목성토성

VVS 들으면서 적어 내려 가는 일본에서 사는 일상. 한국 종이책만 고집하는 고지식한 나, 한국 책을 구하는 것도 어렵고 일본어 한자 공부도 하고 싶다는 생각에 필사를 해보았다. 내가 고른 책은 . 예전에 정말 재밌게 봤던 일본 드라마였는데, 소설이 원작이어서 내가 샀나. 언니가 일본 여행 갔을 때 선물로 사다줬나. 기억이 가물가물. 읽을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필사를 하면서 천천히 읽어 보았다. 런치의 앗코짱 이야기는 먹다 남은 저렴한 음식을 대충 도시락으로 싸 와 먹으면서 절약을 하는 심심한 매일을 보내는 회사원이 점심의 중요성을 알려준 상사 덕분에 생활에 활력을 찾는 내용인데, 먹는 게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의욕을 불러 일으키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내용이라 회사원 시절에 많이 공감하며 봤었..

코베 일상 2020.12.22

불쾌함.

나는 무언가 싫다고 느껴지면 너무 싫다. 그냥 싫은 정도가 아니라 나와는 관련이 없는 일이어도 화가 나서 씩씩 거리고, 머리에서는 열이 나고 코에서 콧바람이 나올 정도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은 개성을 가지고 있고,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특별하다. 그렇지만 그 때문에 내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내 기준으로 봤을 때 이상한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그 이상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래서 나는 인터넷 기사를 볼 때 댓글을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너무 민감한 주제나 내가 슬퍼질 것 같은 내용의 기사는 아예 보지 않는 편이다. 그게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이 집합하는 온라인 세상에서 내가 터득한 나의 정신세계를 방어하는 소소한 방법이다. 최근에 내가 정말 화가 나는 일이 있었다. 나와는 관련이 없는 일임..

코베 일상 2020.12.08

욕심쟁이의 의욕

작년 한 없이 우울했던 내 안에 활기가 돌고 있다. 애초에 내 우울은 나의 욕심에서 비롯되었었다. 이상은 높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까 그 갭에서 오는 공허함... 그 욕심쟁이가 의욕을 내기 시작한 계기는 김밥이었다. 우울한 일상에서 불현듯 떠오른 '김밥을 싸서 회사 사람들과 나눠 먹자'라는 뜬금없는 생각을 실천, 나는 김밥을 쌌다. 한국에서는 근처에서 쉽게 먹을 수 있었던 김밥 먹기가 일본에서는 어찌나 어려운지, 김밥 싸기는 또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 김밥은 늘 한국 가면 먹을 음식이었다. 새벽에 일어나서 고슬고슬 밥을 짓고, 재료 하나하나 준비해서 김밥을 쌌는데 진짜 너무 행복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진짜 하고 싶어서 하는 번거로움은 마른 일상에 단비가 되었다. 김밥 싸는 거 하나로 ..

코베 일상 2020.03.03